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55) 차표한장에 얽힌 해프닝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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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55) 차표한장에 얽힌 해프닝

2004/12/02 00:00 입력

"왜 버스표에 아무런 표시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김해공항에서 울산으로 가는 리무진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는 승객 박모씨(45)의 볼멘소리다. 박씨는 지난 3월 29일 문제의 버스표를 샀다. 서울에 살면서 가끔씩 지방출장을 다녀온다. 그날도 그랬다. 모처럼 부산에 날아갔다. 김해공항에서 내려 울산행 표를 한 장 샀다. 그러나 버스에 올라타려고 보니 금방 사가지고 온 표가 없다. 아무리 호주머니를 뒤져보아도 찾을수가 없었다. 할수없이 표를 다시 사가지고 왔다. 그런데 웬걸? 버스가 출발하고 나니 그토록 찾아도 안나오던 표가 "나 여기있소"하고 약이라도 올리듯 한쪽 주머니에 들어 있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출발했으니 어쩔수 없는 일…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운전기사에게 물어보았다. "표를 두장 끊었는데 한개는 나중에 쓸수 있습니까?" 운전기사는 대답하였다. "예! 언제라도 쓸수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박씨는 비록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표를 기한에 관계없이 다시 쓸수 있다는 운전기사의 대답에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그날은 지나갔다. 그리고 한달 뒤 다시 출장을 가게 되었다. 한달전에 끊었던 표를 사용하려고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부른다. 유효기간이 지났으니 다시 새표로 끊어오라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분명히 한달전에 다시 쓸수 있다고 운전기사가 대답을 해줬는데 엉뚱하게 딴말하네" 박씨는 버스표를 들이대며 따지고 들었다. 버스표에는 표를 산 날짜와 6천1백원이라는 요금만 있을뿐 지정석도 유효기간도 적혀있지 않았다. 아무런 운송약관도 적혀있지 않은 버스표를 증거로 들이대며 버스기사와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다시 내려가 새표로 끊어오고 말았다. 박씨는 분했다. 다른 표는 어떤가 궁금했다. 약관을 하나 하나 비교해 보았다. 먼저 고속버스. 전주출발 서울행 천일고속. 출발일 2000년 5월4일. 출발시간 20시 정각. 좌석 24번. 유효기간 당일지정차에 한함. 본 승차권의 환불은 지정차 출발전에는 10출발후에는 이틀까지에 한하여 20의 수수료를 공제한 잔액을 환불합니다. 단 주말이나 연휴 및 명절에는 50임. 비교적 꼼꼼하게 적혀있다. 열차의 경우는 어떤가. 광주출발 서울도착 무궁화호. 2000년 1월28일. 출발시간 16시. 도착예정시각 20시42분. 차실 일반실. 열차번호 44열차. 차호좌석 05-28. 요금 1만4천7백원. 이 승차권은 승차권에 표시된 도착시각까지 유효하며 그 이후에는 무효가 됩니다. 승차권은 지정된 열차에만 유효하오니 승차권 구입시 승차일자와 출발시각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도중역에 내리면 다시 사용하지 못하나 바로 다른 열차로 변경요구시에는 요금을 더 받거나 반환한후 변경 취급합니다. 승차권 반환시에는 정해진 수수료를 받으며 무효 승차권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약관이 깨알처럼 자세하고 친절하다. 박씨는 내친김에 항공권도 살펴보았다. 서울출발 광주도착. 편명 KE1313. 클래스 Y. 날짜 4/23. 출발시각 17시30. 탑승구 33. 탑승시각 17시15. 좌석번호 58A. 요금 3만4천150원. 신속한 보안 수속을 위하여 항공권에 주소와 주민등록 번호를 기재하여 주십시오. 대한항공과 함께 즐거운 여행이 되십시오. 늦어도 출발시간 15분전에 탑승하라는 안내까지 적혀있다. "그런데 왜 유독 김해공항에서 울산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만 아무런 약관표시가 없는거야" 박씨는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그냥 버스도 아니고 최고를 자랑한다는 리무진인데 서비스로 친다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박씨는 김해공항에서 만큼은 리무진을 타지 않는다. 지금쯤은 달라졌기를 바란다. 때로는 작은 친절이 승객을 감동시킨다.   김명수   2000/06/12 10:10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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