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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가을바람이 예술이다

2022/10/03 13:5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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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여름이 끝나고 가을 초입, 더운 공기 속에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이제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고 북한산에서 부는 바람이 예술이다.
10월 첫 날, 홀로 산객과 산악회원이 어울린 북한산 족두리봉 가는 길이 북적인다.
모처럼 회사동료들과 북한산 산행에 나선다.
계획된 코스는 구기동에서 문수봉을 찍고 의상능선으로 하산인데 한 사람이 컨디션 난조로 불광역에서 접근이 쉬운 족두리봉에서 탕춘대로 잡는다.
 
북한산 오르는 길은 거미줄처럼 많다.
오늘 산행은 구기터널 근처에서 족두봉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
족두리봉 오르는 짧은 코스답게 초입부터 산객들이 붐빈다.
젊은 남녀부터 노익장까지 무수한 사람들이 북한산에 오른다.
우리팀 3명도 앞서거니 뒷서거리 하면서 느릿느릿 정상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족두리봉은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다. 오르는 길도 암릉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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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바위지대에 진입한다.
바위에 올라서니 조망이 트인다.
멀리 비봉과 향로봉이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건너편 북악산이 높게만 보인다.
청와대 뒷길이 개방되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북악산이지만 얼마전까지 
갈 수 없는 숨져진 비밀의 공간이였다.
족두리봉으로 가는 중간쯤에서 북한산을 둘러싼 모습이 하나씩 시작한다.
 
“예전에는 독바위역에서 뒤쪽으로 쉽게 올랐는데 이 코스는 만만치 않네”
“완전 암릉이야. 네발로 기어서 올라야겠는데”
사실 바짝 고개를 든 바위가 앞을 막는다.
이제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 것이다.
“너무 무서운데, 족두리봉 가지말고 우회하자”
“바위에 올라서면 어지러워, 나이 탓인가”
“허긴 60이 한참 지났으니 체력이 떨어질만 하지“
기어서 오르는 바위지대를 벗어나 족두리봉을 우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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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봉을 앞두고 돌아가는 쉬운길이만 조심스럽다.
직벽에선 외줄에 메달려 암벽을 오르는 바위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모습에 감탄할 뿐이다.
족두리봉의 시원한 조망을 맛보지 못해 아쉬운이 살짝 들지만 산행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족두리봉을 뒤로 두고 향로봉으로 향한다.
족두리봉은 한발짝 떨어져서 보아야 제대로 느낀다.
 
향로봉으로 가는 작은 암릉, 족두리봉 조망처이고 인증샷 구간이다.
수많은 산객들이 사진 찍기 바쁘다.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포토존은 늘 붐빈다.
”족두리봉 나오게 잘 찍어봐“
”잠깐 비껴주세요. 포즈 잘 잡아“
서로 웃고 떠들면서 그동안 묵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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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을 앞두고 솟은 소나무 숲 안부, 쉼터이고 점심자리다.
넓직한 공간은 이미 선점되여 옹색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좁은 공간이지만 향로봉에서 이어진 조망은 으뜸이다.
아직 의상능선과 응봉능선은 보이지 많지만 향로봉에서 뻗어 내린 부드러운 내리막 곡선이 아름답다.
단단한 화강암 바위에서 북한산 기운을 온몸으로 받는다.
솔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와 땀을 씻어낸다.
 
향로봉을 앞두고 탕춘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오늘 산행에서 봉우리는 모두 우회하고 먼 발치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미세먼지 탓에 흐릿한 하늘이지만 북악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탕춘대는 비봉에서 내려오는 산줄기로 구기터널과 상명대로 이어진다.
탕춘대 길을 앞두고 젊은 여인이 길을 묻는다. 
”차마고도가 어디예요“
”차마고도는 중국에 있는 길은데, 북한산에 차마고도?“
”탕춘대 근처라고 했는데요“
탕춘대에서 족두리봉으로 가는 짧은구간을 차마고도라고 부른가 보다.
차마고도는 중국의 차와 티베트 말을 교역하는 험준한 산악길을 말하는데
북한산에서 차마고도라니 참 작명이 재밌다.
 
가을이 시작되는 10월 첫 날, 북한산 산행이 즐겁다.
문수봉과 의상능선, 계획된 코스에서 한참 벗어났지만 함께한 친구가 있어 좋다.
대남문에서 문수봉 가는 성벽에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만나지 못해 아쉽다.
지금 의상능선에 투구꽃도 눈에 아른거린다. 
솔밭 사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며 이북오도청으로 내려선다.
길가에서 국화꽃이 가을향기를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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