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기자가 실미도를 동행했던 까닭은?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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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가 실미도를 동행했던 까닭은?

2007/05/06 00:00 입력

김명수 기자가 실미도를 동행했던 까닭은?   2004년 8월 29일 금요일 저녁,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나는 실미도로 향했다. 10년 이상 활동해 왔던 단체의 행사였지만 행사에 대한 관심보다도 실미도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았다. 언제부턴가 나의 머리 속에는 “실미도=김명수”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 갑작스럽게 동행을 제안했다. 평소 “실미도”에 “실”자만 들어도 두 귀가 쫑긋해지는 김명수 기자는 다른 계획을 미루고 동행을 기꺼이 수락했다. 우리 일행은 미니버스형 승용차에 7명이 동승하고 서울을 벗어나 인천국제공항 쪽으로 갔다. 해가 떨어진 초저녁 무렵의 멋진 광경을 즐기면서 선착장에 도착하니 많은 일행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해외여행이라도 떠나는 심정으로 승차한 상태에서 배를 탔다. 몇 분 안되는 거리였지만 갑판위에서 저녁바다의 정취를 감상하고, 초행길의 설레는 마음으로 무의도에 도착했다. 육지처럼 느껴지는 섬 길을 따라 섬사람들의 삶을 음미하면서 하나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예약된 숙소를 찾아 방을 정하고 해변의 밴취에서 저녁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하마터면 김 기자와 마지막 사진이 될 수 있었던 모습을 함께 간 동료 원장이 카메라에 담아 주었다. 조용한 밤 바닷가에 갑작스럽게 몰려든 70여명의 사람들이 먹어야할 식사준비가 제대로 안되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다 생각하고 맛있게 먹었다.  밤 9시 30분경 물때가 좋다하여 일제히 바다를 점령해 갔다. 군사 작전이라도 하듯이 무리를 지어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나는 김기자와 같이 출발하였으나 모처럼의 바다를 먼저 정복하고 싶어 향도나 첨병처럼 앞서 나갔다. 골뱅이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챙겨온 도구로 개펄을 이리저리 파헤치며 정신없이 빠져 들어 갔다. 보름달이 있었지만 골뱅이를 발견하기에는 희미했다. 작은 손전등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큰 손전등을 가지고 있는 친구와 짝을 이루었다.  손전등을 흔들며 “피플! 피플!”을 외치며 내가 가는 방향과 위치를 김기자에게 알려가면서 골뱅이를 많이 잡고 싶은 욕심에 쉬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 서해안 어촌의 야경을 만끽하면서 밀물처럼 썰물을 따라 나갔다. 바다 생물들도 관찰하면서 얼굴을 내밀고 숨쉬는 골뱅이들을 잡아 그물망에 채워갔다. 어떤 골뱅이는 두 마리가 한꺼번에 밤일을 하고 있는 것도 있었는데 “미안하다” 하면서 망 속에 잡아 넣었다. 쉬지 않고 계속 전진해 갔다. 한참을 가다 보니 사람들의 흔적은 멀어지고 여기저기서 갈매기 때들만 크게 웅성거렸다.  어디까지 갔을까 갑자기 바닷물이 보였다. 밀물인가 썰물인가 침을 뱉어 살펴보니 밀물이었다. 출렁이는 물결 속에 거대한 바다의 힘이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모든 불빛은 희미해지고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서 바닷물의 역공이 시작된 것처럼 온통 나를 향해 몰려든 것 같았다. 아차, 이러다 바닷물에 휩싸일 것 같은 두려움이 커지고, 무서움이 느껴져 “걸음아 나살려라” 하면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달려오는데 골뱅이들이 여기저기서 유혹했다. 조금 전 지나갈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골뱅이들이 개펄위에 얼굴을 내밀고 유혹하고 있었다. 쫒기는 심정으로 주섬주섬 담으면서 뛰어 나왔다. 한참을 달려도 그 자리처럼 느껴졌다. 무서움이 느껴져 목이 아프도록 소리쳐도 메아리가 없다. 김기자가 따라 오도록 손전등을 흔들면서 뒤를 돌아보았기 때문에 목적지로 갈 수 있는 방향은 기억났다. 하마터면 깜깜하고 넓은 바다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산길을 걸을 때도 되돌아 올 때를 생각하라”는 지혜를 체험했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출발장소인 하나개해수욕장에 돌아 왔다. 골뱅이 잡기 대회에 출전해서 1등이라도 한 것처럼 난생 처음 골뱅이를 많이 잡아 봤다. 양말을 신었는데도 손과 발에 상처가 나 있었다. 그런데, 먼저 돌아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기자가 보이지 않았다. 숙소에도 없었다.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했다. 당황스럽고 궁금했지만 한편으로는 평소 홀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조용히 작품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방에 들어와 핸드폰을 꺼내어 걸어 봐도 받지 않았다.  공허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나의 당황하는 모습에 어떤 사람들은 “여자랑 데이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농담까지 했다. 난 그럴 사람이 아닌데 하면서도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 심야에 70명 이상이 여기저기 훝어져서 서해바다의 야경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 노래방 팀들은 노래하고 한쪽에서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전체 통제가 어려웠고 나름대로의 밤을 즐겼다.  한참 후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숙소로 왔다. 방에 김기자가 누워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아니 어떻게 된 것인지 묻고 소주 한잔하자고 하면서 밖으로 나오도록 했다. 힘없이 따라 나오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한밤중에 바다 속에서 물과 싸우며 사경을 해메다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손과 발바닥을 비롯한 온몸의 상처를 보고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한여름 밤이었지만 추위에 떨고 있는 김기자의 초췌한 모습이 느껴져 음식을 먹으러 갔다. 찾으러 다닐 때보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신이 더 몽롱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어이가 없었다. 한편으론 다행스러웠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술 마시고 싶었다. 못 먹는 술을 마시고 노래팀으로 합류했다. 마구 춤을 추고 미친 듯이 뛰었다. 온 힘이 빠지도록 뛰었다. 피로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뛰고 싶었다. 김기자는 방으로 갔다. 휴식이 필요했다. 무대에는 몇 명 남지 않았다. 동이 트고, 날이 밝았다. 모래밭에서는 몇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숨자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김기자를 깨우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신발도 잃어버리고 아픈 다리를 끌며 걸어가는 모습이 100살 먹은 노인을 연상케 했다. 나도 발바닥이 따갑고 아팠다. 아침 식사 중 이곳이 고향인 채원장을 만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침을 먹는 것보다 실미도 사건이 화제가 되어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실미도에 관한 대화가 통하니 김 기자의 생기가 다시 도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은 후 일행들은 곧바로 서울로 간다고 했다. 아쉬움이 많았는데 한사람이 밤에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출발할 수 없었고, 이 곳이 고향인 채원장님이 마무리를 위해서 남았다. 우리는 기다렸다가 함께 가기로 했다. 남은 음식을 챙겨 가지고 바닷가로 갔다. 한숨 자는 동안 실미도 사건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 토박이 채원장도 KBS 작가 출신이라 마음이 잘 통했다. 난 옆에서 있다가 순간적으로 실미도를 꼭 가보고 싶었다. 물때를 알아보니 잠깐 다녀올 수 있다고 하였다. 잠자고 있는 차주인의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우리 실미도 다녀 올테니 한숨자고 있으세요”하고 내가 운전을 하고 실미도로 향했다. 토박이 채원장님의 안내로 4명이 함께 무의도를 구경하면서 실미도 입구에 차를 주차시켰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역사의 현장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하였다. 산길을 내려와 징검다리를 건넜다. 아픈 몸을 이끌고 따라 오는 김기자의 모습은 처량할 정도로 가여움을 느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애처로웠다. 중단하고 싶었지만 김기자의 실미도에 대한 집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직접 들어가 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또 못 보고 가면 한이 될 것 같았다. 나도 잠을 못자서 몸도 피곤하고 힘들었다. 날씨는 좋았지만 몸과 마음은 아팠다. 어제 밤 사경을 헤매며 고생까지 했는데 최소한 실미도 현장 땅이라도 밟고 가야 여기에 온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다리를 지나면서 자꾸 뒤쳐지는 김기자를 독촉했다. “가야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꼭 가보아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업어 주고 싶은 충동도 있었지만 업고 가기에는 너무나 먼 길이었다. 속마음의 아픔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계속 걸었다. 김기자의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발길이 마치 예수님이 십자가에 끌려가는 모습과 흡사함을 느꼈다. 갑자기 슬리퍼 한쪽 끈이 떨어져 한 쪽 발은 맨발로 걸었다. 나는 주변에서 물에 휩쓸려 떠내려 온 슬리퍼 한 짝을 발견하고 이거라도 신고 가자고 했다. 얼마 못가 또 다른 한 짝도 망가져 쓰레기더미 속에서 찾아낸 서로 다른 신발로 갈아 신고, 묵묵히 걷는 모습에서 의지의 대단함을 발견했다. 실미도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가야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로지 실미도 사건에 관해서만 이야기 하고, 불평이나 짜증없이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성자의 모습 같았다. 산길을 지나 피비린내 나는 훈련 현장을 답사하고 여기저기 촬영하는 모습에서 느껴진 초연함이 너무나 고고하게 느껴졌다. 수 십년 전의 흔적을 찾아 훈련받았던 영혼들의 숨소리를 들으려고 기웃거림에 할말을 잊었지만 나는 바닷물 들어오는 시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또다시 발길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표정 변화 없이 사고하는 모습이 남다름을 느꼈다. 돌다리를 건너올 때 “바닷물이 들어 올 시간이니 실미도에 있는 사람들 빨리 나오라”는 안내방송을 뒤로하고 우리는 그곳을 떠났다. 무의도에서 점심을 먹고 서울로 향했다. 창동에 도착해서 골뱅이를 나눠가지며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하며 헤어졌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김명수 기자가 실미도에 동행했던 까닭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던 심정이나 석가가 설산에서 고행을 했던 것에는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간디나 틱낫한이 평화를 위해 수행했던 것처럼 구도자의 심정이 아니었겠는가 생각해 본다. 아직도 남과 북간에 전쟁과 평화의 시나리오가 뒤범벅된 상황 속에서 실미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김명수 기자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고 싶다.   - 퓨전테크연구원장 조창현 -   2004.11.19

[ 김명수기자 people365@par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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