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24) 인간극장 주인공 박복규를 아시나요 누구라도 자신의 인생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 된다. 자신의 인생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천하를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과천벌의 풍운아 박복규기수(33). KBS 다큐멘터리 프로 인간극장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KBS 인간극장팀에서 담당 PD와 작가선생님이 과천 경마공원에 들어와 기수 4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다. 그중에서 박기수가 주인공으로 뽑혔다.
박기수를 말하자면 사연이 길다. 기수면허 받는 기간은 길었지만 정작 말탄 기간은 짧았다.
다른 어느 기수보다도 우여곡절이 많다 보니까 그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지 않았나 싶다.
12월 11일(월)부터 15일(금)까지 저녁 8시45분에 방영된다. 기수들의 생활에 대한 모든 과정이 여과없이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박복규라는 인물이 누구길래 그 많은 기수중에서 주인공으로 선택됐을까? 일단 그의 말을 들어본다.
87년 14기 기수양성소 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체중 1kg 초과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기수대신 마필관리사 생활을 했다. 기수가 되려던 사람이 뜬금없이 왠 마필관리사? 좀 엉뚱해 보였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는 떨어졌더라도 다음에 있을 시험에 합격하려면 아무래도 마사회 안에 있는 것이 유리할것 같았다. 그래서 마필관리사로 일했다. 정성이 통했나?
1년후 다시 응시한 시험에 합격해서 88년 6월 1일 기수후보생 15기로 양성소에 입소한다.
1년 6개월째 교육을 받던중 영장이 나오는 바람에 군대에 입대하여 3년을 보낸다. 기수가 그렇게 되고 싶었는데 이건 또 무슨 악연이란 말인가? 지질이도 복없는 박복규…
제대후에 보니 기수 후보생 교육 받는 인원이 없었다. 같이 들어온 동기생들은 이미 기수로 데뷔하여 현역기수로 뛰고 있었다. 왜 이리 꼬이나 싶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박복규가 아니었다. 다시 관리사로 들어갔다. 2년 6개월동안 마필관리사 생활을 했다.
기수가 되려다가 엉뚱하게 마필관리사로 두번씩이나 운명이 바뀐 셈이다. 94년 10월에 다시 잔여기간 6개월을 채우기 위해 기수양성소에 들어가 1기 후배인 16기와 졸업을 같이 한다. 95년 6월1일 꿈에 그리던 기수면허를 받았다.
첫데뷔전은 꼴찌. '패트리어트' 라는 이름의 말을 타고 꼴찌로 들어왔을때 하늘이 노랠 정도로 막막했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 좌절은 없다. 고난은 있을 지라도…
첫승리의 감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비인기마 '티티카카' 를 타고 첫우승을 하면서 팬들에게 430배가 넘는 초고액 배당을 선사했다.
그때의 감격스런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수가 없었다. 기수 양성소에 첫발을 내딘지 거의 10년만에 이룬 첫승이니 그 감격이 오죽하랴…
기수생활을 하면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젊은 혈기로 길거리에서 싸움 한번 한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했다.
상대가 많이 다쳐서 합의를 봐야 하는데 소위 빽이 없어서 손을 쓸수가 없었다. 그때 평소 친했던 전직기수가 나서서 도와 주는 바람에 합의를 할수가 있었다.
눈물나게 고마웠다. 이때 같이 합의를 할수 있도록 도와주웠던 경마팬 K씨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전직기수와 대화중에 경마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전직기수에게 한말이 어찌 된 셈인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것 때문에 엉뚱하게 부정경마 회오리에 휘말리게 되었다.
억울했지만 빠져 나올 방법이 없었다. 그 뒤로는 아무리 절친한 사람과도 경마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당시 싸움을 한것도 사실은 억울하다고 그는 말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고 그냥 구경만 할수 없어서 말리려고 했다.
싸움을 뜯어 말리는 가운데 상대가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는 것이었다. 말리는 그가 계속 참다가 결국에는 화가나서 한방 날리고 말았다. 그것이 상대에게 치명타가 되었다.
단 한번의 펀치로 전치 14주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 사건 때문에 폭력 가해자가 되어 구속영장을 받았다.
그때 평소 친하게 지낸 전직 기수가 풀려나도록 그를 도와준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몇번 만났는데 잘못 꼬이는 바람에 부정경마로 얽히게 된 것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던가? 그것이 그에게는 큰 교훈이 되었다. 부정경마가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말을 본격적으로 타는가 싶더니 그런 일이 터져서 한동안 골머리가 아팠다. 말을 타다가 크게 다쳐 병원생활을 많이 하기도 했다. 한달 이상 장기입원을 한 횟수만 해도 무려 8차례나 된다. 기수 생활을 하면서 500일 가까이 병원 생활을 했다.
그래도 말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병원신세를 지고 나면 말타는데 있어서 흐름이 자꾸 끊긴다. 그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취미는 볼링. 전성기때 애버리지 180. 거의 선수급이다.
운동은 만능으로 그가 따낸 쿵후 합기도 태권도를 합치면 8단의 고수가 된다. 인간무기. 한때 건드리면 폭발하는 인간무기였다. 별명은 터미네이터. 만능 스포츠맨에 걸맞는 이름이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먼저 덤비더라도 오히려 얻어맞고 살려고 한다. 때리지도 않지만 사실은 얻어 맞기도 싫다. 어려서부터 운동이라면 사족을 못썼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을 따라 평택으로 이사와서 고등학교까지 거기서 다녔다. 고교 3년동안 반장을 할 정도로 리더십이 뛰어났다. 성적은 중상위권.
기수가 뭔지도 몰랐다. 그런데 친구로부터 기수시험이 있으니 한번 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를 받고 평택에서 무작정 올라와서 시험에 응시한다. 그런데 기수데뷔하기 까지가 그렇게 꼬인 것이다.
말을 타면서 거둔 성적은 그런대로 좋았다. 승율 8.2%로 이정도면 중상위권에 해당한다. 말을 탈때 남들이 안하는 기승술로 우승했을때가 많다.
말을 채찍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몰아서 보낸다. 마필에 따라서 '등자' 를 짧게 하고 복숭아뼈로 말을 탄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런 특이한 기승술이다.
가장 아끼는 말은 '장수'. 두번 타서 두번 다 우승했다. 앞으로 기대를 많이 해도 될만한 말이다.
지난 11월25일 토요 3경주에서도 9번마 장수를 타고 거뜬히 우승했다. "훈련을 길고 강하게 했어요. 불안했지만 검량을 하는데 말 상태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말을 믿고 편하게 탔습니다. 그것이 우승으로 이어졌나 봅니다"
KBS 인간극장 촬영팀이 약 3주 반 동안 그와 숙식을 함께 하면서 촬영을 했다.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찍어갔는데 어떻게 편집되어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며 씽긋 웃는다. 주인공이 되어서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성적도 좋아졌나!
키 161에 체중 49KG. 아직 총각이다. 애인이 경마공원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 다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댓가만 얻고 싶어요. 힘들게 따낸 기수인 만큼 열심히 해서 정년을 맞을때까지 뛰고 싶습니다. 체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조교사로 전향하여 경마장에서 영원히 인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마디 던진다. "팬여러분, 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간극장 프로를 잊지 마시고 꼭 시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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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 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2000/11/30 13: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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