[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 처음 신어본 안전화
2006/10/03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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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

2004년 01월29일
 

자다깨다 반복. 좀 잤다 싶어 깨니 새벽 두시. 또 잠들었다 깨니 4시. 이대로는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 조용히 사무실로 나가 PC를 켜고 인터넷의 바다에 들어갔다.

반갑다 나의 친구 인터넷. 아 얼마만이냐. 불과 몇 시간 밖에 안 됐지만 인터넷에 눈 맞추고 살던 나에게 몇 시간은 몇 년처럼 길고 지루하다.

피플코리아 게시판에 오늘도 날 아끼는 분들이 나의 공백을 메워 주려고 좋은 글을 올려주었다.

아침에 인부들이 대놓고 먹는 ‘함바식당’까지 걸어가 식사를 했다.

현장 사무실에서 식당까지는 걸어서 7분 거리.

아침 먹고 사무실에 오자마자 오늘의 주어진 일 시작.

야적장 공터에 쌓인 철근 쪼가리를 손 리어카로 날라서 창고에 쌓아두는 일이다.

철근을 실어 끌어보려니 힘이 부친다.

이럴 때가 바로 힘보다는 머리가 필요한 순간이다. 내 힘으로 움직일 만큼만 실어서 옮긴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니까 땀이 쏟아진다.

처음 신어본 안전화. 각오가 새롭다.

공사판 현장 사람들이 신는 안전화를 막상 신으니 나도 그들과 한식구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무슨 일이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야겠다.   

10시가 되자 측량 보조를 하란다. 처음 해보는 완전 초보다.

측량 사수를 따라서 좌표를 잡고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점심을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육체노동을 하고 먹는 밥이니 맛이 좋을 수밖에.

다시 측량. 사수와 수신호가 잘 안 통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프리즘이 달린 ‘뽈대’의 기포를 중심에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사수의 얼굴 표정을 보아하니 영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시 철근 쪼가리를 날랐다.

힘이 많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인생에 힘이라고는 써본 적이 없었는데...

철근 ‘고녀석’ 생각보다 무겁다.

무거운 것을 반복해서 계속 들다 보니 나중에는 손에 힘도 빠지고 허리도 아파온다.

다시 측량을 하란다.

차에 장비를 싣고 출발.

이미 시간이 4시가 넘었다.

기표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눈이 안 녹아 기표가 눈 속에 파묻혀 아무리 찾아도 흔적이 없었다.

역시 이럴 땐 전문가의 감각이 필요하다.

사수가 달려와 대충 이정도인데 하면서 결국은 기표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쌓인 눈을 파내고 눈 속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 빙판까지 모두 파낸 뒤 기표에 못을 박고 못 위에 뽈대를 세우고 기표를 잡았다.

측량 장소 이동.

뽈대와 망치와 철근이 든 가방을 둘러메고 빠른 걸음으로 장소를 이동한다.

4군데의 좌표를 잡아야 한다.

사수와 50미터 아니 거의 100미터 떨어져 있어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몸짓 발짓 수신호로 대충 의사전달을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잘 알아듣지 못해 애를 먹는다.

45도 이상 경사진 곳에 뽈대를 세우고 좌표를 잡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날까지 어두어져 더욱 애를 먹었다. 도로공사에서 측량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대충 씻고 저녁을 먹으러 함바집으로 갔다. 밥맛이 꿀맛이다. 일할 때 힘을 너무 많이 써서 밥숟가락을 든 손이 덜덜 떨린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와 몸을 씻고 방에서 좀 쉬려니 옆방 사람들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조심스럽게 부른다.

사람 좋아하는 내가 이런 자리를 피할 이유가 없지.

그들과 마주 앉아 손수 끓인 찌개와 소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어딜 가더라도 사람 사는 모습이 똑같음을 새삼 느낀다.

이들 두 사람은 이곳 현장에 인부로 일한지 한 달째란다.

각각 부천, 인천에 산다는 이들은 서로 알고 지낸지가 15년이 넘는 형님동생 할 정도로 아주 친한 사이다.

후배는 덩치가 거구다. 성격은 온순하고 겸손하다. 선배는 덩치는 작지만 야무지고 강단 있어 보인다. 성격이 칼칼하면서도 겸손하다. 둘 다 술을 좋아하여 소주 두병을 게 눈 감추듯 마셔버린다.

얼큰한 찌개 안주에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같은 막장인생 처지라서 그런지 금방 친해진다.

11시가 넘어 잠을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안 온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 데 온몸이 쑤시다. 아이구 팔다리 어깨 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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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수정일 2004년 03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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