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208) 언양 자수정 3대 지킴이 김 철
2004/02/20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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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208) 언양 자수정 3대 지킴이 김 철

마음의 평화와 성실, 진실을 상징하는 자수정은 예로부터 그 맑은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자수정은 그 붉고, 맑게 솟아나는 빛이 사람의 마음을 앗아가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자수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자신도 알 수 없는 묘한 신비감에 푹 빠져들거든요"

자수정에 미친 사나이 김 철(38).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자수정 채굴에 매달려 살고 있다. 가업 3대를 이어온 자수정 채굴기간을 모두 합치면 자그마치 100년에 가까운 자수정 지킴이다.

예로부터 우주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자수정은 그 자체에서 좋은 에너지가 방출되어 주위의 나쁜 기운을 흡수, 정화하기 때문에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많이 지녔다고 한다. 또한 수정은 기의 증폭 및 확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특히 연설가나 종교인들의 애용품으로 이용돼 왔다.

그런가 하면 고대인들은 완벽한 우주가 수정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믿고 우주의 진리를 깨닫는 데도 수정을 이용했다고 한다.

자수정은 생산지와 등급에 따라 가격차이가 엄청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산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채굴 작업을 해오고 있는 언양은 세계에서도 가장 알아주는 자수정 도요지.

언양은 신라시대부터 자수정 채굴이 이루어지던 곳으로 배가 아플 때 민간요법으로 자수정을 집어넣은 물을 끓여 마시면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공식적으로 채굴이 허가된 광산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폐광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개인채굴은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그는 자수정 채굴로 가업 3대를 이어오면서 자수정에 얽힌 사연도 많다.

서부개척시대에 일확천금을 꿈꾸던 사람들이 금맥찾아 서부로 모여들 듯이 전국의 채굴업자들이 자수정 찾아 언양으로 몰려들던 꿈같은 시절도 있었다.

한참 광산이 잘 될 때는 자수정이 길거리까지 굴러다닐 정도로 널려있었다고 한다. 채굴업자들이 캐낸 자수정을 운반하다 흘린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가 그 당시 동네에서 가장 기름지고 좋은 논을 매일 10마지기씩 사들일 수 있는 자수정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달동안 계속 캐온 적도 있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아버지를 따라 다니다 보니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자신도 모르게 이 길로 빠져들어 본업이 되었다는 김 철씨. 그때 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수정채굴이 성업을 이룰 때 언양은 번창한 도시였다. 일본 가와사키 오토바이로 경제적 가치를 매기던 시절 부산보다 언양이 더 컸다면 과연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당시 부산은 가와사키 오토바이가 24대였는데 세계적 자수정의 도요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언양은 무려 28대나 되었다고 한다.

질 좋은 이곳 언양자수정은 특히 일본인들에게 많이 팔려나갔다.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석 1호로 이곳 언양자수정을 꼽는다고 한다.

광산이 폐광되기 전에는 광업소에서 대대적으로 채굴을 했기 때문에 자수정을 캐내는 양이 많았지만 지금은 개인업자들이 부분적으로 사비를 들여 소량 채굴을 하기 때문에 희소가치는 높아진 반면에 헛소문에 가려 판로가 어려워졌다.

이곳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 일에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보석으로 알려진 자수정. 특히 이곳 언양자수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몸에 좋다는 옥이 아닌가.

한번은 아버지가 자수정을 캤는데, 수백캐럿짜리였다. 그런데 아버지를 따라 다니는 일꾼이 눈이 휘둥그래진 채 그 자수정을 보더니 '서울에 가서 비싼 값에 팔아 오겠다'면서 달라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무런 의심없이 자수정을 일꾼에게 건네줬다.

그러나 자수정을 건네받고 서울로 떠난 일꾼은 그날 이후로 함흥차사였다. 속된 말로 돈을 갖고 튀듯이 자수정을 가지고 흔적도 없이 바람처럼 튀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자수정은 20여년전 당시 시가로 몇억원에 상당하는 거금이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아버지는 자수정 채굴업을 해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사기도 많이 당했다고 한다.

자수정 가업 3대를 이어오는 그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믿기 어렵겠지만 모은 재산이 없다. 아버지가 자수정으로 번돈을 아버지가 모두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한번도 원망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36캐럿짜리 A급 언양자수정을 보여주면서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맞혀 보라는 말에 100만원, 아니 천만원 쯤 될 것 같다고 하자 고개를 젓는다. 수천만원은 족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크면 클수록 가치는 더욱 뛰어 50캐럿 이상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3대째 자수정업계에 종사해온 사람은 국내에서 그가 유일하다. 그는 가업 3대째 내려오는 언양자수정 채굴업자의 맥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고민이다. 그의 바람은 언양자수정을 지속적으로 소비시킬 수 있는 판로를 찾는 것. 그러나 언양자수정은 매력도 크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서 판로를 뚫기가 쉽지 않다. 유통과정에서 중국산 등 턱없이 값싼 외국산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미 폐광된 언양에서는 더이상 자수정이 나오지 않는 다는 헛소문이 나돈 이후로는 중국산이 많이 들어와 판로가 더욱 어려워졌다.

언양자수정 광산채굴은 폐광되어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개인 채굴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도 쉬지 않고 열심히 자수정 채굴을 해오고 있는 그가 바로 산증인이 아닌가.

3대 언양자수정 지킴이 김 철. 할아버지가 그랬고, 아버지가 그랬듯이 자수정의 마력에 이끌려 오늘도 그는 광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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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2/04/27 16: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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