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유혹...
출판 : 이제이북스 지은이 : 샤먼 앱트 러셀
옮긴이 : 석기용
꽃의 유혹!....
처음에 책 이름을 듣곤 꽃에 대한 전설이나 꽃말 정도가 수록된 책이려니 했었다. 4월 말에 발행된 책이라 그런지 지방에서 책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서점에 알아봐도 대형 서점외엔 이 책이 나온것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어 인터넷으로 구입을 했는데 꽃의 삶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책표지의 글처럼 꽃의 유혹을 읽는 동안 마음은 책을 읽고 있었지만 시선은 온통 야생화가 펼쳐진 꽃밭이나 화원에 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꽃이 아름답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사실은 종종 잊어버리고 산다.
이 책은 꽃의 경이로움만을 탐구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까지 일깨워주는 에세이 집이다.
꽃은 한순간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빛내는 그 순간에만 아름다울 뿐이다. 아침에 아름답게 피었던 꽃이 저녁이 되어 시들게 되면 그 꽃이 예뻤던 과거는 생각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버리고 만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남. 녀 노소를 막론하고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세상에서 꽃을 빼버리고 나면 세상은 마치 죽은것이나 다름없다는 본문의 내용처럼 꽃은 항상 사람들과 함께 한다.
5만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은 친척이 죽으면 히아신스와 수레국화를 시신과 함께 묻어주었다고 한다.
왜? 우리는 죽은 사람에게 꽃을 바치고 왜 ? 우리는 슬퍼하는 사람에게나 기뻐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꽃으로 애정표현을 하는지 ...
아무도 꽃의 내면적인 삶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그저 한 순간 아름답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꽃을 사고 선물을 하고 무덤에 바치고 했던 것이다.
꽃들도 사랑을 한다. 꽃들은 제각기 다른 시간에 문을 열어 자기들의 향기를 방출한다.
파란 치커리꽃은 아침시간에, 붉은 토끼풀꽃은 점심시간 이후에 분꽃은 오후 늦게 그리고 달맞이꽃은 밤에 자신들의 향기를 방출한다.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향수도 꽃이 방출한 자연적인 향기이다. 향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탑노트(top note)" 는 꽃의 최고봉인 라일락과 백합의 향기이고 일종의 심장향이라는 "미들노트(middle note)"는 은은한 향기를 지닌 라벤더와 자스민의 향기이고 마지막으로 잔향이라는 베이스노트(base note)는 동물의 부산물에서 나온 향기이다.
그러나 꽃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다운 향기만 발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본 "시체꽃" 세계에서 가장 큰 차례의 하나인 시체꽃은 2.7미터나 되는 키에 신비스럽게도 코끼리가 수분 시켜준다고 생각하는데 그 꽃의 향기는 사람을 거의 실신시킬 정도로 역겨운 악취를 뿜어낸다고 한다.
이 책 속엔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후각적으로 향기롭던 꽃들에 대한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꽃들의 비밀을 들추어 보면 꽃들의 인생도 어쩌면 우리네 사람들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겉 모습과는 달리 고통과 불화, 폭력과 강탈 같은 꽃의 내면과 하나하나 꽃들이 지니고 있는 성격과 전설...
제비꽃은 비밀을 지니고 있고 민들레는 새침을 수선화는 망상에 젖어있다는 글을 읽으며 얼마전부터 노랗게 꽃을 피워 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거실밖 베란다에 티탁자에 놓여있던 수선화가 떠올랐다.
그리고 전혀 상상 할수 없었던 외부온도에 따라 자신의 체온을 조절하는 "필로덴트론"과 강박증과 우울증을 치료하는 여러꽃들, 중금속을 흡수하는 해바라기...
어쩌면 작자의 말대로 우리에게는 꽃의 치료가 정말로 필요한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피부로 직접 꽃들의 그 아름다움을 느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심장의 전율을 느꼈던 부분...
"꽃들 때문에 숨이 넘어갈 것 같다. 나는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모르고 날뛰는 한 마리 강아지다"라는 서문은 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수록 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사랑이 깊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늘 꽃을 함께하고 특히나 의미있는 날엔 언제나 사람과 같이하는 것이 꽃이지만 꽃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던 순간부턴 꽃을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다는 걸 느꼈다.
꽃을 좋아해 집엔 항상 마른 꽃들이라도 걸려 있었지만 나무가 말을 하듯이 그 마른 꽃들도 밤엔 서로 무엇을 속삭이는지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다.
만약 독후감이란 과제가 아니였다면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을것 같은데 계절의 여왕 5월에 들어서며 정말 향기 나는 책을 읽게 되어 가슴 뿌듯하게 생각한다.
"자연의 침묵은 하나의 항변이다"라는 글귀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거리는 것 같다.
자운영
2005.05.12
시체꽃.
http://blog.daum.net/srg6328/1529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