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4) 떴다 국민기수 박태종 ②
2004/03/28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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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 인터뷰] (4) 떴다 국민기수 박태종 ②

실력만이 통하는 세계. 간발의 차이로 울고 웃는 경마. 스피드로 먹고 사는 그이지만 말투는 어눌하고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 그러나 집념이 강하다. 어릴때부터 무슨일에 한번 손을 대면 끝을 보고 만다. 그런 집요하고 끈질긴 성격이 그를 오늘의 국민기수로 만들어 놓았는지 모른다.

그의 기록을 살펴 보면 2년마다 상승세를 탄다. 93년 37승에서 94년 69승으로… 95년 50승에서 96년에는 102승으로 100승 돌파라는 한국 경마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세운다. 다승왕의 영예와 함께 화려한 박태종의 1인 독주시대가 열린다.

97년 55승, 98년 78승, 99년 77승으로 착실하게 승수를 쌓아 나간다. 기승만 하면 천하가 부럽지 않은 박태종이지만 그에게도 많은 아픔이 있었다. 끝없는 부상에 시달려 왔다. 낙마하여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5개월간 입원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 무려 7차례나 병원신세를 졌다. 정형외과 단골환자가 된 셈이다. 작년에도 100승 돌파가 기대 되었으나 11월20일 중상을 입는 바람에 차질이 생겼다. 제1경주에서 신인기수와 충돌하면서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쳐 3개월이나 장기입원을 했다.

역시 박태종이었다. 부상으로 무려 3개월이나 장기결장을 하고나서도 그의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올 2월에 다시 재기한 그는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승승장구를 하면서 경마팬들을 열광시켰다. 4월 한달 동안에만 44번 기승하여 우승 13회와 준우승 6회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다. 올해 통산 성적은 51승. 부상으로 인한 공백때문에 연말까지 가더라도 100승 돌파는 어려울것 같다.

자신의 실력이라기 보다는 좋은 말을 탈기회가 많아서 승률이 높았을 뿐이라는 그의 말에서 겸손함이 묻어난다. 좋은 말을 자주 탈수 있게 해주는 마주님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승을 많이 하기 때문에 다른 기수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단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 선의의 경쟁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레이스에서 양보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말없고 수줍음 잘타는 그이지만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무서운 투사가 된다. 함께 뛰는 모든 기수가 다 경쟁상대요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경주에 임한다. 그는 체력훈련을 많이 하는 기수로도 유명하다. 특히 집에 와서까지 목재로 모형마를 만들어놓고 그위에서 실전을 방불하는 연습을 한다.

부상을 잘입는 선수. 그만큼 물불 안가리고 경기에 임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낙마하여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 있으면 다시는 말을 타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다가도 퇴원할 무렵이면 경마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 거린다.

150cm의 키에 47kg. 기수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이상적인 신체조건이다. 살이 안찌는 체질이기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걱정이 없단다. 오히려 살이 찌려고 노력을 해봤다. 하지만 체중은 조금도 불어나지 않았다. 그러기에 다른 기수들이 겪는 과식이나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를 그는 모르고 산다. 신체조건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타고난 기수다.

그는 1996년과 1999년에도 MVP가 되었다. 우승을 밥먹듯 해왔지만 그중에서도 지난 5월열린 코리언더비에서 1등상을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출발이 늦어 우승은 힘들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끝까지 사력을 다한 역주끝에 순위를 가리기 힘들만큼 한코차이로 우승한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부 경마팬들로부터 정보를 알려 달라는 유혹을 받기도 했다. 병원에 입원했을때 몇번씩이나 끈질기게 찾아와 만나달라고 하는 40대남자가 있었다. 아주 집요하게 매달리는 바람에 병원식당에서 만났다. 그러자 다짜고짜 흰봉투를 내미는 것이었다. 손잡고 함께 해보자는 말과 함께… 아니나 다를까 정보를 달라는 유혹. 단호하게 거절해서 돌려보냈다.

유혹을 한번 받으면 미끼가 되어 돌이킬수 없는 파멸에 이른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오해소지가 있는 자리는 절대로 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전화를 해와도 선뜻 나가지 못하고 망설여질때가 있다. 인간관계가 그만큼 좁아질수밖에 없다.

기수가 된이상 외부사람들과 단절하고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와 접촉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부정의 유혹을 받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마가 열리는 주말에는 감금아닌 감금생활을 한다. 토요일 새벽에 출근하여 일요일 마지막 경주가 끝날때까지는 외부와의 전화까지도 철저하게 통제를 받는다.

1997년 낙마부상으로 장기입원하는 동안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말하자면 부상이 가져다준 행운이었다. 8살 연하의 이은주씨. 당시 그의 팬클럽 회원이었던 이씨는 양구에서 승마교관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두사람 사이가 가까워질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었다. 수줍음 많이 타고 숫기 없는 그가 용기를 내어 청혼을 한다. 그렇게 만나 결혼하여 현재 딸 수정이를 두고 있다.

현역 기수중 최다승 기록 보유자로 수입도 단연 최고. 연간 벌어들이는 상금이 억대에 달한다. 올해들어서는 월 1천만원이 넘는다. 외형상으로는 4천만원. 하지만 이리 저리 각종 세금으로 빼고 나면 실수령액은 3분의 1정도. 지금 추세로 연말까지 가면 2억원까지도 바라볼만 하다.

그러나 남은 재산은 별로 없다. 부모님 집 사드리고 형과 여동생 결혼비용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퇴근하면 가정으로 돌아가 자상한 가장이 된다. 귀여운 딸 수정이와 함께 놀아준다. 휴일인 화요일에는 산에 다니거나 수영을 한다.

"앞으로 체력이 다할때까지 현역으로 뛰겠습니다." 그러다가 현역에서 물러나면 조교사로 남을 생각이다.

그는 경마팬들에게 권한다. "경마를 절대로 도박으로 하지 말고 가벼운 레저로 즐겨야 합니다. 2만원 정도 경비로 주말 경마공원에 놀러온 셈치고 가벼운 베팅을 하면 주중에 쌓인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고 레저도 즐기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누릴수 있지 않겠습니까?"

"박태종같은 실력을 가진 기수가 하나이기 때문에 경마가 재미 있습니다. 그런 기수가 또한명 있다면 경마는 하나 마나 아니겠습니까. 무조건 두사람만 찍으면 우승 적중률 100%가 될테니까 말입니다. 그럼 재미 없지요." 경마장 주변에서 몇십년을 살아왔다는 경마팬의 이색논리가 그럴듯 하다.

한때 포크레인 운전기사만 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박기수. "내가 할일은 경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한우물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파다 보니 지금까지 왔습니다. 기수가 되지 않았으면 누가 나를 알아주겠습니까? 작은체구로 5백kg이나 되는 육중한 말을 몰고 총알처럼 달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천리밖으로 확 달아나 버립니다. 기수야 말로 내게는 최고의 직업이며 천직입니다. "

국민기수 박태종의 경마 예찬론이다. 과거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그의 오늘이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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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 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2000/08/18 10: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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