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인터뷰] (68) 경주마 생산 제주 푸른목장사장 김종식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에 위치한 푸른목장. 해발 60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지에 있는 목장이다. 푸른목장 김종식(50)사장은 왜 이리 높은 고지에 목장을 세웠을까.
제주에서 출발하면서 미리 김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은 날씨가 안 좋으니 내일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제주의 날씨는 구름한점 없이 해가 쨍쨍한데 그곳은 비가 내리고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갔다.
설마 가랑비겠지 생각하면서 푸른목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었다. 목장에 도착하니 그의 말대로 비가 펑펑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해발 600고지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차에서 내려 목장을 둘러보노라니 한기가 느껴졌다. 온몸이 으스스하고 떨리기까지 하니 한여름 무더위가 아니라 한여름 추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감기 드십니다. 어서 방으로 드시지요". 김사장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서 그와 마주 앉았다.
한쪽 벽에는 그와 함께 찍은 외국산 명마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하필이면 이 높은 곳에 왜 목장을 세웠는지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처음에는 레저나 해볼까 하고 구입한 땅인데 엉뚱하게 목장을 만들게 되었으니 말 귀신이 씌웠나 봅니다. 땅이 나빠서 땅심을 살리려고 고생 꽤나 했습니다"
이곳 국유지 15만평을 임대 받아서 목장을 만들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말을 생산한지 올해로 6년째를 맞았지만 그는 이제 막 출발하는 단계라고 겸손해 한다.
현재 푸른목장에는 씨암말 19마리, 당세마 9마리, 1세마 9마리로 모두 38마리의 말이 있다. 그 동안 개량한 초지만 8만5천평. 씨암말 한 마리당 3천평이 훨씬 넘는 초지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도 그는 계속 초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푸른목장이 마상무예복원의 발상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마상무예단 김영섭 단장이 단원들과 함께 5개월동안 합숙하면서 마상무예와 격구를 처음으로 시연해 보인 곳이 바로 여기 푸른목장이다.
땅을 구입할 당시만 해도 그는 이곳에 레저타운을 하려고 했다. 그가 구상한 레저사업에는 말도 포함돼 있었다. 몽골말을 몇 마리 들여와 레저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했다.
그때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레저타운 개발을 못할 바엔 말목장이나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땅은 나쁘지만 입지는 괜찮다 싶어서 막상 시작은 했지만 말 자체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었다.
말을 배우기 위해서 신혼부부 말 태워주는 일을 몇달간 하고 나니 말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전 일이다.
그가 운영하는 푸른목장은 지금까지는 말생산만 해왔다. 말이 태어난지 6개월째 되면 모두 마사회에 넘겨왔는데 채산성이 안맞아서 그만두고 이제는 24개월까지 키워서 내보내려고 한다.
목장에서 18개월까지는 방목상태로 키워도 되지만 24개월까지 키우기 위해서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경주마로 만들기 위해서는 18개월이 지나면 훈련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훈련을 시키려면 엄청난 투자비가 추가로 들어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그는 고민이다.
생산자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는 마사회에서 이어링 세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이어링 세일은 생후 18개월 된 말을 마사회에서 사들이는 제도로 서양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라고 그는 말한다.
18개월까지는 민간목장에서 방목상태로 키워 잘 뛸 수 있는 균형감각과 자질을 살려주고 그 이후는 마사회 육성목장에서 육성조교만 해서 경주마로 내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마사회에서 제2육성목장을 세울 때 육성마를 트레이닝 할 수 있는 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을 생산한다는 것이 예술까지는 모르지만 축산은 확실히 아닙니다. 교배할 때부터 다듬고 다듬어 말을 만들어 경주마로 내놓기까지 수많은 연구를 해야 하지요"
경마를 흔히 혈통경마라고 한다. 그만큼 경주마는 혈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좋은 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마말이 좋아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지금은 혈통의 중요성이 씨수말에만 집중 되어있는 것이 대세지만 그가 말을 직접 생산해보니 씨암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았다. 그래서 그는 외국에서 좋은 씨암말을 직접 사온다.
그는 외국말을 사올 때 포입마를 많이 사온다. 포입마는 새끼밴 말. 외국에서 일단 포입마를 사면 비행기에서 태어나더라도 그말은 포입마가 된다. 그러면 국적은 국산마로 인정받는다.
생산자단체에서 포입마를 국산마로 인정하면서도 대상경주나 특별경주는 출전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는 포입마도 대상경주 출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올해 씨암말 19마리중 18마리의 임신을 성공시켰다. 나머지 한 마리도 자궁 안에 문제가 있어서 임신이 안된 점을 감안하면 퍼펙트 임신인 셈이다. 그의 실력이 탁월함을 알 수 있다.
그는 말의 영양관리를 철저히 한다. 영양제를 미국에서 직접 수입할 정도로 그가 말에 쏟는 정성은 대단하다. 씨암말에 비타민제를 공급하는 데에도 그는 치밀하고 과학적이다. 말에 좋다는 이유로 영양제를 무조건 많이만 준다고 좋은 것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국산마가 외국산마에 비해 고장이 잘나는 원인이 바로 영양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대구가 고향. 몸이 아파서 경북고등학교를 5년만에 졸업한뒤 군대에 갔다와서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갔다. 전공은 경제학. 81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여 3남매를 두었다.
목장을 하기 전에 그는 동양맥주에 다녔다. 동양맥주에서 맥주를 출고할 때 심사하는 업무를 맡았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30∼40분동안 맛으로 향으로 맥주상태를 점검하다 보면 술에 취해서 혀가 꼬부라졌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는 목장사업을 하면서 학문적으로 접근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특히 외국말에 대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다. 지금도 틈만 나면 외국서적에 매달리고 있다.
마사회 발행 월간지 굽소리 고정필자. 그는 외국의 경마관련 이야기를 골라서 굽소리에 고정연재 해오고 있다.
그는 원래 개도 무서워할 정도로 동물을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 목장 생활이 그의 생활의 전부가 될 정도로 180도 달라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귀신이 씌워도 단단히 씌워진 사람이다. 상황이 급하면 출근복 입은채로 마방에 뛰어들어가 일하기 일쑤.
그는 앞으로 남은 인생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말귀신으로 살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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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2001/08/20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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