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죽인다. 하지만 아직도 한낮은 30도가 넘는 더위는 여전하다.
관악산에 오른다. 관악산은 옛날부터 송악산, 화악산, 운악산과 더불어
경기5악의 하나이다. 악(岳)자의 명칭이 말하듯이 산 전체가 암릉과
암봉으로 이어진 바위산이다. 돌산의 강한 기운 때문에 관악산은
예로부터 화기가 많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조선 태조가 한양을 수도로
정할 때 궁궐의 방위를 바꾸고 광화문에 해태상을 세워 화기를
누느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관악산은 629m의 높지 않지만 계곡과
수 많은 코스로 산꾼을 유혹한다.
암릉에 핀 각시원추리
산행 들머리는 우리나라 인재의 요람인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시작하여
날머리는 관악산의 으뜸코스인 팔봉능선이다. 수 많은 코스가 있지만
대부분 정상은 연주대로 향한다. 일단 수영장능선에서 첫 발을 딛는다.
수영장능선은 예전에 서울대 뒤편에 수영장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만 가을색이다. 높고 파란하늘에 하얀구름이 둥둥, 한폭의 수채화이다.
폭염인데도 숲속은 서늘하다.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시간에
암릉을 곱사등으로 기어 오르다 보니 전망대에 이른다.
바위틈에 폭염속에서도 곱게 핀 각시원추리가 새악시처럼 곱다.
관악산 기상관측소
전망대에 서면 사방이 조망된다. 북으로 서울도심을 감싸고 있는
‘불수사도북’이 한눈에 들어 온다. 한강도 발 앞에 있다.
반대편의 과천방향의 청계산에 광교산으로 이어진 남쪽의 산들이
포근하게 조망된다. 건너편 연주대에서 독경소리가 맑다.
점심시간이 다가 온 것이다. 공양시간 연주암서 예전에 먹었던 미역국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산행 2시간이 안되어 정상에 선다. 바람은 시원한데
넓직한 바위 복사열에 오랜시간 머무를 수가 없다.
관악산 정상의 연주대
벼랑에 세워진 연주대, 불꽃바위에 위태롭게 선 연주대 독경소리가 쟁쟁하다.
연주대는 고려가 망하자 고려 충신 10여명이 이곳에서 송도를 내려다보며
통곡했다는 애틋한 사연이 전해진다. ‘옛 군주를 연모한다’ 뜻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됐다. 또한 조선 태종때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양령, 호령대군이 이곳에 올라
경복궁을 내려다 보며 태종을 흠모했다하여 ‘연주암’이라 불렀다고 한다.
연주대를 뒤로하고 팔봉능선으로 향한다. 팔봉능선은 육봉능선과 함께
관악산 남릉의 대표적인 코스이다. 하산길은 웅장한 암릉의 팔봉능선이다.
오르고 내리는 봉우리가 여덟개로 쉬운 코스는 아니다. 네발로 기고
곱사등의 불편한 자세를 각오해야 한다. 주변의 풍광이 장쾌한 팔봉 암릉레이스는
여름보다는 단풍철이 백미다.
전망대에서 본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