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꽁트)
2005/05/05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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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별명은 까마귀
군복 야전잠바를 검정으로 염색해 입고 다녀서 붙은 별명이다
남포동 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대포집 일명 니나노 집이 있었다

그집에 예쁜 아가씨가 있었다
막내라고 불리운다
그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노깡을 세워놓고 윗부분엔 타일을 붙여 만든 원탁 테이블
연탄난로역할도 하고 식탁역할도 하는 그 시대의 발명품 앞에 둘러앉아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막내 아가씨가
노란 양은 주전자로 사발그릇에 막걸리를 철철 넘치게 따라주면
손가락으로 휘휘저어 단숨에 들이키고

젓가락 장단으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그날 따라 막내는 K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다른 녀석들과 히히덕 거리고  있는 것이다

뱃속이 뒤틀렸다
한녀석이 K를 쳐다 보았다
별뜻없이 쳐다 본 것이다

K는 벌떡 일어나 그녀석 한테 갔다
야 이새끼 너 왜 쳐다봐 하면서 술 주전자를 들고 머리 위에다 부어댔다
막걸리가 머리카락을 타고 그의 턱밑으로 도랑물처럼  흘러 내린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눈을 쑤실듯 번쩍 치켜 들었다
그리고 머리채를 잡고 원탁에 몇차례 쑤셔 박았다
그는 졸지에 당하고 만다. 전투태세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주위 사람들과 친구들이 말린다
졸지에 당한 상대방 일행들은 기가 질려 친구를 부축하여 도망가 버리고 만다

K는
막걸리 한주전자를 입을 대고 들이킨다
더욱 터프해 보이기 위해서 일까
피를먹은 드라큘라처럼 팔뚝으로 입을 쓱 문지른다
밖으로 나온다

하천 둑방길을 홀로 거니는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에게 접근한다
아가씨 우리 연애 한번 할까?
여자는 당연히 거부한다
이리 와 보라니까
거칠게 팔을 잡는다

여자는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이손 놔요!

어디선가 의협심 많은 사내가 나타난다
이봐! 여자한테 왜 행패야!

K는 숨돌릴틈도 없이 사내의 아구통을 갈긴다
그리고 무릎으로 복부를 쳐 올린다
배를 움켜쥐는 사내의 등을 팔꿈치로 찍어내린다
순식간의 동작이다
틈을 주지 않는 것이 까마귀의 특기였다

그리고 K는 하이에나처럼 둑방을 배회한다
마치 서부영화에 나오는 무법자 같았다
한참후 경찰이 나타났다. 보안관이 나타난 것이다
사내와 여자가 신고를 한 것이다

모두들 파출소로 끌려갔다
순경이 묻는다
이 사람 맞아?
사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K는 번개처럼 사내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댄다
내가 이렇게 했단 말야?
하며 경찰이 보는 앞에서 더욱 거세게 흔들어 댔다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다

K는 지하실로 끌려가 빠따를 맞는다
신고자들이 돌아간후 반성문을 쓰고 나온다
까마귀! 그가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아니 그보다는 고등학교 후배라는 이유로
파출소장은 정상 참작을 하여 훈방조치한다
하지만 그정도의 징계로는 K를 변화 시킬 수 없었다

그는 고등학교때부터 달라졌다
자기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한밤중 공부하다 말고 둑방으로 나갔다

한 학생이 지나갔다
야 이리와 봐
하면서 다짜고짜 주먹으로 아구통을 갈겼다

선량한 상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것은 총잡이와 맨손의 선량한 양민과의 싸움이니 결과는 뻔하였다
이때 그는 선제공격의 효과를 깨달았다
이런식으로 그는 싸움의 노하우를 익혔던 것이다

그의 정신은 점점 황폐화 되어 갔다
그의 부모가 친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전 까지만해도
그는 공부도 잘하고 착실한 학생이었다
 
그때까지 공부한 실력으로 사범대학까지 합격은 했지만
결국 졸업을 하지 못했다. 교육계를 위해서 다행스런 일이라고 본인도 생각했다
그의 정신세계는 사막화가 되고 파괴주의자가 되어갔다

그는 자신을 학대하고 이웃을 학대하였다
훗날 그가 청삼교육대로 끌려 갔을때
마을사람들은 속으로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제 마음편히 살 수 있게 되었다고
그 하나 없음으로 인하여 여러사람이 편히 잘 수 있게 되었다고

그래서 그에게 피해를 당한 많은 사람들은 그당시 정권에서 가장 잘한 일이
청삼교육대라고 감히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억울한 피해자나 인권유린이라는 부작용만 없다면
그런 교육기관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마을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 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청삼교육대는 말하자면 엄격한 법과 질서를 뜻하는 것이지
청삼교육대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부의 무법자를 잡을 수 있는 능력있는 총잡이가 필요했던 것처럼....

까마귀 그는 사람을 치고는 늘 말하였다
"내가 좀 다혈질이라서....."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다혈질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 하였다
대개는 무례한 인간들이 다혈질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말은 법과 질서 그리고 원칙을 무시한다는 뜻임을 알았다
그말은 남이야 대가리가 깨지던 말든 저 꼴리는 대로 살겠다는 뜻임을 알았다

그후 그 마을 사람들은 선거때면 합리적이고 냉정한 그리고 능력있는사람을 뽑는
지혜를 갖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미국에서 가끔 경찰들이 범인을 잡기위해
무지막지 할 정도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총기를 사용하기도 하는 것을
TV를 통해서 본다. 분명 영화는 아닌데 영화 같다

뉴스앵커는 인권유린을 비난 하는 듯 하였으나 그들은 강력한 미국 경찰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왜냐면 그 마을 사람들은 돈이나 뜯어 내려는 치사한 경찰의 모습은 많이 보았어도
그런 카리스마 적인 경찰의 모습을 본지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마을 사람들은 까마귀의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까마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악명높은 까마귀가 아니었다 
마을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악명높던 까마귀가 순한양이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알았다
공포의 "청삼 교육대에 끌려 들어가 혹독한 훈련으로 인간개조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후 신학대학을 나와 청량리 어느 뒷골목 허름한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한다고....."

그랬다
공포의 청삼교육대에서 까마귀는 알았다
이유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얼마나 억울하고 분한 것인지   
까마귀는 따지고 보면 억울할 일도 없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청삼교육대에는 목사님도 끌려들어왔다
이유없이 끌려들어와 이유없이 당하는 목사님이 불쌍했다
그러면서도 목사님은 까마귀를 위해 기도를 해주었다 
까마귀는 진심으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가 이유없이 괴롭힌 많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자기를 길러주신 그러나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에게도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자기를 낳아주신 그리고 자기를 버린 부모님을 용서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뜻도 이해했다
원수가 이뻐서가 아니라
원수를 사랑 할 때 자기의 마음이 편해지고 그것이 곧 자기를 사랑하는 것임도
깨달았다

이제 그의 마음은 백로가 된 것이다

김동주

2002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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