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201) 실수로 먹고사는 사나이 손원일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면 실수는 성공의 디딤돌이라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NG로 먹고사는 NGTV(www.ngtv.net)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실수가 세상을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NGTV를 운영하는 손원일사장(37).
NGTV는 광고 NG를 가지고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회사다. 손사장은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는 매개역할로 NG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NGTV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돼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 광고라면 NG는 그 보조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NG를 통해서 연상시킬 수 있어 자연스럽게 상품소개가 가능하고 그래서 실제로 광고주들이 NG를 잘 올려달라고 직접 요구할 정도로 그의 NG 사이트는 주목도가 높아졌다.
완제품 CF에 NG를 곁들여 광고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만큼 NG도 컨텐츠로 당당히 대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NG는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가 NG사이트에서 네티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한편의 광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실수 없이는 성장도 없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실수를 통해서, 실수를 인정했을 때, 보다 더 나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NGTV는 유료 광고주 위주로 CF를 주로 찍고 더불어 뮤직비디오와 영화 촬영현장도 찍는다. 사이트에는 NG와 원래 완성된 광고를 같이 실어 광고 효과를 높여준다. 2000년 2월 오픈. 초기에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공중파 연예관련프로에 NG장면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서 인지도를 높여나갔습니다. 방송국에서는 NG가 필요한 자료였고 저희는 '자료협조 NGTV'라는 홍보효과를 얻었습니다. 그러면서 NG가 서서히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CF감독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 찍지만 그는 CF촬영 현장을 찍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긴다. 연기자들이 연기를 잘할 수 있도록 감독이 연기흉내를 내고 웃기기 위해서 쇼도 하는 그런 모습이 다 NG 카메라에 포착된다. 쵤영현장의 모든 장면이 NG의 소재거리가 되는 셈이다.
"TV에서 볼 수 있는 CF는 목적에 의해서 연출된 장면들이지만 저희가 잡는 NG는 CF를 잘 다듬고 만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현장이지요"
CF를 찍을 때 스텝들이나 연기자들이 그의 카메라를 인식할지 그것이 궁금했다. 어찌보면 CF 촬영현장에 NGTV가 끼어들어 신경이 쓰일법도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연기자들은 감독지시와 스토리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로가 자기 직업에 철저한 프로가 된 것이다. CF스텝도 연기자도 NGTV도 서로 방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오직 자기 일에만 열중하다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CF 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지시에 따라 저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프로는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까지도 표출해내기 위해서 애쓰는 감독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사람의 지도자가 참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고 감독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도 한때는 AE였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94년 대홍기획 AE로 입사하여 '레쓰비', '실론티', '이브' 등 인기를 끌었던 CF의 기획을 맡았다. AE를 하면서 소비자와 시장의 성향을 분석해내는 능력을 키운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00년까지 대홍기획에 근무하다 NGTV를 창업하면서 나왔다. 국내에서 유일한 NG 전문사이트. NGTV가 찍은 NG장면은 NG사이트에 올리고 방송국이나 광고주가 요청해오면 제공해준다. 새마을호나 지하철 TV에도 요즘에는 NG장면이 많이 나간다.
개그맨이나 코믹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CF를 찍으면 재미있는 NG들이 많이 나온다. 연기가 안돼서가 아니라 서로 웃음을 참지 못해서 나는 NG가 대부분이다. 그는 자신이 만난 연기자중에 가장 NG없이 깔끔하게 찍는 배우로 채시라를 꼽는다.
"우리사이트가 겉으로 보기에는 엔터테인먼트지만 뒤에 숨어있는 것은 마케팅입니다.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이 광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광고주가 의도했던 제품과 관련된 메시지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는지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장점을 살려 NGTV는 광고관련 리서치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광고주들이 요구하면 NGTV 회원을 상대로 리서치를 해주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광고주가 신규광고를 제작할 때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취미는 사진촬영. 동호회 활동을 많이 해오다가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못간다. "광고주들이 새로운 미디어를 찾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저희 사이트는 동영상위주로 가기 때문에 TV 광고의 보조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갈수록 이분야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앞으로 마케팅과 관련해서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광고주들이 원하는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CF와 NG를 통해 재미있는 볼거리를 계속 제공해 나갈 것이다.
실수로 먹고사는 직업. 순간의 실수도 그의 NG카메라를 피해갈 수는 없다. CF감독이 밤새워 촬영하면 NGTV도 같이 밤새워 CF촬영 현장을 찍는다.
해외 CF를 찍으면 함께 따라가서 NG를 찍기도 한다. 그럴 때는 스케줄을 CF 스텝들과 똑같이 잡는다.
실수투성이 사이트. NG를 담아 놓았으니 그렇게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실수가 이토록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그는 예전에는 미쳐 몰랐다. 그의 사이트에 가면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풍토일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실수투성이 사이트라 해도 그는 기분이 좋다. CF 촬영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어떠한 실수도 돈벌이가 되는 컨텐츠로 업그레이드 시켜 먹고사는 사나이 손원일이 아닌가.
술고래. 대병소주 하나쯤이야 거뜬히 마실 수 있다니 그야말로 주량이 밑 빠진 독이다. 아직 미혼. 배우자감으로는 편안한 여자가 좋단다.
"저 역시 무난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까 모나지 않고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실수가 세상을 만들고 NG로 먹고사는 사람이지만 그의 결혼 상대만큼은 그의 소망대로 NG가 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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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2/03/25 09: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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