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향기 번지는 고즈넉한 도덕산 가을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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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향기 번지는 고즈넉한 도덕산 가을

2020/11/14 08:38 입력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width="570" height="380" class="chimg_photo" id="image_006213307717488242" style="border: currentColor; border-image: none" alt="_MG_2269.jp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2011/27554dd280078afb73602627ba3a1bd6_X7boh85O.jpg" org_width="600" org_height="400" /></div> [피플코리아]박석철 기자=찬 바람이 훅 들어오더니 초록잎이 다양한 색으로 변신을 서두른다.

더운 여름이 한순간에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여름과 겨울사이 아주 짧은 계절이다.
도덕산도 이곳저곳이 울긋불긋 물들어간다.
이 짧은 계절이 아쉬워 도덕산 단풍맞이 나선 오후시간이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 호젓한 산길에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상큼한 가을바람을 잔뜩 몸 속에 넣는다. 배고픈 아이가 허겁지겁
밥을 탐하듯이 산객들이 맑은 가을공기를 욕심낸다.
 
10월에 마지막 밤도 지나고 입동도 지났다.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 상강이 지나고 바람이 차갑다.
사람들 옷깃이 올라가고 반팔을 집어 넣고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몸을 가볍게 하지만 사람들의 옷은 두꺼워진다.
달력이 10월 끝자락으로 달려 갈수록 가을이 깊어간다.
도덕산은 가을빛이 늦다.
단풍은 높은 산에서 아래로 서서히 내려 온다.
도심에 있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 때 도덕산 나무들도
곱게 단장을 시작한다. 특히 단풍나무는 아주 늦다.
11월 초가 되면 만추이고 겨울초입에 접어들면 도덕산에
색색의 단풍구경이 가능하다.
10월 말에 먼저 물드는 것은 담쟁이와 복자기나무이다.
곳곳에 심어진 복자기나무가 빨간빛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햇빛에 반사된 단풍은 가을의 풍미를 보여준다.
<img width="570" height="380" class="chimg_photo" id="image_05704285525622672" style="border: currentColor; border-image: none" alt="1.jp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2011/27554dd280078afb73602627ba3a1bd6_Xg7p3kvstBSCQfgtNED.jpg" org_width="600" org_height="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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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퀘이아 숲에 들면 마음이 평온하다.
화려한 단풍 숲이 아니라도 마음 달래는 신묘한 힘이 있는 곳이다.
쭉쭉빵빵한 나무 그림이 일단 시원하다. 
두 줄로 선 나무들이 가을손님을 맞이하고 있지만 단풍나무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고운 단풍을 기대하고 왔지만 단풍이 없다고 실망은 이르다.
위용 넘치게 쭉쭉 뻗은 메타세퀘이아 숲이 평온함을 선물한다.
파란 하늘아래 곱게 가을 옷을 입은 화살나무가 더욱 붉다.
화살나무도 참 변신이 빠르다. 이른 봄에 나온 잎은 산나물로 사랑을 받고
가을이면 먼저 단풍으로 변신한다. 봄이면 나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즐거움을 주는 멋진 나무이다. 거기다가 약용으로 쓰이는 버릴 것 하나 없는
귀중한 화살나무이다. 또한 빨간 열매는 겨울에 눈이 내리면 멋진 그림이 된다. 
<img width="570" height="380" class="chimg_photo" id="image_006882906268188205" style="border: currentColor; border-image: none" alt="4.jp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2011/27554dd280078afb73602627ba3a1bd6_IqpCniwWGeEULEicyo88GoP.jpg" org_width="600" org_height="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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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마른 낙엽길이 정겹다. 느티나무 낙엽이 제법 두툼하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음악이 되고 그림같은 산길은 걷기 좋다.
단풍이 아직 멀었는데 낙엽은 가을가뭄에 바짝 말랐다.
부서지는 것이 아쉬어 조심스럽게 걸어가지만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음악같이 들린다. 자연의 음악이 있고 시가 있는 길은 걷기 좋은 곳이다.
찬 바람이 불어서 하늘이 무척 높고 파란색이다.
티없이 맑은 가을날 사람들이 신이 난다.
길거리에선 마스크 착용이 불편하지만 툭 트인 야외공간에선
조금은 편하게 다닐수가 있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 사방에서
축제분위기인데 올해는 코로나 탓에 조용하다.
단체모임과 행사가 기피 대상이 되고 모이면 두 세명이 적당하다.
가을맞이 행사도 가족이나 친구 동행이 요즘의 세태이다.

<img width="570" height="380" class="chimg_photo" id="image_0238596532352845" style="border: currentColor; border-image: none" alt="10.jp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2011/27554dd280078afb73602627ba3a1bd6_hRAk3guFVTmcrBo5NosK1uD7yFQf.jpg" org_width="600" org_height="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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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은 다는 듯이‘
안도현 시인 ‘가을엽서’ 중에서
하나씩 내려선 나뭇잎을 모아서 그림을 만들었다.
화가는 아니지만 한적한 숲길을 걸으면서 비록 떨어진 잎이지만
모으면 작품이 된다. 길가에 꽃이 향기까지 더해주니 발길이 얼마나 가벼운가.
나무에 달린 잎도 곱고 바닥에 내려 앉은 잎도 멋지다.
시간과 공간이 다르지만 세상은 모두가 귀하고 아름답다.
산국향기가 발길을 잡는다. 
호젓한 산길에 핀 산국이라서 향기가 진하다.
산국은 들국화의 맏언니 같은 꽃이다.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은
여럿이 있지만 산국과 감국이 들국화를 대표한다.
산국향기가 도덕산에 번지고 가을산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산국향기에 취하고 산새들 노래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단풍과 영글어 가는 열매를 보고 내려선 도덕산,
짧은 산행이지만 긴 여운이 남는다.
 고요한 숲길이 화려하진 않지만, 온화한 가을빛을 내고 있다. 
<img width="570" height="380" class="chimg_photo" id="image_030639452849396453" style="border: currentColor; border-image: none" alt="17.jp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2011/27554dd280078afb73602627ba3a1bd6_jgFbumBy8BXonIRHy194Hl4.jpg" org_width="600" org_height="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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