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96) 향기를 피워올리는 인터넷작가 박종희
2003/10/31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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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 (96) 향기를 피워올리는 인터넷작가 박종희

[회색의 새벽. 희미한 가로등 불빛 // 기대와 설레임으로 기다린 불혹 / 내 살아가는 여정에서 잠시 멈추어 선 간이역, 사십 // 눈부시게 밀고 들어오는 아침햇살 / 새로운 여백 하나 서늘한 한숨을 감추고 / 낙엽처럼 기대어 보고싶은 마음 // 나를 향해 미운 손을 내밀고 앉은 집안 일 / 감잎차를 마신다]

향기나는 주부작가 박종희. 그의 글에서는 향기가 물씬 묻어난다. 그가 쓰는 글의 무대는 소중한 보금자리. 대들보같이 든든한 남편이 등장하기도 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아이가 그의 마음속에 파고 들어오기도 한다.

아침밥상을 차리며 문뜩 문뜩 떠오르는 단상을 퍼올려도 훌륭한 작품이 된다. 양파를 까면서 흐르는 눈물을 원고지에 받아내도 훌륭한 수필이 된다. 세탁기를 돌리면서도 그의 작가적 고뇌는 통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빨래만큼이나 빠르게 회전한다. 하루 일상 하나 하나가 그에게는 소중한 작품의 무대가 된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에는 향기가 난다. 생활속에서 퍼올리는 평범한 내용들을 감칠맛 나게 섬세한 필체로 엮어내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한여름 메마른 땅을 적시는 시원한 소나기가 연상된다. 진솔하기 때문이리라. 그가 담아내는 이야기 거리는 우리와 떨어진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화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그러기에 그의 글을 읽으면 낯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속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어 고백하고 싶은 충동까지 느껴진다.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어쩐지 그의 손만 거치면 수필이 되고 시가 되고 에세이가 된다. 그런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타고난 글쟁이라고 부른다.

어려서 부터 글쓰기를 즐겼다. 학창시절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면서 장래가 촉망되는 문학소녀로 이름을 날렸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 그의 작문 실력은 고등학교에 가서 더욱 빛을 발한다.

경암스님으로부터 수필에 대한 지도를 받기도 했다. 충청일보, 중부매일신문의 여성 칼럼을 쓰기도 했다. 처음으로 실시된 인터넷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누렸다.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그는 현재 한국문인협회 제천문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독 수필만 고집하고 있다.

그의 글쓰기는 결혼을 하고나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인터넷 칼럼작가. 인터넷사이트 다음 커뮤니케이션 칼럼에 "아내라는 이름으로" (http://column.daum.net/srg6328) 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고정연재 해오고 있다. 최근 1년동안 자운영이란 필명으로 무려 120편이나 올렸다. 그가 올리는 수필 코너는 이제 독자회원 200여명을 확보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서점으로 수필집을 사러 나갔다가 그녀의 인터넷 연재칼럼에 홀딱 반해서 책사기를 포기하고 돌아왔다는 독자회원까지 있단다.

잠만보라는 아이디를 가진 독자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자운영님의 고운 글을 수첩에 적어놓고 글의 느낌에 푹 쌓여 한참을 황홀해 합니다. 저는 추석 이후로 계속 사는 게 지겹고, 구질구질하고 그렇게 느껴졌답니다.

미운 일들이 기다리는 일상은 정말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내가 달라져야 할텐데, 그 계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그 계기는 찾아주질 않는군요.

자운영님의 고운 글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고운 느낌을 혹시 내 표정에 길어 올릴 수 있으려나 , 희망해보며 수첩을 접습니다.

님의 오늘 글도 역시 저를 기쁘게 해주셨습니다. 감사해요"

독자회원들과 수필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 받다보면 금새 밤이 깊어지고 새벽이 온다. 그래도 그녀는 글을 쓴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읽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느낀다는 회원들을 접하면서 힘을 얻고 용기를 얻는다.

[참 이상합니다. 요즘 며칠 동안 지독한 감기몸살로 잠을 설쳐서 인지 요즘은 유난히도 밤이 길어진 느낌입니다.

한참을, 아주 긴 시간을 잔 것 같은데도 눈을 떠보면 아직 청 회색의 새벽이고 그때마다 큰 창을 향해 들어오는 우윳빛 가로등 불빛 때문에 또다시 긴 시간을 잠을 청해야 하고.....

몸이 아프면 잠도 잘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 에 어른들께서 늙어지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셨는데 워낙 깊은 잠을 못 자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몸이 아플 땐 유난히 뜬눈으로 새우기가 일쑤입니다.

그래서 어떨 땐 솜으로 두 귀를 막고 잠을 자기도 하는데 요즘은 밖에서 들려오는 풀벌레소리와 새벽이 밀려오는 소리, 창 밖을 지나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것도 싫지 않아 그냥 잠을 청합니다] (유난히 긴밤)

글을 먹고 사는 여자 박종희. 밥을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듯이 그에게 글쓰기는 이제 하루중 가장 소중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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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 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0/11/09 14: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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