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대가는 아버지와 몇번 의견충돌이 있었다. 부자지간에 서로 언쟁을 벌인 것이다. 경마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경마로 모든 재산을 다날리고 패가망신을 한뒤로도 경마에 대한 미련을 벌이지 못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몇년전 일이지만 아직도 어제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이 망할놈의 경마때문에 내신세가 쪼그랑 방탱이가 됐단 말이야. 그렇다구 이대로 나혼자 죽을수는 없지. 이제는 이판사판이다" 아버지는 사생결판이라도 낼듯 씩씩거리면서 집을 나섰다. 경대가는 아버지가 이러다가는 무슨 일을 내지 싶었다. "말려야 한다. 아버지는 지금 흥분한 상태야. 그냥 놔두면 큰일 난다. 이거 야단났네. 안돼. 무조건 말려야 돼. 아버지, 어디가세요?" 경대가는 아버지를 꼭 껴안았다. 양팔로 아버지를 붙잡고 늘어섰다. "야이 자슥아 이기 모하는 짓이까? 이손 놔라. 숨막히 죽겠다. 이거 놔. 지금 안그라도 열통터져 죽겠는데 니놈까지 이게 무슨 짓이꼬? 이손 놓지 못하나?" "안돼요, 아버지. 그럼 저한테 말이라도 해주세요. 지금 어디가시려고 그래요. 말이라도 해주시면 이손 놓을 낍니다. 아버지 제발 진정좀 하시고 집에 들어가세요" 부자지간에 밀고 땡기고 한참을 실갱이 하다가 아버지는 경대가를 데리고 술집에 들어갔다. 포장마차. 아버지는 술이 몇잔 들어가자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금 다이나마이트를 들고 경마장에 처들어가려고 했단다. 마요일인 오늘 마사회에 쳐들어가서 가장 높은 양반과 생사결단을 내려고 했단다. 그동안 경마때문에 그많던 재산 다 날렸으니 오늘 대박을 만들어 주던지 아니면 이 다이나마이트에 불을 확질러서 니캉 나캉 같이 타죽던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협박좀 할려고 했단다. 그래서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집안에 있던 돈 100만원을 쓸어가지고 결판을 내려고 집을 나섰단다. "아버지, 제발 이러지좀 마세요. 이왕에 날린돈 자꾸 생각해봤자 죽은 자식 불알만지기지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앞으로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가셔요. 어머니가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아버지는 고개를 떨구었다. "내가 죽일놈이지. 대가야. 이 애비를 용서해다오. 내가 다시 경마판에 발을 들여 놓으면 이 손가락을 끊어버려야지" "아버지". 그날밤 경대가는 아버지와 주거니 받거니 밤새도록 술을 퍼마셨다. 아버지는 그래도 경마를 끊지 못했다. 아버지는 경마야말로 마약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결국 아버지는 부자지간에 약속했던 대로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자르고 말았다. 그리고는 경마에서 완전히 손을 뗄수가 있었다. 그러나 부전자전이었다. 아버지가 그토록 헤어나지 못하던 경마에서 손을 끊자 이번에는 아들인 경대가가 경마에 뛰더든 것이다. 경대가는 도대체 경마가 뭐길래 아버지를 저토록 처참하게 패가망신 시켰는지 그 이유나 알겠다면서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경마꾼이 되었다. "경마는 도박이다. 도박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강한 도박이지. 아하, 아버지가 이맛에 경마에 그토록 미치셨구만. 그렇지만 난 아버지와 달라. 아버지는 경마에 굴복당해 패가 망신 했지만 난 경마를 정복하고 말꺼야. 내가 경마를 굴복시킬테니 두고 보라구" 경대가는 계속 중얼거렸다. "난 타고난 겜블러다. 겜블러는 도박을 정복하는 재미로 세상을 살지. 당연히 경마를 정복하야지. 이세상에 경마없으면 무슨 재미로. 해가 떠도 경마, 달이 떠도 경마, 경마가 최고야". 이시리즈는 계속 됩니다.
김명수(
www.people365.pe.kr)
수정일 2003년02월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