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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 (506) 노인정 대신 초등학교 입학한 ‘꼬부랑손’ 할머니들
2012/02/22 00:00
입력
[클릭이사람] (506) 노인정 대신 초등학교 입학한 ‘꼬부랑손’ 할머니들
세상을 살면서 가장 큰 설움은 뭐니 뭐니 해도 배우지 못한 설움이 아닐까 싶다. 못 배운 설움이 얼마나 컸으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 초등학교에 들어갈 생각을 할까?
▲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노인정에 가는 대신 초등학교에 입학한 할머니들. 왼쪽부터 최고령 입학생 신복순(84), 엄미숙(81), 강옥준(80) 할머니. © 피플코리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해서 천추의 한(恨)이 된 할머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인정에 가는 대신 책가방을 들고 매일 학교로 등교하는 초등학교 1학년 새내기들이다. 8순이 넘은 나이도 배움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곱디 고왔던‘고사리손’은 ‘꼬부랑손’이 되었고 몸은 비록 할머니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잃어버린 초등학교 푸른 동심으로 다시 돌아왔다.
만학도들의 배움의 요람인 양원초등학교 제 8회 입학식이 지난 3월 6일(화) 오전 10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양원초등학교(교장 이선재)는 늦은 나이에 배움을 삶의 기쁨과 보람으로 여기며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배움터다.
배움의 시기를 놓친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며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4년에 걸쳐 이수하면서 졸업하면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한국 최초 성인대상 학력인정 초등학교다.
아들, 딸, 사위, 손자, 손녀 등 가족들의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초등학교에 입학한 할머니들은 이제 노인정 대신 책가방을 들고 공부하러 매일 초등학교로 등교한다.
올해 입학한 초등학교 입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67세다. 그 중에는 80대 할머니들도 5명이나 된다. 최연소 40대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50~80대다.
놀라지 마시라.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면서 배움의 꿈을 안고 전국에서 모여든 늦깎이 입학생들이 자그마치 350 명(10 학급)이나 된다. 서울 전역은 물론,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에서까지 입학을 하였다.
▲ 양원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을 대표하여 "이삼순 선서합니다" ©피플코리아
그동안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평생을 가슴 웅크린 채 자신감을 잃고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제 양원초등학교를 통하여 배움의 한과 서러움을 달래고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올해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중에는 84세 신 복순 할머니도 있다. 팔순을 넘어 초등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여 죽을 때까지 배우고 싶다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최고령 입학생인 신복순 할머니는 서울 신수동에서 5남 3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배움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TV를 보고 늦은 나이에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큰 며느리가 학교에 함께 와서 등록을 시켜 주었다.
은행, 병원에 가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엄미숙(81)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먹고 살기가 힘들어 학교를 입학하고도 다니지 못했다. 아들, 딸이 결혼하여 손자까지 맡기는 바람에 지금까지 자신의 삶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배움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먼저 늦깎이로 입학한 사촌 올케가 ‘다녀 보니 너무 좋다’고 권하여 이번에 입학하게 되었다.
서덕례(81) 할머니는 전남 나주에서 1남 5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가난한 산골마을에서 자란 탓에 학교를 못 다녀 공부가 소원이 될 정도로 한이 맺혔다.
아들 4형제 모두 결혼시키고 지금은 홀로 지낸다는 서덕례 할머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실이 너무 좋고 행복하여 죽을 때까지 배움의 끈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한다.
▲ ©피플코리아
작년에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뜨는 바람에 글을 몰라 은행일도 못보고 공과금도 제때 처리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김 오목(80) 할머니도 이번에 입학하여 학교 다니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지내고 있다.
경기 강화도 교동에서 배와 버스, 지하철을 다섯 번이나 갈아타고 왕복 7시간을 달려온다는 이희숙(62세) 씨도 있다. 글자만 알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빨리 배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찬 할머니다.
자녀들이 엄마의 새 인생을 열어주려고 등록시켜 군산에서 하던 식당을 접고 서울로 이사 한 김정애(62세) 씨도 1학년이 되었다.
그동안 글자를 몰라 눈치로만 살아왔다는 김정애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 꿈인지 생시인지 아직까지도 마음이 설레이고 두근거린다고 한다.
김경례(68) 할머니는 강원도 춘천에서 버스로 나와 전철을 타고 등교한다. 왕복 5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지만 공부에 대한 응어리를 풀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어 마음에 상처가 컸다는 김경례 할머니는 지금부터 열심히 배워 자신처럼 배움에 한이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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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
/ 김명수기자
people365@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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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3월17일 16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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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기자
people365@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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