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은 고운 단풍과 바위 예술품 전시장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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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은 고운 단풍과 바위 예술품 전시장

2019/11/09 09:1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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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 center"><img width="570" height="379" class="chimg_photo" id="image_05348573634234456" style="border: currentColor; border-image: none" alt="DSC06125.jp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1911/27554dd280078afb73602627ba3a1bd6_rRL2wxmneKBSlHnxJa.jpg" org_width="600" org_height="399" /></div> 

[피플코리아]박석철 기자=속리산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속리, 세속을 떠난다.
또는 세속이 떠난다는 뜻이다. 산 이름 자체가 불교적 색채가 짙다.
속리산을 짧게 표현한다면, 먼저 자연이라는 석공이 빚은 놀라운 바위 예술품 전시장이다.
다음은 남한강, 낙동강, 금강으로 흐르는 산파수를 배출하는 젖줄,
마지막으로 호서제일가람인 법주사와 동거하는 불법의 요람이다.
여기에 더한다면 전설과 설화가 가득한 보물창고이다.
 
속리산은 충북과 경북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 줄기의 거산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해 선인들은 이 산을 연꽃에 비유했다. 일단 바위가 빼어나다.
융기한 화강암과 침식한 퇴적암. 이 들이 이룬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 대비가
절묘하다.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비로봉, 문수봉, 길상봉 등 8봉과 문장대, 신선대, 입석대
같은 8대이 있다. 산행은 대부분 법주사에서 시작하여 문장대로 간다. 
문장대가 속리산 정상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마니아들만 천왕봉 산줄기를 탐한다.
우리 산행팀은 법주사 코스가 아닌 경북 상주 화북탐방소에서 출발한다.
 
날씨가 미세먼지 탓에 선명하지 않다. 희부연 하늘이지만 산길은 호젓하다.
낙엽 쌓인 오솔길을 두 시간 오르면 문장대이다. 명색이 속리산 단풍산행인데 별로다.
단풍이 곳곳에 있지만 햇볕이 받혀주지 않으니 화려한 색상이 아니다.
올해 단풍은 100m 미인이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고운데 실상 앞에서 보면 실망이다.
사람 눈에 훨씬 뒤진 카메라 렌즈는 말할 필요도 없다.
단풍 색깔은 햇볕이 만들어 준다. 오늘은 미세먼지에 빛이 부족하다.
끝없는 오르막 탐방로에 은근 산객도 많다. 
헉헉 거리며 올라서니 문장대. 넓직한 터는 역시나 산객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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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최고의 바위 봉우리 전망대인 문장대, 발디딜 틈이 없이 북적인다.
북쪽으로 뻗은 묘봉과 상학봉으로 이어진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 온다.
희부연 하늘이지만 골짜기는 노랗고, 빨간 단풍빛이 물감처럼 흘러가고 있다.
천왕봉으로 이어진 능선에 우후죽순처럼 치솟은 기암들이 수려한 병풍을 이룬다.
“산은 면전에 우뚝 솟고, 구름은 말머리 옆에서 엉기네” 이태백이 촉으로 가면서
읊었는데 이곳의 풍경과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문장대 앞에서 점심을 먹고
천왕봉으로 간다.
 
배를 채우면 몸이 무겁다. 역시나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산행 속도가 더디다. 다시 워밍업이 필요하고 모두가 헉떡 거린다. 
하지만 조릿대 사이로 이어진 산길은 곱고 걷기 좋다.
문수봉과 청법대를 지나면 신선들이 백학을 데리고 놀았다는 신선대가 나오고
입석대가 나타난다. 신선대에서 법주사로 가는 하산길인데 경업대로 가는 길이다.
경업대는 임경업 장군이 무예를 연마한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장대가 속리산의 최고의 전망 바위봉라면 경업대 일대는 속리산의
바위예술품을 모아 놓은 갤러리라고 한다. 바위 전시장 구경도 좋지만
천왕봉 종주길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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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기묘한 바위와 통천문 등이 출현하여
눈을 즐겁게 한다. 거기다가 단풍과 참빗살나무 열매가 꽃처럼 반긴다.
마지막 된비알이 기다리고 있다. 짧지만 길게만 느껴지는 천왕봉 오르막이다.
막상 천왕봉에 서면 싱겁다. 속리산 최고봉을 찍었다는 뿌듯함만 남는다.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사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은 오르고 있지만/ 내게 남긴 것은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나희덕 시인이 ‘속리산에서’ 속리산 산행을 간결하게 압축했다.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인데 높이를 길게 늘여 놓은 것 같다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
 
산은 정상에 섰으면 하산이다. 단풍은 지고 겨울채비를 마친 산능선을 벗어나
골짜기로 내려간다. 상환암과 학소대를 지나면 평탄한 골짜기를 따라
길을 열어준다. 올해의 마지막 단풍들이 곳곳 바위틈에서 곱게 단장하고
산객들에 나풀거리며 손을 흔든다. 산행을 마친 산객들에 세속으로 빨리
돌아가라고 밀어내는 것인가. 앞에 북적거리는 길이 나온다. 세심정이다.
마음을 깨끗이 씻으라는 곳인데 먹자판이다. 기름진 음식냄새와 막거리 냄새가
진동한다. 속리산의 특징은 곳곳에 휴게소가 있다. 다른 국립공원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세조길에 들어선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유혈 구테타로 왕위를 찬탈한 세조가
속리산에 입장해 피 묻은 영혼을 세탁한 곳이다. 세조길에 있는 바로 목요소이다.
세조길은 트레킹 코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막바지 단풍이 화려하게 뽐내는 늦가을의 풍취를 만끽 할 수 있는 길이다.
세조길이 끝나면 충청권 최대의 불교 발흥지인 법주사가 나온다.
시인 고은은 “법주사는 여름 장맛비를 맞으며 찾아가야 제 맛이 난다”고 했지만
가을에 방문한 사찰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단풍이 울긋붓긋하고 사람들 옷차림도
단풍만큼 화려하다. 고요한 산속에서 다시 속세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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