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 향기가 깊어가는 도덕산 가을풍경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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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 향기가 깊어가는 도덕산 가을풍경

2021/10/24 10:0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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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플코리아]박석철 기자=하늘에 국화꽃 같은 흰구름이 떠 있고 산에는 산국 향기 가득한 바람이 분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서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10월이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시월은 누구나 그리움이 깊어가는 시간이다.


 가을은 문득문득 고향생각이 나고 어린시절 놀던 소꿉친구가 보고 싶어진다.


 도덕산 가을 꽃잔치에 동참하며 찬바람이 불면 도지는 향수병을 치유한다.


 도덕산으로 가는 길목, 풍성한 국화가 꽃상을 차려놓고 나들이객을 맞는다.


 이 국화는 야생이 아닌 원예종이지만 탐스런 꽃송이가 눈길을 끈다.


 국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종자 개량을 거듭하여 수십종이 있고 꽃모양도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을 자랑한다.


 도덕산 철산배수지에서 곱게 핀 국화를 보니 가을 꽃산행 예감이 좋다.


 산자락이 온통 노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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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색과 노란 꽃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흰색은 이제 저물어가는 서양등골나무이고 노란꽃은 산국이다.


 산국은 국화꽃이라고 하기에는 꽃송이가 작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꽃이다.


 하지만 향기 하나는 어느 꽃에도 뒤지지 않는다.


 산국은 강인한 삶을 산다.


 바위 틈에도 뿌리를 내리고 가을이 되면 노란 꽃송이와 향기를 뽐낸다.


 인공폭포 암벽에 노란 꽃으로 수 놓은 산국에 감탄할 뿐이다.


 인공폭포 연못에는 수련이 자라고 암벽에는 산국이 가을장식을 하고 있다.


 가을철 풀밭에 피는 꽃을 들국화라고 부른다.


 흔히들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등을 들국화라고 부르는데 정확히 밝히면 들국화라고 말할 때는 산국을 가르킨다.


 산국보다 꽃이 조금 큰 감국이 있지만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산국은 산과 들에서 자란 야생의 꽃이다.


 유안진 시인은 ‘들꽃 언덕에서’ 들꽃은 하늘이 키운다고 했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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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벌써 10월, 올해 달력도 이젠 두 장 남았다.


 봄부터 여름까지 전성시대를 누린 꽃들이 가을까지 남아 있다.


 개망초와 금계국인데 이들은 모두 외래식물이다.


 하지만 개망초와 금계국은 귀화한 신분이지만 어렷한 토종대접을 받고 있다.


 미역취와 쑥부쟁이는 등산로에 뿌리를 내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매년 여름이되면 등산로 정비작업이 시작되고 예초기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한 여름에 꽃대를 키우고 가을철 꽃을 준비할 시간에 싹둑 잘린다.


 이들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꽃이라서 애처롭고 더욱 사랑스럽다.


 정상적이면 9월에 꽃을 피우는데 예초기에 한 번 잘려서 뒤늦게 꽃이 피었다.


 한발 늦게 핀 꽃이여서 씨앗을 남길 수 있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주변에 후세들이 자라고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된다.


 구절초는 가을철 야산에서 가장 먼저 흰꽃을 피운다.


 꽃대의 마디가 아홉 마디쯤 자랐을 때 꽃을 핀다 하여 구절초라고 부른다.


 구절초는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 매력적인 꽃인데 약초로 알려져 있다.


 이 꽃이 도덕산 정상에서 수양고개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적이 있었다.


 10여년 전에 구절초가 필때 2~3년간 뿌리까지 채취하는 노부부가 있었고 그 후 꽃은 사라지고 말았다. 


 ‘숲 가꾸기는 수십년이 걸리지면 사라지게 하는데는 한 순간’이란 말이 도덕산 구절초를 보면서 실감한다.


 다행이도 남은 몇 개체가 이제 꽃을 피우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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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꽃이 피는 시절에 봄꽃인 철쭉이 피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여름이 길어진 탓이지만 진짜 철없는 철쭉이다.


 도덕정 아래 철쭉단지에 무리지어 철쭉 꽃이 곱게 피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기온 하강에 화들짝 놀란 철쭉 꽃잎 곳곳에 상처가 보인다.


 계절의 순환을 거스른 꽃이지만 가을에 보는 철쭉 꽃도 나쁘지 않다.


 가을은 열매의 계절이다.


 도덕산 자락 이곳저곳에 열매가 꽃처럼 예쁘게 영글고 있다.


 곱게 내리 비치는 햇살에 과일 익어가는 단내가 난다.


 토실토실 익은 대추를 보면 군침이 돌고 덜꿩나무 빨간 열매가 아름답다.


 신갈나무 숲에서 도토리가 떨어지고 밤나무 밑에는 청솔모가 어슬렁 거린다.


 열매는 동물들의 겨울양식인데 사람들이 너무 탐한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시월은 단풍의 계절이다.


 올해는 늦더위와 잦은 비로 단풍이 늦고 색깔도 곱지 않다.


 도덕산에서 가장 먼저 물드는 복자기나무도 아직 단풍소식이 없다.


 산국을 렌즈에 담고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감나무 잎이 빨갛게 물들고 있다.


 하지만 늦은시간 산행이라서 해가 산너머에 있어 빛이 너무 부족하다.


 사진은 빛의 예술인데 해넘이가 다가오는 시간이라서 아쉽다.


 카메라 조리개를 활짝 열고 빛의 양을 최대한 받아들이지만 역시나 사진이 어둡다.


 단풍을 보면서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감을 체감한다.


 이런저런 일로 올해 바쁘게 살았는데 어느새 10월, 가을이다.


 한해동안 이곳저곳 찾아 다닌 올해 들꽃여행도 끝이 보인다.


 풀꽃의 생애는 아주 짧고 소리없이 왔다가 흔적도 없이 떠나간다.


 이달이 가면 올해의 풀꽃은 떠나지만 내년에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다.


 가을 꽃인 구절초와 산국이 지면 도덕산에 단풍이 물들 것이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가을이 깊어가는 도덕산 하늘이 검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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