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256) ‘산삼찾아 삼만리’ 심마니형제 전명환, 양환
2006/01/17 00:00 입력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미투데이로 기사전송 다음요즘으로 기사전송
 [클릭이사람] (256) ‘산삼찾아 삼만리’ 심마니형제 전명환, 양환

산에서 산삼을 캔다는 것은 바닷가 백사장에서 잃어버린 바늘 찾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심마니들은 그 어려운 산삼 찾기에 인생을 건다. 몇날 며칠이고 산을 떠돌아다니면서 산삼과의 전쟁을 벌인다.

▲     © 피플코리아
전명환(42), 양환(35)씨도 예외가 아니다. 그 많은 직업 다 놔두고 ‘산삼찾아 삼만리’ 인생으로 살아가는 형제 심마니다. 전국에서 산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강원도에 터를 잡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화천군 상서면에 살고 있는 동생 양환씨는 형(철원군 서면)과 사는 곳은 서로 다르지만 늘 붙어 다니면서 산을 탄다. 경력으로 치면 형 명환씨는 11년째, 동생은 12년째로 동생이 더 오래 되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형은 전문 심마니.

산삼을 업으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도 산삼이 몇 년씩 눈에 안 잡힐 때도 있고 눈에 들어올 때는 갈 적마다 잡힐 때도 있다. 

동생은 원래 가게를 운영하다가 오른 손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찍 심마니로 돌아섰다. 삼 캐는 것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형은 사업하다가 부도가 나서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우연히 심마니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들과 어울려 지다내 보니 자연스럽게 심마니 인생이 되었다.

산을 탈 때는 대박을 꿈꾸지만 어찌 보면 하루하루가 신기루 같은 생활의 연속이다. 꿈을 안고 갔다가 꿈을 깨고 온다고나 할까. 

심마니들은 선몽에 울고 웃는다. 좋은 꿈을 꾸면 산삼을 캐기 때문이다. 큰 재물이 있으면 까마귀가 따라다니면서 자리도 알려준다. 속설이 아니고 진짜라고 확신한다.

“꿈에서 어디가나 내가 가져오는 것은 좋은 몽이고 내가 남에게 퍼주거나 흙탕물은 재물이 나가는 꿈이지요. 그 중에서도 흙탕물 꿈은 가장 안 좋습니다. 그날은 틀림없이 사람이 다치게 되지요. 속된 말로 재수 없는 날입니다.”

또한 음식도 금기가 많아서 지킬 것은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이들의 생활 수칙. 개고기나 닭고기를 잡는 것을 봤거나 먹었을 때, 또는 부정한 것을 보면 음력으로 그 달에 안 좋아서 그런 날은 비키거나 조심한다.

그들이 캔 산삼은 거래인에게 넘기기 때문에 누구한테 어떻게 팔렸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캐는 사람 먹는 사람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가 먹는지 궁금하지도 않다고 한다. 

산삼이 몸에 좋다고 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고, 그렇다고 약하게 먹으면 효과가 덜 하므로 자기 몸에 맞게 적당히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뭐든지 분수에 넘치면 하나도 좋을 게 없는 법이다.

산에 갈 때는 어물(산제 올리는 음식)을 사가지고 옛날에 삼이 나왔던 자리 주변에서 가서 정성(고사)을 먼저 지내고 거기서 며칠씩 머물면서 산을 캔다. 

한번 들어가면 먹고 자고 보통 1주일에서 열흘씩, 아니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보통 2~3일만 자면 몽(꿈)이 떨어진다. 선몽 받고 아침에 일어나면 느낌이 오는데, 신기하게도 그 예측이 백발백중 들어맞는다.

삼을 보게 되면 일찍 산에서 내려오지만 못 보게 되면 준비해간 식량이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 머문다. 삼을 캐면 마음이 가볍고 일을 해도 힘이 안 들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람이 축 처진다.

10년 이상을 붙어 다니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마음을 다 읽는다는 이들 형제는 심마니로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 놓는다.

산삼을 캐려면 돈에 눈이 어두워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초조하거나 급하다고 캐는 것도 아니다.

가서 기다리면 몽이 나오고 산삼을 발견하게 된다. 심마니는 기다림과의 싸움이라고나 할까. 이들 역시 한번 산에 들어가면 한달씩 있어 본 적도 있을 정도로 기다림에는 이력이 난 사람들로 기다림과의 싸움에서 결국은 산삼을 캐왔다.

집에 있어도 몽을 통해서 산으로 오라고 자꾸 부른다. 아주 위치가 정확하게 나오는 꿈도 있고 심지어 어느 바위까지 선몽으로 가르쳐 주기도 한다. 표석이 될 만한 것은 선몽을 해준단다.

선몽은 산신령이 사람의 형태로 나타난다. 산마다 골마다 신이 다 틀리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부부도 있고, 심지어 동자신도 있다. 말로도 알려주고 같이 행동도 한다.

저쪽 산으로 멀리갔다가 반대로 이쪽 산신이 부르면 다시 짐을 싸가지고 철수하여 선몽에서 나타난 그쪽으로 간다. 심마니들에게 선몽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이들은 산 자체에 기(氣)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기가 센 산이 있고 약한산이 있는데, 센 산에 가면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심마니가 지켜야 할 수칙으로 산신에게 불경스러운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심마니를 노하게 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란다.

꿈에서 눈이 와서 스님이 빗자루로 싹싹 쓸면 내려가라는 소리다. 승용차나 버스가 기다리고 있어도 캐지 말고 집에 가라는 소리다. 꿈이라도 내가 무조건 집으로 들고 가야 좋다. 비록 꿈속에서 훔쳐가더라도 들고 들어가면 산삼을 캔다. 반대로 자기 물건을 잊어먹으면 그날은 산삼은 없다.

지금까지 이들 심마니 형제는 몽이 빗나간 적이 없단다. 몽 속에서 물고기를 잡으면 하늘이 구름한점 없이 맑아도 백발백중으로 거기서 비가 온다.  

여럿이 같이 움직이면 같은 장소에 가서 비슷한 꿈을 꾸는데, 그럼 거의 같이 안다. 여럿이 가면 산을 많이 보고 캘 확률도 그만큼 높다.

같이 간 일행중 한사람이 산삼을 캐더라도 같이 캔 것으로 간주한다. 각 매를 하다보면 재물에 서로 욕심이 생겨서 거기에 있는 재물을 다 못 찾아가기 때문이다. 

서로 자기 욕심에 먼저 키려고 서두르다 보니 결국은 다 못 캔다. 같이 캔 것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한번 산에 가면 몸무게가 10Kg씩 빠진다. 심마니에게는 산이 일터. 웬만한 산은 거의 다 누벼봤다.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등 전국 명산을 다 갔다.

산삼이 많이 나는 곳은 조선조때 삼포가 있던 곳으로 고산지대일수록 잘 생기고 오래 묵은 삼이 많이 나온다. 산삼은 천종, 지종, 인종으로 나눈다.

10년 넘게 산에서 살다 시피 하다 보니 이제는 산속에 묻힌 산삼도 알아볼 정도로 눈에 익었다는 이들 심마니 형제는 장뇌는 캐더라도 거의 취급을 안 한다. 

산삼은 다른 식물보다 위쪽이 밝고, 같은 녹색이라도 기가 세서 잎이 서 있는 자체가 빳빳하다는 것을 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산 속에서 산삼이 멀리 있어도 그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비결은 바로 거기에 있다. 잎이 깻잎처럼 생기면 잘생긴 삼이다. 잎만 봐도 모양이 그려진다.

삼뿌리는 99%가 산위로 올라간다. 뿌리 전체 방향이 봉우리를 향해서 위쪽으로 뻗고 있다. 삼은 한번 캔 자리 주위에 있다. 주기가 8~20년. 땅속에 싹을 안내고 박혀있는  기간은 잠잔다고 한다. 길게는 20년까지 잠을 잔다고 한다. 

그 다음에 싹이 올라와야 삼을 볼수 있다. 그래서 임자가 있다. 멀리 있을 수도 있고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 좋은 삼은 300M~1Km 반경안에 있다. 그래서 발견하기가 힘들다. 발견하면 심봤다고 소리를 지르는 대신에 마대(지팡이)로 주변 나무를 몇 번 툭툭 친다.

같이 간 사람들이 그 신호를 듣고 몰려오면 삼에다가 함께 절을 하고 캐는 작업에 들어간다. 몇 시간씩 괭이와 전지가위, 톱으로 모양새를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산삼 머리카락 끝까지 터럭 하나도 훼손하지 않고 그야말로 온 정성을 다해서 캔다.

산삼을 캐고 나면 그 주위를 1~2 Km 반경까지 5M 간격으로 이 잡듯이 이틀 정도 더 뒤져보고 내려온다.

심마니들은 무슨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이들의 설명에 의하면 심마니를 업으로 둔 사람들은 조상 중에서 산을 모시던 사람이 있단다. 그런 사람들의 자손이 심마니가 된다는 것이다.

산삼만 캐서는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전방에서 토종벌을 300여통 키운다.  농약성분 일체 없고 산에서 나오는 자연산 그대로다. 토종벌을 키우는 주위에 민가가 없는 완전 무공해 벌통이다. 목청, 석청도 봐 놓은 게 있다.

이들은 목청이나 석청벌 한 마리만 발견해도 시간, 계산, 바람, 지형에서부터 햇빛 드는 방향까지 다 따져가지고 벌집이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심마니도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IMF 시절처럼 먹고 살기 힘들 때는 일확천금을 찾는 사람이 많이 온다. 그러나 대부분 1년도 못가서 그만 둔다. 삼에 대해서 모르고 산에 들어왔다가 몇 달 가도 캐지 못하면 포기하고 돌아간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자기 입장에서 꾸준히만 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이들 심마니 형제는 입을 모은다.

형은 평생 직업으로 앞으로도 계속 산을 탈 작정이다. 동생도 어차피 한 우물을 파고 있으니 심마니로 평생을 살 것 같다.

10년 넘게 산을 타다 보니 이들 심마니 형제는 마음도 따라서 넉넉한 품으로 세상을 끌어안는 산을 닮아 가는 것 같았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3년 03월16일 09시20분 

 
피플코리아 홈으로 바로가기     클릭이사람 명단 1~345번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0-4707-4827 이메일 people365@paran.com


[ 김명수기자 people365@paran.com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sshss2927@hanmail.net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 피플코리아(www.peoplekorea.co.kr) - copyright ⓒ 피플코리아.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