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은 황홀했다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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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은 황홀했다

2019/06/22 12:54 입력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width="570" height="379" class="chimg_photo" id="image_06491916426704066" style="border: currentColor; border-image: none" alt="DSC04825.jp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1906/27554dd280078afb73602627ba3a1bd6_9hkZC7Ijv.jpg" org_width="600" org_height="399" /></div> 

[피플코리아]박석철 기자=붉은 불덩이가 어둠을 뚫고 쑥 솟는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처음 보는 장엄한 해돋이 풍경이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의 순간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6월 20일, 목요일 05시 14분, 천왕봉 일출은 황홀했다.
평일인데도 수 많은 사람들이 일출의 장관을 보며 숨을 죽인다. 태양이 솟는
순간에 감탄사가 동시에 터진다. 천왕봉에서 붉은 기운을 받고 다시 장터목가는
발길이 가볍다. 어둠도 완전히 걷히고 산자락에 안개가 스며든다.
지리산 천왕봉의 새벽공기가 무척 차다. 한 여름으로 접어는 시간이지만
일부는 패딩을 입고 있다. 바람막이로는 추위를 견디기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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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장터목대피소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일출산행을 준비하는 것이다.
오전 3시30분, 어둠 속 돌길 오르막을 비몽사몽간에 오른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이
일출산행을 더기게 한다. 수 많은 렌턴불빛이 장관이다.
하늘은 맑고 달이 휘영청 떠 있다. 달과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이른 아침이다.
제석봉을 지나고 통천문을 지나면서 어둠이 옅어진다. 하지만 바람이 무척 차갑다.
천왕봉을 앞두고 바위틈에서 바람을 피하고 일출시간이 임박해서 도착한 지리산 정상,
정상석을 인증샷 다툼이 심하다. 다시 조용해진다. 일출의 순간은 모두가 숨을 멈춘다.
감동의 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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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터목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세석으로 가는 길은 혼자다.
그 많던 사람은 어디로 간 것인가. 천왕봉에서 중봉으로, 중산리로, 다시 장터목으로
흩어졌지만 세석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꽃철도 끝나버린 연하선경이
초록속에 고요하다. 새들만이 정적을 깬다. 간간히 두루미꽃과 병꽃나무, 백당나무
꽃들이 가는 길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지리산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오늘은 그런대로 맑다. 햇볕이 시간을 가면서
힘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골짜기에 밀려드는 운무는 조망을 흐리게 만들지만
되레 운치가 있다. 안개 속에 비친 빼짝 마른 구상나무는 한 폭의 그림이다.
거친 바람 탓에 북쪽은 가지가 없고 남쪽으로 뻗은 나무 가지가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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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봉도 한적하다. 촛물이 흘러 내린 바위형상이라고 하는데
한 사람이 사진놀이를 하고 있다. 촛대봉을 내려서면 세석평원이다.
이 곳은 5월이면 철쭉이 환상적인데 한 발 늦었다. 절쭉도 지고 습지의
꽃들오 끝나버린지 오래됐다. 늦둥이 왜갯냉이와 동의나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멋은 별로다. 영신봉으로 간다. 영신봉에 참기생꽃이 있다고 한다.
무작정 올라서 찾아 볼 요량이다. 설악산에서 본 참기생꽃을 지리산에서
만날 기대를 하고 올랐지만 없다. 그 넓은 영신봉에서 참기생꽃은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바늘찾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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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을 버리고 다시 내려서 한신계곡으로 길을 잡는다.
세석에서 백무동까지 6.5km. 가파른 내리막의 돌길은 고통의 연속이다.
한신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고 맑다. 티없이 명징한 물소리가 음악의 선율처럼
다가온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 몸이 점점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계곡의 물소리가 더위를 식혀준다.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 다행이다.
숲 속을 빠져 세석길 입구를 나오니 뜨거운 열기가 확 들어온다.
세속에서 속세로 나온 느낌이다. 지리산의 뜨거운 여운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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