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111) “우리 이렇게 살아요”
2007/09/18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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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111) “우리 이렇게 살아요”




서울에서 20년 넘게 보일러 사업을 해온 이 모씨. 그는 요즘 장사가 너무 안 돼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평생을 해온 일이라 쉽게 포기할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




IMF를 만나 거덜이 나고도 오늘보다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텨온 세월이 10년이건만, 형편이 좋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더 나빠져 지금은 아예 자포자기 상태다.




한때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수성가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돈도 꽤 벌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다 날아가 버렸다.




도미노 게임을 하듯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연쇄부도의 회오리 속에서 그 역시 거대한 IMF 덫에 걸려 수십억 부도를 맞고 나가 떨어졌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도 다 까먹고 종업원마저 떨어져 나간채 혼자서 손바닥만한 사무실을 하루종일 지키고 있다 보면 부아가 치밀어 속이 뒤집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IMF이후로도 계속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이후로 공사를 해주고 받지 못한 미수금만 해도 모두 합치면 10억은 족히 넘을 것이라며 껄껄 웃는 모습이 애처롭다.




하지만 공사대금을 주고 싶어도 없어서 못 주는 상대방의 딱한 사정을 훤히 알다보니 내입장만 생각해서 야박하게 계속 독촉만 할 수도 없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TV나 신문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사건사고 뉴스에서 봐서 알듯이 폭력배를 동원해서 채무자를 감금협박 폭행해서라도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나 살자고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공사만 해주고 돈 한 푼 못 받아 낭패를 본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이제는 아예 공사가 들어와도 겁이 난다고 한다. 공사를 해주고 돈을 못 받으면 이중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공사 주문이 들어오면 ‘달러돈’을 얻어서라도 우선 자기 돈으로 비싼 자재를 구입해서 공급을 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적은 공사라도 차 한 번만 움직이면 최소 1000만원이 넘는데 1000만원이라 해도 한번 뜯기면 2000만원이다. 그런 일이 한 달에 두서너 건만 물려도 몇 천 만원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다고 이 바닥 업계 특성상 주문 받은 공사를 안 할 수도 없고, 공사를 하기 전에 선금을 요구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국내 경기가 총체적으로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르는 요즘의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가 어디 그 하나뿐이랴.




먹이사슬처럼 서로 얽히고설킨 거래처에서 받을 돈을 못 받고 어느 한쪽이 물리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 피해사례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하도 당하고 뜯겨봐서 이제는 웬만한 충격에도 단련이 되었다면서 그는 애써 무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사장은 바닥을 모르는 경기 침체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현실에 실망하고 좌절하면서도 현실을 쉽게 떠나지 못할 것 같다.




평생 한 우물을 파온 이 사장에게 보일러는 경기 불황과 상관없이 이미 천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동변 상련의 옆 가게에서 마침 이 사장을 부른다. 사무실에 술판 벌여 놨으니 장사 안 된다고 속만 끓이지 말고 잠깐 건너와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웃으면서 한마디 툭 던지는 이사장의 말에 삶의 애환이 녹이 있다. 




“우리 매일 이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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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6년 09월14일 10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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