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구름이 눈부시다.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인 8일, 가을이 성큼
다가 옴을 체감한다. 늦더위가 아직은 남아 있지만 그늘 속은 선선하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 문턱의 날씨가 되면 사람들의 나들이 활동이 늘어난다.
경기 광명의 도덕산에 오른다. 산이 도심 속에 있어 접근이 쉽다.
산길이 완만하고 온순하여 남녀노소 걷기 좋은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곳곳에 걷고 쉬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
걷고 싶은 우거진 숲속의 등산로가 부드럽게 길을 열어 준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까지 곱다. 거기다가 골바람까지 선선하여
걷기 좋은 계절을 실감한다. 이런 길을 걸을땐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노래가사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에 가수 밥 딜런이 있다면 우리에겐
조동진이 있다. 그가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를 흥얼거리며 오솔길을 오른다.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고 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 하나/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조동진의 노래가 시인의 감성을 뛰어 넘는다.
늦더위가 여전하지만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펼쳐진 길을 걷는 재미가
노래만큼 달콤하다. 길은 황톳빛 곡선이고 땅은 며칠전 내린 비로 촉촉하여 촉감이 좋다.
그래서 그런가, 맨발로 걷는 사람이 눈에 띈다. 맨발이 발바닥을 자극하여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천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산들바람에 땀도 식고 늦둥이 꽃 감상에 어느새 발길은 정상에 이른다.
느릿느릿 해찰하며 구름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높은 하늘만큼 기분좋은 날씨 때문인지
가족단위 등산객이 많다. 가족의 동행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도덕산에서 구름산 가는 길섶에 핀 꽃들도 날씨 만큼 깔끔하다.
‘꽃은 오래 보아야 예쁘고 자주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나태주 시인은 말했다.
사람도 자주 만나야 정이들고 사랑이 깊어진다. 그래서 가족여행이 힘든 삶에
에너지가 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지만 천천히 걸어야 별도 보이고 달도 보이고
우리네 삶의 속살이 보인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아이들과 동행하는 가족을
보면서 느긋한 삶의 여유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