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364) 엑스트라 총괄 관리 카리스마의 사나이 조한규
TV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보조 출연자들을 캐스팅하고 관리하는 전문회사 (주) 월드캐스팅넷 조한규 실장(50)은 이 바닥에서 24년을 활동해온 베테랑으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동안 방송 3사를 넘나들며 인기 사극, 드라마 등에 ‘엑스트라 군단’을 이끌고 나타나 꾸준히 제작에 참여해왔다.
지난 2007년에도 SBS 대하사극 연개소문 촬영현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자신의 내공을 몽땅 쏟아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연개소문을 맡아 2006년 2월부터 1년 6개월 가까이 촬영현장에서 보조출연자(엑스트라)들을 지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그는 종영 이후 서울 여의도 ‘월드캐스팅넷’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다음 대작을 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연개소문 촬영 피크때는 석달동안 매일 보조출연자(엑스트라)를 400명씩 동원했어요. 여러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문경 세트촬영장까지 7~8시간씩 내려가는 강행군이죠. 드라마가 막바지로 치달아 극중 인물이 많이 죽으면 여유가 생기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엑스트라끼리 당나라, 고구려 칼 들고 싸우다가 연기자는 어느 날 하루 와서 연기만 하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연기자들이 ‘화면발’을 화려하게 받으며 말 타고 달리면 뒤에 창 들고 엑스트라가 뛴다. 흙탕물에 빠져 고생하는 역할도 고스란히 엑스트라 몫이다.
촬영 현장은 준비과정부터 전쟁이다. 엑스트라를 총괄 관리하는 그는 중학생부터 80노인까지 집합해서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옷 갈아입히고 전투 현장에 창 들고 내보낸다.
“개그 콘서트 못지않게 촬영현장 자체가 모두 배꼽 잡는 스토리이고 코미디감입니다. 소형카메라로 촬영 전 과정을 찍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틀림없이 한류 탔을 겁니다.”
연개소문을 찍으면서 애환도 많고 좋은 추억도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문경새재 세트 촬영장에서 눈이오나 비가 오나 수 백 명이 줄을 서서 눈비바람 다 맞으면서 달랑 식기 하나 들고 밥을 타 먹는 장면도 진풍경이다.
보조 출연자가 그 고생을 하면서 출연료로 받는 돈은 4~5만 원선으로 생각보다 열악한 편이라며 그는 앞으로 대우가 현실화되기를 희망한다.
“엑스트라도 등급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열심히 뛰는 사람이 좋죠.”
그런 ‘핵심 엑스트라’ 40여명을 고정으로 특별 관리한다. 대하사극 세트장 주변에 그들을 위한 숙소를 따로 마련하여 먹고 자고 촬영하고 끝나면 쉬도록 특별 배려를 한다.
“엑스트라 옷 입는 것부터 시작해서 처음 나온 사람 도와주고 뭐든지 선봉에 서서 연기를 하지요. 활도 제대로 쏠 줄 아는 사람이 해야 하잖아요. 눈이오나 비가 오나 촬영하면 물에 빠지는 역할도 하고 그들이 선봉이 돼서 먼저 뛰어들어요.”
질서가 잡힌 군대도 아니고 엑스트라 수백 명 다스리는 게 쉽지 않다. 불화살 날리고 창칼 들고 싸우는 장면을 촬영하다보면 하루에 10명 넘게 다쳐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도 있다.
환자 발생하면 후송시키고, 촬영도 해야 하고, 밥도 챙겨야 하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털어놓는다.
“모든 통제가 제 머리 속에서 이뤄져야 해요. 순간순간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서 사사로운 정에 끌려서는 절대로 일이 될 수가 없어요.”
평상시 현장에 나가면 새벽부터 쉬는 시간도 없다. 스텝보다 한 시간 일찍 시작해서 수염 달고, 의상 분장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텝이 하루 촬영을 모두 마감해도 엑스트라는 그들보다 한 시간 늦게 끝난다. 일찍 시작해서 늦게 끝나는 만큼 고생을 많이 한다.
“야! 움직여!”
담당 PD의 ‘레디 액션’ 사인이 떨어지기 0.5초전에 조 실장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다. 이 한마디에 엑스트라가 일제히 동작을 취한다. 정지된 상태에서 스탠바이 하는 것 보다 0.5초 전에 미리 엑스트라가 움직이는 것이다.
동선의 흐름이 움직임과 동시에 연기자가 쓱 나타나야 동선이 살아있지 연기자와 똑같이 움직이면 한 박자 늦다는 것이 오랜 경륜으로 터득한 그만의 노하우다.
“하루에 엑스트라들은 옷도 7~8번 갈아입어요. 당나라 군사도 됐다, 장군도 됐다, 고구려 군사도 됐다가, 변신이 다재다능합니다. 금방 붕대감고 신음하다가 다음에 장수 신 있으면 고구려 부장 옷 입기도 하고 별별 신이 하루에도 다 있어요.”
인기를 끌었던 국민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와 삼식이가 극장 기습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관객들도 모두 그가 동원한 엑스트라 들이다.
아무리 인기드라마라도 그가 이끄는 엑스트라가 없으면 속된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 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촬영현장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엑스트라가 진짜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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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14일 0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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