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37) 살아서 위인 죽어서 위인
2004/11/14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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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하고 혼탁한 시대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주변에서 많이 볼수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죽어서 후한을 남기지 말고 살아 있을때 잘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표현했으리라.

실제로 역사를 더듬어보면 떵떵거리고 큰소리치며 살았던 사람들이 죽어서 큰인물로 남겨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김구선생같이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위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오히려 자신보다 남을 위해 음지에서 살았던 사람이 죽어서는 빛으로 소금으로 남는다.

사람은 살면서 수없이 바뀐다. 생각도 꿈도 크면서 달라진다. 60년대 어린이들의 어릴적 꿈은 너나없이 이순신장군이나 대통령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꿈이다. 허상. 그렇다 허상이다. 그러다 커가면서 경찰도 되고 선생님도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범접할수 없는 그런 인물로 그려진 이순신장군. 소년시절부터 그랬다. 과연 그랬을까?

지금은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많다. 대통령은 더이상 어린이들의 우상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불행한 전철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도 자라면서 꿈이 바뀔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체가 비극이다.

이제 선거도 끝났다. 밀레니엄 축제가 돼야할 새천년 첫선거도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다.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 여기 붙고 저기 붙는 해바라기 정치인들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살아서 목에 힘주는 사람들은 살았을 때 뿐이다. 재력만 믿고 남앞에 과시하고 우쭐대는 사람은 재력이 있을 때 뿐이다. 돈이든 권력이든 남보다 더 많이 틀어쥐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의 힘들고 어려운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 아래보다 더 높은 곳만 바라보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세상인심이다.

없는 사람의 사정은 없는사람이 더 잘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돕고 살아간다. 작은 힘이 뭉치면 큰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용돌이친 한국의 현대사를 보면 살아 있을때와 사후의 평가가 달라진 인물들이 너무나 많다.

권력의 양지에서 떵떵거리며 해바라기처럼 살다간 많은 사람들은 죽어서 빛을 잃었다. 반면에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음지에서 고통받으며 살다간 많은 사람들은 소금대접을 받는다. 죽음이후에 대차대조표가 완전히 달라진다. 남들이야 어찌 되건 말건 자신만의 영달을 누리며 살다간 속좁은 영웅들은 역사속에서 금방 부패한다. 대신 암울했던 시대와 불화를 이루면서 올곧은 삶을 살다간 사람들은 어두운 사회를 밝히는 횃불이 된다.

그러나 자신을 낮춰 소금처럼 살아가기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시대의 아웃사이더로 살면서 받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김명수

2000/05/11 14:02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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