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48) 성실맨 천창기 기수
2004/07/22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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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인터뷰] (48) 성실맨 천창기 기수
 
천창기(36) 기수는 한마디로 성실맨이다. 인터뷰를 하는 날도 무려 9마리의 말을 조교 시키느라 세수도 못하고 왔다면서 기자앞에서 멋적은 표정을 짓는다. 

▲     ©피플코리아
경북 안동이 고향이지만 댐이 생겨 마을이 수몰되는 바람에 일가 친척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그 역시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수 양성소 13기로 들어와 87년 4월1일 기수 데뷔. 처음에는 동기 30명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14명만이 현역기수로 뛰고 있을 뿐이다. 그는 현재 기수협회 부회장이라는 감투도 가지고 있다.

기수생활 초반부터 체중조절 때문에 고생이 심했다. 보통 하루 사이에 안 먹고 운동하면서 3Kg을 빼야 했다.
 
체중을 많이 빼고 말을 타다가 힘을 주면 근육이 뭉쳐서 몸에 마비가 왔다. 그러면서도 촉망받는 기수로 성적은 좋았다.

그러다가 신인에서 벗어나 조에 배치된 후 91년부터 95년까지 5년이라는 기간을 거의 허송세월로 보냈다. 경주도 안 풀리고 어려움이 많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96년에는 말을 타다가 다섯 번이나 떨어져 일년내내 병원에서 보냈다. 다쳐서 입원하고 퇴원하면 또 다치기를 반복하다 보니 일년이 다 지나갔다. 두 번은 크게 다치고 한번은 말 다리가 똑 부러지는 등 불운의 연속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고개를 넘으니 내리막길이 이어지듯 97년부터는 큰 부상도 없었고 성적도 꾸준했다. 98년 가을 아일랜드 경마학교에 들어가서 2개월 연수를 마치고 나왔다.
 
그때 비록 두달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말관리와 조교 등 선진경마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운 것이 그의 기수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일랜드 경마학교에 와보니 일본인들이 특히 많았다. 일본인 중에는 기수뿐만 아니라 조교사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본의 목장 오너들이 자비를 들여 아일랜드 경마학교에 보내준 사람들이다. 그것도 한두달이 아니라 일년씩이나…. 대신 경마학교를 마치고 나면 경비를 대준 목장에서 책임자로 일하게 된다고 한다.

그토록 기수와 조교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본의 목장 오너들을 보면서 저런 것들이 바로 일본을 경마선진국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일랜드 경마학교를 다녀온 뒤로도 성적은 항상 꾸준했다. 운동을 좋아한다. 구기보다는 격투기를 더 좋아한다. 내성적인 성격도 운동을 하면서 많이 고쳐졌다.

말을 열심히 타는 기수로 알려져 있다. 승부근성이 뛰어난 추입마의 달인. 단거리 선행에도 능숙하고 게이트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레이스를 유리하게 이끌어 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상복과는 거리가 멀다. 과천 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말을 잘 타지만 유독 대상경주와는 인연이 없어 그를 아끼는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상대적으로 좋은 말을 탈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정작 당사자인 그는 느긋한 표정이다. "대상경주 우승이라. 글쎄요. 욕심을 낸다고 될일인가요? 열심히 말을 타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대상경주 우승도 이루어지겠지요. 안되면 할 수 없고…"

타조전문기수. 소속조 말을 타면 평균 20%선인 복승률이 남의 집 말을 타면 40% 이상으로 껑충 뛰어 오른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출마표를 봤을 때 타조 말이라도 제가 이길 수 있는 말이라는 약간의 가능성만 있으면 최대한 능력을 이끌어내 우승하는 작전을 펴요. 타조 조교사님들이 저에게 기승 스타일에 맞는 말을 태워주다 보니까 승률이 오르고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타조 전문기수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쑥스럽네요"

그만큼 다른 마방에서 말 잘타는 그를 선호하기 때문이리라. 과천벌 최고의 타조전문기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는 이집 저집 안가리고 타조 소속 말을 많이 타는 기수가 되었다.

‘말이 기수를 키워낸다'는 말이 있다. 그도 이 말을 믿는다. 아무리 기승술이 뛰어난 기수라도 속된 말로 똥말만 타면 빛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말을 잘 타는 기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기복이 없는 전천후 기수.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체력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통산 272승. 특히 그는 올해 들어 더욱 완숙한 기량을 보이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가족관계를 물어보았다. 지금의 아내(황은숙·29)를 만나 1년간 사귀다가 97년 결혼하여 아들만 둘을 두었다. 길을 가다가 첫눈에 확 들어온 여자를 우연히 발견하고 평생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꽉 잡았단다. 사원 아파트가 아닌 평촌 한가람 아파트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토록 말이 없고 내성적인 그가 자신보다 키는 12Cm나 더 크고 나이는 7년이나 아래인 미모의 여인을 어떻게 설득하여 결혼에 성공했을까?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기수로써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들어 왔을 때는 경주에서 졌어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대로 들어오지 못했을 때는 이겼더라도 기분이 안 좋다. 특히 말이 잘 뛰어서 들어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안 좋다. 실력으로 들어 왔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일단 영예기수까지는 이루고 나서 조교사가 되고 싶어요. 조교사가 되어 제 밑에 기수가 온다면 저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승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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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2001/04/23 1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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