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20) 잃어버린 농촌
농촌이 사라져간다. 갈때마다 달라진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여기 저기 파헤쳐진다. 칠갑산.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도 휴가철이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무공해 지역으로 알려진 것이 되레 화근이 되었다. 한여름 휴가철이면 밀려드는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전국에서 꾸역 꾸역 몰려드는 사람들이 깊은 계곡 골짜기를 가득 메운다. 그들이 한바탕 놀고간 자리엔 어김없이 쓰레기가 쌓인다. 단체로 음식등을 싸가지고 와서 먹고 마시고 실컷 즐기다가 떠날때는 남은 쓰레기를 그냥 아무데나 버려두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청정지역이라는 이곳도 멀지 않아 환경이 오염될 것 같아 안타깝다. 개발도 끊이지 않는다. 지금도 몇 년째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때마다 지도가 바뀐다. 있던 옛길이 없어지고 새로운 길이 생겨난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산골 오지마을 도림. 칠갑산 자락에 위치한 그곳까지 가려면 찻길로부터 무려 8km나 걸어들어가야 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버스길이 없어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20리 길이지만 걷는 것이 생활화 됐기 때문이다. 코흘리개 초등학교 때부터 먼길을 걸어다녔다. 힘들었지만 그런 대로 낭만이 있었다. 강산이 몇번 변할만큼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가 즐겁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걸으려 하지 않는다. 학생들도 오토바이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다닌다. 세월탓인가?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 책임도 있다.
농번기가 돌아오면 오지중의 오지인 이곳 산골마을 주민들은 연례행사처럼 속앓이를 한다. 농민들은 일손부족으로 아우성인데 피서객들은 끼리끼리 몰려와 그들앞에서 흥청거린다. 한쪽은 한여름 땡볕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메뚜기도 한철인데 놀아나 보자는 식이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하는 짓이 야속하다. 그것도 모자라 떠날때는 온갖 쓰레기를 두고 간다. 그들이 놀다간 자리마다 수북히 쌓인 쓰레기를 보면 아무리 마음씨 좋은 농민이라도 속이 상한다.
이제 몇 년 후엔 이곳의 산골마을에도 왕복 2차선의 뻥뚫린 도로가 생겨날 것이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논밭을 밀어냈다. 도로는 넓어지고 포장까지 되겠지만 조상 대대로 농사지어온 농토를 잃어버린 농민들은 마음이 아프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이란 말인가? 아무리 개발이 된다 하더라도 농토를 잃어버린 농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한때 50여호가 넘던 마을이었다. 한집 두집 도시로 떠나고 지금은 다섯집만 남았다. 무너져 가는 농촌마을이 어디 이곳뿐일까?
김명수
2000/04/12 15:03
-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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