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도덕산 눈길 걸어요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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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도덕산 눈길 걸어요

2023/01/30 22:21 입력

<im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2301/thumb/20230130222301_nryhzvdr.jpg" alt="1.jpg" style="width: 580px; height: 387px;" />
[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날이 춥다, 빨리 가자”
“잠깐, 나 아직 스틱을 펴지 않았어”
“지금까지 스틱도 펴지 않고 뭐 했어“ 
”그러게, 미안~“
도덕산 산행 들머리인 야생화공원에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1월에 가는 겨울산, 등산로는 눈이 녹았지만 산비탈은 하얀색이다.
썰렁한 야생화공원 소나무 사이로 찬바람이 훅 들어온다.
철산역에서 올라 온 산객들이 준비운동도 없이 도덕산으로 발길을 서두른다.
추울수록 준비운동을 하여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워야 하는데 그냥 직진이다.
줄지어 오르지만 가파른 오르막에서 헉헉 거린다.
”먼저 가, 마스크 좀 벗어야겠어, 숨쉬기 힘들어“
”등산로에는 눈이 녹았네, 다행이야“
뒷 처진 두 사람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면서 도덕산 첫 봉우리로 오른다.
엊그제 내린 눈이 산 북사면에 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사람이 많이 다닌 등산로는 눈이 녹아 걷기 불편하지 않다.
산자락에 하얗게 색칠한 눈이 겨울 낭만을 보여준다.
눈이 없는 겨울산은 어딘지 모르게 초라하다.
저 차가운 눈 속의 대지는 봄날의 부활을 예비하는 생명들을 보듬고 있다.
흙속으로 피신한 생명의 싹들은 차가운 눈이불 속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노루귀 등이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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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구경하면서 천천히 오로다 보니 단체산객은 저만치 앞서간다.
산길은 조용하고 신갈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만 유난을 떤다.
거친 바람 덕분에 티없이 맑은 하늘이 파란색이다.
겨울산행이 춥지만 상큼하고 기분은 최고다.
산악회원은 앞서가고 가족산객에도 자리를 내주고 뒤로 쳐진다.
오늘 산행은 빠름이 아닌 느림이고 즐기는 산행이다.
듬성듬성 심어진 전나무 좁을 길을 따라 오르니 도문산 정상이다.
전나무 바늘잎에 눈고깔을 기대했는데 눈은 모두 녹았다.
영하의 추운 날씨이지만 세찬 바람 탓에 산비탈 잔설만 겨울색을 보여준다.
산객들이 머물지 않는 도문산 정상은 썰렁하다.
찬바람에 사각정이 쉄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
나도 쉬지 않고 도덕산 정상을 향해 직진한다.
겨울산에서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 있다.
솜털이 달린 식물들의 씨앗들이다.
도문산에서 도덕산으로 가는 중간에 하얀 솜털이 눈길을 잡는다.
화살나무를 올라 탄 사위질빵 덩굴에 하얀 솜털이 눈송이처럼 붙어있다.
사위질빵 씨앗은 바람의 힘을 빌려 솜털을 멀리 보내는 것이 꿈이다.
솜털에 붙어있는 씨앗이 먼 곳으로 이동한다.
식물은 바람을 이용하여 번식에 성공하는 것이다.
도문산 고개를 내려서면 광명의 새로운 명물로 등록된 출렁다리가 나온다.
겨울이지만 역시나 인기가 여전하다.
출렁다리는 사계절 산객들에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봄에는 꽃으로, 여름에는 녹음으로, 가을엔 단풍, 겨울에는 눈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덕산 북사면에 하얀 미목인 자작나무와 하얀 눈이 겨울산 매력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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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를 지나서 도덕산 정상으로 간다.
온통 하얀 눈길이다.
이제 눈길을 제대로 걷는다.
도덕산으로 가는 세상이 흰눈으로 덮혀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침묵에 잠긴다.
흐르는 시간마저 눈 속에 잠깐 멈추는 것 같다.
침묵을 깨는 것은 신갈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 뿐이다.
도덕산으로 가는 눈길에서 만나는 옹달샘이 살아있다. 
영하의 날씨인데 물이 졸졸 떨어진다.
아무리 추워도 흐르는 물은 얼지 않는다는 법을 보여준다.
벌거벗은 울창한 신갈나무 숲속에 물은 생명의 샘이다.
모든 동물들이 이곳에서 목마름을 해결할 것이다.
도덕산으로 가는 긴 눈길을 지난다.
이제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덕산 북사면에 남은 눈이 겨울산의 묘미를 보여준다.
잎을 떨쳐낸 겨울나무가 눈 속에서 겨울눈을 키우며 의연하게 서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 눈의 촉감이 부드럽다.
‘사르락~사그락~’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며 정상으로 힘차게 오른다,
드디어 도덕산 정상이 눈앞이다.
고개길을 한참 올랐지만 추위 때문에 땀이 별로 나지 않는다.
심설이 아닌 적당한 눈길이라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산행 풍경은 은근 가족적인 분위기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단체산객이 늘었지만 아직까지는 가족단위 동행이 많다.
부부동반 산행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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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산 정상 역시 한산하다.
설연휴 이후 연이은 강추위에 산을 찾는 사람들이 확 줄었다.
사실 산 정상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다.
찬바람에 땀이 식으면 한기가 온몸을 파고든다.
설경을 담고 싶어 정상에 왔는데 눈이 없으니 겨울산 그림이 안된다.
그렇지만 이곳저곳을 맴돈다.
한 발 떨어져 도덕정을 담아본다.
한참 머무르지만 생각했던 그림은 없다.
약간의 실망을 안고 수양고개로 향한다.
도덕산 정상에서 수양고개 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이다.
군데군데 빙판이 있어 온 신경을 집중한다.
저 만치 앞서 어르신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남성 3인조인데 우정이 깊은 모습이 보기 좋다.
나이들수록 많이 움직이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길이다.
어르신들은 구름산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나는 수양고개에서 하안동으로 길을 잡는다.
하안동으로 가는 길목 배드민턴장에서 흘러나온 기얍소리가 우렁차다.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가 보다.
겨울이지만 운동하는게 최고의 건강비결이 아닌가.
“와우~ 겨울왕국이다” 눈이 반짝인다.
모처럼 만난 반가운 겨울 그림이다.
도덕산 정상에서 이어진 계곡에 흐르는 물이 꽁꽁 얼었다.
며칠간 영하날씨에 떨어지는 물이 빙벽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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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을 지나서 도덕산 서편 산길을 돌아간다.
잣나무 치유의 숲을 지나서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유아숲 체험장이다.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 웃음소리가 맑다.
아이들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이다.
추위도 모르고 웃고 떠드는 아이들 소리에 덩달아 엔돌핀이 팍 솟는다.
유아숲 체험장을 지나서 인공폭포, 겨울에는 가동중단이다.
인공폭포 위에는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도덕산 한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돌아 온 것이다.
폭포는 가동이 멈추었지만 암벽에서 떨어진 물이 그대로 얼어 빙벽이 되었다.
어른 키보다 큰 고드름, 눈과 빙벽이 겨울왕국을 제대로 선물한다.
폭포 수가 없는 인공폭포에서 하늘을 본다.
파란하늘 캔버스에 출렁다리가 멋진 그림이 된다.
수련이 자라는 눈덮힌 연못은 꽁꽁 얼었다.
폭포 수도 없고 침묵이 지배하는 인공폭포를 빠져 나와서 야생화공원으로 간다.
야생화공원이 도덕산 산행 들머리이고 날머리다.
계절마다 산을 오르는 기분이 다르다.
겨울산에서 느껴지는 감흥은 다른 계절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다,
1월 끝자락, 막바지 겨울추위가 연일 매섭다.
추울수록 봄이 기다려진다.
이제 입춘이 6일 남았다.
하지만 야생화공원에서 뒷산의 눈을 보니 봄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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