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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바람의 꽁트] (30) 직업이야기8 / 너, 기자 맞아? 8

2005/07/29 00:00 입력

실수괴담. 신문을 만들다 보면 실수를 한다. 아무리 눈알을 부릅뜨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건만 실수는 계속 벌어진다.   편집기자는 끊임없이 긴장하면서 실수와의 전쟁을 치른다. 한번 실수하면 만회할기회가 영영 없기 때문이다. 신문은 한번 찍어내면 그만인 운명을 타고 났다. 신문이 나온뒤에 실수를 잡아낸다 해도 다시 찍어내기는 현실상 어렵다. 엄청나게 크게 틀린 것이 아니라면 그냥 틀린대로 간다. 종이값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오보 오타 오자 없는 신문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실수는 꼬리를 물고 터져나와 편집기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편집기자.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생소한 단어다. 신문기자면 신문기자지 편집기자가 무엇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문기자도 분야별로 다양하게 나누어진다.   신문사에서 보통 기자들이 모여 있는 국을 편집국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무슨 신문사의 편집국 하면 그 신문사의 신문기자 들이 모여 있는 부서라고 보면 될것이다. 신문기자는 크게 외근기자와 내근기자로 나뉜다. 외근기자는 편집국 밖에서 활동하는 취재기자를 말하고 내근기자는 편집국 안에서 근무하는 기자를 말한다.   외근기자는 다시 출입처별로 쪼개진다. 사진부.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등등이다.   내근기자는  편집부. 교열부. 국제부. 조사부 등등이다. 편집부는 신문 편집을 담당하는 부서다.   편집은 외근기자가 써온 기사에 제목을 붙이고 지면 구성을 하고 사진을 써서 신문을 만드는 업무라고 할수 있다. 외근기자가 밖에서 취재원을 만나 취재를 한 기사는 담당 부서 데스크를 거쳐 편집부로 넘어온다. 여기서 부터 편집기자의 몫이다.   가장 쉽게 말해서 신문을 펼쳐들면 가장 작은 크기의 본문 글씨가 취재기자가 쓴 글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본문글씨보다 조금이라도 큰 글씨는 편집기자가 만든 글이다.   다시 말해서 신문기사 하나 하나의 제목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편집기자는 기사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 취재기자는 자신이 취재한 기사를 편집부에 넘기는 것으로 임무 끝이다. 그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안실리고는 철저하게 편집기자가 결정한다. 다시 말해 기사의 취사선택권은 편집기자에게 있는 것이다.   신문사가 통폐합 되기 전에는 편집기자의 권한이 막강했다. 외근부서에서 편집부 얼씬 거리기가 두려울 정도로 편집부는 파워가 있었다. 신문사내에서는 편집부가 가장 핵심적인 부서로 통했다. 그러다 보니 외근기자들이 쓴 기사들이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취재기자들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넘긴 기사가 편집과정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편집기자가 볼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기사를 싣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취재기자는 출입처에서 권위가 떨어질 것이다. 목에 힘을 주고 취재를 한기사가 신문에 실리지 않았으니 취재기자의 끗발이 약해서 안실린 것으로 오해를 받을 것이다. 기사를 취사선택할수 있는 권한을 무기로 편집부는 편집국내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부서로 통한다. 그리고 기사가 잘못 되었거나 내용이 부실할 경우에는 취재기자는 편집기자의 밥이 된다.   기사 하나도 제대로 못쓰면서 무슨 취재기자냐고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편집부로 넘어온 기사중에 특별히 신문에 실려야 하는 기사가 있으면 취재기자는 미리 편집기자에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이기사는 사장님 부탁이라느니 아니면 광고하고 관련이 있다는 등 이유를 달면서 꼭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한다. 일종의 청탁이다.   그러면 편집자는 본능적으로 투덜거린다. 기사가지고 로비를 하는 것 같아 취재기자가 더욱 능력없고 작아 보이기까지 한다. 편집기자는 일할때는 성질이 급하다.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지 전쟁을 치르듯 처리하는 버릇이 몸에 밴 탓이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바빠지고 여유가 없다. 허둥 지둥 정신없어 보인다.    그리고 또하나. 신문기자중에 월급이 가장 많은 기자또한 편집기자다. 편집기자는 각종 수당이 붙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기 때문에 야근수당이 붙는다. 편집을 하기 때문에 편집수당이 붙는다. 또 내근수당이 붙는다.   또 아엠에프가 터지기 전에 잘나가던 시절에는 월급봉투가 아닌 언더페이로 수당이 더 얹혀졌다. 그래서 편집기자는 월급이 똑같은 편집국에서 근무하는 기자라 해도 취재기자보다 월급이 훨씬 많다.   그러나 편집기자가 월급이 많다고 해서 불평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편집이라는 것이 정신적으로 부담이 크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편집.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당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나돈다. 막강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무슨 실수라도 철저하게 자신의 책임이다. 편집기자는 이름대신 면으로도 불린다.   1면 편집자를 부를때 '아무개 기자' 하지 않고 '어이 1면'하고 부른다. 그러면 1면 편집자는 "예 1면 부르셨습니까" 하고 대답한다. 웃기는 일이지만 진지하게 부르고 대답한다. 일할때만은 그렇게 통한다. 편집자는 신문을 만드는데 있어서 모든 부서와 다 관련이 있다. 취재기자와 관련이 있고 제작국과 관련이 있고 윤전부와도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느부서에서 사고가 날지 몰라 항상 긴장한다. 취재부서에서 기사가 넘어오면 넘어오는 대로 챙겨야 한다. 만약 취재기자가 기사를 슬그머니 넘기고 간다면 편집기자는 잘 모른다. 특히 마감시간이 임박했거나 끝나갈때 아무말없이 슬쩍 넘긴기사는 잘 모를때가 있다. 그기사가 비중이 작은 기사라면 그냥 넘어간다. 그렇지만 나중에 신문이 나왔을때 그기사가 비중이 큰기사였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야근을 할때 그런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마감시간이 임박한 사각시간에 국제부나 사회부 등에서 기사를 살짝 넘겨줄때가 있다. 편집기자가 편집 레이아웃을 끝내고 판을 짜기 위해 제작국에 내려가면 편집부 자리는 비어있다. 그런 사각시간에 취재기자가 슬쩍 편집부에 기사를 전송하면 편집자는 새기사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그런 기사가 만에 하나 비중이 큰 기사였다면 그이튿날 편집자는 기사를 빠트린 결과로 전후사정이야 어찌됐던 간에 십중팔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다른 신문에 1면 머릿기사로 들어갔는데 우리신문에는 아예 실리지도 않았다면 줄줄이 문책을 당한다. 이럴때 서로 핑계를 대기도 한다. 편집기자는 외근부서에서 편집부로 기사가  넘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기사를 당연히 못봤다면서 책임을 외근부서에 떠넘긴다. 그러면 외근기자는 편집부에 분명히 기사를 넘겼다면서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한다. 결국은 둘다 징계를 당한다.   그러나 밤에는 뜻하지 않는 제작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원고가 없어져 버리기도 한다. 소위 원인 불명의 증발사고. 취재기자가 작성한 기사라면 다시 전송하면 된다. 그러나 외부인사가 쓴 고정칼럼이나 소설 삽화등 외고 기사라면 정말 미치고 환장한다. 책상과 책상사이 작은 틈새로 빠졌나 싶어 고개를 책상밑으로 쳐박고 바닥을 살펴보다 머리가 책상에 부딪쳐 안경다리가 부러지는 웃지못할 사태도 발생한다. 나중에 혹시 청소하는 분들이 치워버렸나 해서 쓰레기통까지 뒤지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그렇게 해서라도 원고를 찾으면 다행이지만 영영 찾지 못하면 다른 기사로 대체 되기도 한다. 그런때는 물론 편집기자는 문책을 당한다 그래서 편집기자들은 언제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숙명을 타고났다는 푸념섞인 넋두리를 하기도 한다.  같은 기사가 두군데에 들어가기도 하고 엉뚱한 사진이 들어가기도 한다. 어떤대는 제목과 내용이 엉뚱하게 잘못 들어간 대형 실수도 터진다.   편집기자는 자신이 잘못을 했건 안했건 자기면에서 사고가 나면 일차 책임을 진다. 자기면에서 생긴 실수를 잡아내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러나 외근기사가 잘못넘긴 기사때문에 뒤집어 쓸때는 정말 억울하다. 가령 한국산 반도체 반덤핑 제소 관련 기사를 2면에 넘기고 3면에 또 넘긴다면 편집기자는 분명 그기사가 양쪽면에 들어간 것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편집기자는 자기가 맡은  한면만 편집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분명 실수는 외근 부서가 한것인데 편집기자도 신문을 잘못 만든 책임을 피할수가 없는 것이다. 외근부서의 실수로 같은 기사가 양쪽면에 동시에 들어간다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이런 실수가 벌어질때도 있으니 편집기자는 늘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긴장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 바로 편집이 아닌가 싶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고 해이해진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고가 줄줄이 터지기 십상이다. 자신이 분명이 내각개편 대폭 단행이라고 제목을 달았는데 제작부서에서 내각재변 대복 단앵이라고 칠수도 있다.   그러면 대부분 잡아내지만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 쫓겨서 못잡고 그냥 잘못된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도 편집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확인을 안한 책임이다. 그래서 편집기자는 신문사내에서 인기가 별로 없다. 편집기자가 기자중에서도 월급도 가장 많고 목소리도 가장 크지만 신문사내에서 편집부를 지망하는 기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9월23일 14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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