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이 선발된 사수 후보자들을 밀실로 모아놓고 여러분들이 군의 명령에 의하여 금번 사형 집행에 사수로서 선발되었다는 취지를 알리고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하였다.
일순간 병사들의 얼굴이 상기된다. 참가 사수들에게는 집행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서 일주일간씩 포상휴가를 부여한다고 공언했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고참 상병이 손을 들더니 "그런 일에 참가하여 포상휴가를 가는 것이라면 저는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나왔다.
병사들이 술렁인다. 중대장은 직감적으로 말을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사태를 장악하지 못하면 일이 어렵게 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정한다. 내가 말을 잘못 했다. 그것은 포상휴가가 아니다. 여러분들의 마음 고생을 덜어주기 위하여 부여하는 위로휴가이다.”
분위기가 약간 진정되었지만 그 상병이 자신은 죽어도 참여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중대장은 사단은 초장에 해결하지 못하면 사수를 선발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참여를 거부하는 병사에게, “그게 자네의 신념인가?”를 물었으며 그 병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중대장은 “ 그렇다면 자네는 인명을 살상하는 군대에 어떻게 들어왔는가? 여호와의 증인이냐?” 고 물었다.
여호와의 증인은 아니라는 대답에, 선임하사에게 제외시켜 주라고 지시했다. 선임하사관이 문제의 사병을 데리고 나갔다.
옆방에서 몽둥이로 퍽퍽 때리는 소리와 신음 소리가 연속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듣고 더 이상 사수를 제외시켜 달라는 병사는 없었다.
중대장은 군인은 상관이 명령하면 자신의 생명도 국가에 헌납해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장은 이번 사형 집행 명령은 국가가 그대들에게 부여한 신성한 명령임을 상기하라고 명한 후 선임하사관에게 사형 집행 요령을 전달하라고 말한 후 하단하였다.
선임하사관은 사수 후보들에게 “사형 집행은 공권력에 의한 정당한 집행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말라. 또한 사형집행은 사형수의 고통을 덜어주는 배려이다. 급소를 1발로 명중시켜 사형수들의 고통의 시간을 단축시켜 주라. 만약 명중되지 않을 경우 다시 쏘아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이어서 그는 사형집행에 참가한 사실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자필 서약서를 썼음을 명심하고 이를 여러분들이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누구에게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강조하고 사형집행요령 교육을 마쳤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7대의 차량이 준비되었다. 검찰관, 군 목사, 군승(승려), 헌병중대장, 군의관 및 위생병, 군 검찰 서기, 형무계장, 사수, 호송 헌병 및 사형수를 호송할 차량과 앰블런스가 준비되었다.
D- DAY 09시 30분. 다른 봉급날과 마찬가지로 현금 수송용 GMC 트럭 한대가 앞뒤로 호송 헌병 백차의 호위를 받으며 공군본부사령실 교도소 앞에 도착하였다.
그 시간 교도소 내에서는 형무계장이 아까부터 초조한 표정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고심하고 있었다.
면회 한번 올 사람 없는 이들에게 재판도 더 이상 없는데 외부로 데리고 나오려면 무슨 명분으로 저항 없이 끌어낼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참 만에 결심이 섰는지 감방으로 다가갔다. 정말 곤혼스러운 거짓말을 둘러대어야만 했다.
“ 대통령 각하께서 특별 은전으로 오늘부로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되었다. 그래서 안양 교도소로 이감을 하게 되었다.”
곧 죽을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여야 하니 그로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반신반의를 하다가 사태를 직감하였는지, 4명중 누군가가 말했다.
“ 감형이라………? 저희를 그런 식으로 위로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가자!”
그들의 얼굴에는 거의 표정의 변화를 느낄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차가운 미소가 일순간 나타났지만 곧 그들의 모습은 평상시처럼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다리가 떨리는 사람은 사형수들이 아니라 호송 헌병들이었다.
<미디어칸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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