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354호] 수건에 대한 단상.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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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라는 이름으로 제354호] 수건에 대한 단상.

2007/07/09 00:00 입력

세 식구밖에 안되지만 우리 집은 유난히 수건을 많이 사용한다. 안방 화장실과 서재 옆에 있는 화장실에서 하루 사용하는 수건이 어림잡아 10장은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 식구가 모두 출근을 하고 학교를 가야하니 아침부터 우리 집 화장실의 수건들은 신이 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는 세 사람 중 향기 좋은 비누를 쓰는 사람에게 가려고 서로먼저 고개를 내밀고 기웃거리는 수납장의 수건들... 하얀색, 분홍색, 노란색, 녹색... 색깔도 다양한 수건들을 빨아서 이, 삼 십장 씩 수납장에 가지런히 넣어두면 이, 삼일이면 모두 세탁바구니 속에 들어와 세사람의 향기에 대해 수다를 떨고있는 것을 보면서 수건도 참 고달프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정갈하게 빨아 개켜놓은 수건을 보면 자꾸만 손이 씻고 싶어지고 양치질을 하고 싶어진다. 새로 산 치약으로 양치를 하고 나서 깨끗한 수건으로 입가를 닦을때의 그 묘한 기분.. 치약의 향기로 산뜻한 입안과 포근한  느낌의 수건이 어우러져 오래도록 수건을 얼굴에 대고 있고 싶어진다. 수건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발을 씻겨주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주인을 떠받들고 바쁘게 종종 걸음을 치던 고단한 발을 고마운 마음으로 닦아주고 싶다. 수건을 보면 딸애의 몸을 씻겨 주고  싶다. 딸애가 어렸을 때 목욕을 너무 자주 시킨다고 어머님께 꾸지람도 많이 들었지만 부드러운 거품이 이는 비누로 씻기고 나서 복숭아처럼 앙증맞은 아이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닦아줄 때의 그 느낌... 아이의 젖은 몸을 수건으로 감싸줄때 엄마의 품안에서  아이가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엄마는 피부로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수건을 보면 목욕탕 청소를 하고 싶어진다. 금방 닦아도 물방울로 얼룩이 져 있는 목욕탕 거울을 마음에 얼룩을 닦아내듯 물기 없이 아주 말끔하게 수건으로 닦아내고 싶다. 수건을 보면 삶은 빨래를 하고 싶어진다. 우기에 눅눅하게 고여진 빗물 때문에 기운없이 늘어져 있는 수건을 보면 계란껍질을 넣고 푹푹 삶아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여러 번 맑은 물에 헹구어  모시천같은 햇살에 널어 말리고 싶다. 이렇게 우리곁에서 자신의 맡은 역할을 너무나 충실히 하는 수건이지만 수건도 가끔은 몸살을 앓으며 머리에 띠를 두르고 파업선언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사는일이  녹녹치 않아 예기치 않은 상처에 내 마음을 베이고 내 영혼에 병이 들어 내 일상이 권태로워질 때면 덩달아 우리 집 수건도 제 역할을 포기하고 며칠씩 세탁바구니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비로서 꽃이 된다는 "김춘수"님의 시처럼.수건도 우리가 불러 줄때 자기가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진자리를 마른자리로 뽀송 뽀송하게 제역활을 할때에 비로서 행복해진다는걸 나는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자운영 2005.05.22 http://blog.daum.net/srg6328/1591197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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