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의 팡팡 인터뷰] (3) 베스트셀러 가시고기 저자 조창인
2005/06/04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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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은 인생의 행복을 가르쳐 줍니다

가시고기 사랑

가시고기를 모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정도로 지난 한 해를 가족과 아버지에 대해 가슴 절절히 생각하게 했던 가시고기 저자인 조창인(43). 그의 가족과 인생을 엿보기 위해 안산에 있는 카페에서 차 한 잔과 함께 눈덮인 산야를 바라보며이야기를 나누었다.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지금의 아내에게 청혼했던 그는 홀로 자신을 키우신 노모와 늘 어제보다 오늘이 더 사랑스런 아내와 아버지가 되게 한 장난꾸러기 아들과 함께 안산의 한 아파트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고통을 가르쳐 주신 아버지

소설은 허구이고 과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작품은 작가 자신이 녹아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남자는 울면 안돼”라고 교육받았던 남자들도 울게 했던 가시고기 소설은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그의 아버지가 어떤 분이셨을까. 그를 태어나게 했을 뿐 그의 성장기에서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했던 아버지는 그에게 한없는 원망과 그리움의 대상이라고 한다.

절친한 친구의 아들의 모습을 보고 가시고기를 쓰면서 소설 속의 아이인 다움이와는 달리 정작 자신은 받아보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하였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의 나이 여섯 살에 멈추어버린 아버지의 모습. 그의 말을 빌리면 그의 아버지는 소슬바람에 가랑잎처럼 떠도는 존재였다. 얼마나 원망스러웠으면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모두 불태워 버렸을까.

아버지의 사랑을 체험해 보지도 못하고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그. 자신은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성인이 되어 어머니께 받은 사랑과는 다른 상호교환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었다.

일방적으로 주고 일방적으로 받는 사랑은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에. 그러나 상호교환적인 사랑도 완벽한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마치 소설처럼 인간의 사랑이란 허구이고 과장이며 불완전하다는 것을. 다만 인간의 사랑처럼 아름다운 것이 없다고 믿고 싶어한다는 것일뿐.

아들을 통해서 깨달은 부정의 의미

그는 아들을 낳아보고서야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제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아들을 낳은 후부터입니다. 아들이 감기 한 번 걸려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게 바로 아버지의 심정이더군요.”

비록 자신은 아버지 사랑에 대해 배우지 못했지만 말없는 부재로 인해 고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신 분이기에 지금은 원망 한 켠에서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분이시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에게 자유와 금지를 교육하면서 때로는 아버지를 친구같이 여기는 아들, 때로는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 행복한 사회인이 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그는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이상론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자식의 창의성을 길러준다는 생각으로 너무 많은 자유를 주고,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폭력을 쓰고 있는 이 땅의 몇몇 부모들에게 제발 자유와 금지를 동시에 교육했으면 좋겠다고.

보고 또 보고 싶은 아내

아내에겐 어떤가. 같은 직장에서 아내를 만났지만 1년 동안 연모의 정만 키워왔다고 한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직장 동료들이 마련한 자리에서 “우리 결혼합시다. 결혼해서 당신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글을 쓰고 아들에게 자유와 금지를 가르치는 것도 행복하기 위해서란다. 이 세상에서 완벽한 사랑을 찾을 수는 없지만 완벽한 사랑을 하려는 노력 속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 그래서 매일매일 아내를 볼 때마다 어제보다 오늘의 아내가 사랑스럽고 내일은 더 사랑스러울 것이다라고 최면을 걸 듯이 창조주 앞에서 훈련을 한다.

가출을 꿈꾸던 어린 시절

그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가출을 꿈꾸었다고 한다. 학교를 마치면 집과는 다른 방향을 찾아 한없이 걸어갔다. 어린 마음에도 자신만이 어머니의 희망임을 알기에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을 하면서 돈을 벌어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번번히 집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힘겹게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가는 동안 돈 안들이고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은 것은 책읽기였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인생의 길 앞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 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원망과 그리움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실감했던 그. 이젠 아들 열림이의 아버지가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라고 정서가 풍부한 아이가 되도록 시원한 그늘이 되어야 하고 바람막이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자신이 썼던 가시고기 소설이 드라마로 방영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아들을 가만히 껴안으면서 감각적인 기쁨보다는 삶의 균형을 잡아주게 하는 슬픈 정서에 더 많이 훈련되기를 바란단다. 할 수만 있다면 대안학교에서 꿈과 품성을 더 많이 키우고 훈련받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인다.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참사랑

그가 지금까지 썼던 소설들의 주제가 모두 사랑이다. 특히 가족간의 사랑에서 인생의 행복이 무엇인지 배운다고 말하고 싶은 그. 어쩌면 참사랑은 아픔과 절망과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장 많이 상처를 주고받는 부모 자식간의 사랑, 남편과 아내의 사랑이 인간 세상에서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터뷰가 마무리 될 즈음 “행가람 가족들도 가시고기 사랑처럼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에게 자신을 희생하고 무릎끓는 사랑으로 아름다운 평생을 지냈으면 좋겠군요.”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배웅하는 그의 얼굴에서 해가 갈수록 가족해체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우리 나라의 가정에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출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은옥

수정일 2002년 8월7일 저녁8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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