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240호> 가을에는 추억하나 줍고 싶다 2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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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추억하나 줍고 싶다 2

2005/09/10 00:00 입력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비가 오늘 아침도 내리고 있습니다. 눅눅한 새벽이슬을 툭툭 털어 내며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이 새벽잠에서 깨어날 무렵 향기로운 내음으로 하루의 커튼을 열어냅니다. 밤새 창 밖에서 기웃거리던 비바람이, 열어놓은 유리창 틈으로 들어와 싸늘하게 피부를 자극하지만 여름이 물러가는 마지막 비인가 생각하니 오늘 내리는 비의 촉감이 그리 싫진 않은 느낌입니다. 새벽에도 한줄기 요란한 소나기가 지나갔는데 바람을 동반한 거센 비가 몰아쳐 유리창을 자꾸만 스치고 지나 갑니다. 출근준비에 마음은 바쁜데 자꾸만 유리창 쪽으로 신경이 가서 후두둑 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눈을 들어 밖을 내다 봅니다. 투명한 물방울....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수정처럼 맑은 물줄기가 되어 내리고 그 물줄기사이로 녹슨 기억의 서랍을 열고 오래 묻어둔 추억의 주옥편들이 그림자처럼 덩달아 따라 일어섭니다. 그리고 문득... 추억이 우리의 생을 이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얼까? 산다는 것은? 미로 처럼 퍼즐을 맞추어 가는 퍼즐놀이일까? 아니면 빈 도화지위에 인생이라는 여백을 서서히 메꾸어 가는 것일까? 두 눈 가득 고이는 서랍 속 낡은 기억들을 맑은 물에 휑구어 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커피 한잔을 준비합니다. 하얀 커피 잔에 갈색의 분말이 투영되며 흐르는 향기.... 커피 향처럼 ,... 이렇게 내 인생의 향기도 그윽하게 빚어 낼 수는 없는걸까? 커피 잔을 손에 들고 아직도 쉼 없이 내리치는 빗줄기를 초점 없는 눈을 굴리며 바라봅니다. 후드득 후드득 ... 비와 가을과 커피향.. 여행, 만남은 모두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운 단어들 인 것 같습니다. 이 단어들은 그냥 단어로서의 좋은 어감뿐만이 아니라 가슴속에 묻어둔 추억이나 그리움이고 설레임 같은 것 같습니다. 가을엔... 세상의 모든 움직임들이 조용 조용해지는 이 가을엔... 시계바늘처럼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잘 알지 못하고 예측 할 수도 없는 새로운 풍경과 미지의 시간 속으로 떠나보고 싶습니다. 막연히.... 꼭 누군가의 배웅이 없더라도 바람을 풀어 배웅을 해주는 가을하늘의 배려를 받으며 길을 나서거나 어디든 목적지에 도착해 낯선 거리에 서게 되었을때 발 밑으로 달려와 그늘로 엎드리는 나무들의 마중을 받으며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거리의 이방인이 되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어둠 살 곱게 번지는 저물 녁 저 만큼서 뒤뚱거리는 가을을 앞세우고 서늘한 바람이 슬쩍 옆구리 스치고 지나가고 내 나이테의 깊은 골짜기에 스산함 대신 우수가 흐르고 모든 사물과 저녁노을이 화해 할 때에 나도 지금껏 옆도 돌아볼 사이 없이 앞만 보고 걸어 온 내 인생의 허무와 다소곳이 화해하며 빨갛게 물드는 석양아래에 한점 부끄럼 없는 모습으로 서고 싶습니다. 가을엔 ... 정말 가을엔 왜? 이리도 해야 할 일들이... 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는지요? 자운영   2002년 10월14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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