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방안에 갇혀서 산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혼자선 앉지도 눕지도 못한다. 이제겨우 18살.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우리. 정상이라면 대입공부에 매달려야 할 나이다.
하루종일 학교공부에 시달려도 이루고 싶은 미래의 장미빛 꿈이 있기에 가장 행복할 때다. 하지만 그는 학교에 갈수가 없다. 몸을 움직일수 없는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인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점점 근육이 소멸되고 마비되어 보통 20세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 다는 무서운 병이다. 정상으로 태어나 처음에는 아무이상이 없다가 보통 서너살때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민식이도 그랬다. 집에서 무려 8km나 떨어진 초등학교를 뛰다시피 걸어다녔다. 멀쩡하던 아이가 4학년이 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툭하면 넘어지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멀쩡하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날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학교를 접고 말았다. 갑자기 닥친 자신의 불행이 민식은 사실로 믿어지지 않았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악몽을 꾸는 것만 같았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수없이 큰병원을 돌아보았지만 의사의 대답은 똑같았다.
민식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심정을 시속에 담아내었다. 충남의 칠갑산 자락의 산골마을에 파묻혀 시를 쓰며 살아온 햇수가 벌써 5년. 의사의 말대로라면 이제 남은 삶은 고작해야 2∼3년. 민식은 그동안 자신이 써온 시를 모아 두권의 시집을 냈다. '삶은 사는 만큼 아름답고 행복하다'와 '사는 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 최종학력이래봤자 고작 초등학교 3학년. 하지만 시속에는 대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민식의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비록 자신의 생명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날 까지만이라도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제목에서 느낄수 있다. 스스로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민식이는 시를 통해 남들에게 삶의 소중함과 용기를 깨우쳐주고 있다.
자신의 불행에도 좌절하지 않고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며 시를 쓰는 민식이. 민식이는 자신보다 더 불행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시를 쓴다고 한다. 절망의 나락 끝에 서있으면서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되레 정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빛과 소금이 되어준다.
그는 알고 있다. 이세상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힘있는 유명인사나 스타들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것을. 민식이에게 위로와 격려편지를 해주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자신을 찾아주고 격려의 편지를 보내주는 가난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등을 기대고 싶어하며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들에게는 따뜻한 말한마디가 힘이 되어주고 용기가 되어준다. 민식은 그래서 시를 쓴다. 자신의 마음을 시속에 담아 다른 사람에게 작은 용기를 주고 싶어서.
오늘은 장애자의 날. 장애자에 대해서 사회가 관심을 보여주는 유일한 날이다. 장애인은 일년 365일을 장애인의 날로 살아가는데…
김명수
2000/05/04 12:12
-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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