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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도덕산~구름산 한바퀴

2021/12/13 15:5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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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플코리아]박석철 기자=“여기서 도와 덕을 나누던 곳이라 도덕산이래”


 “언제~ 누가~” 


 남편이 표지석 글을 읽고 뒤에 있는 부인이 다시 묻는다.


 “통일신라시대 선비들과 중국(당나라) 사신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학문을 논했던 산인가 보네”


 “아하~ 그래서 도덕산이구나, 이름 참 잘 어울린다”


 “안내판을 크게 만들어 글씨를 키웠으면 한다. 글자가 너무 작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보면 되지”


 수원에서 방문한 부부는 한참 동안 도덕산 풍경에 빠진다.


 도덕산에서 구름산 한바퀴 산행을 출발한다.


 광명에서 사는 사람들은 도덕산과 구름산이 익숙하지만 초행자는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외지 방문자는 철산역에서 시작한다.


 철산역 2번출구로 나오면 야생화공원 가는 길안내 표지판이 있다.


 하지만 길을 건너 들머리 찾기가 어렵다.


 야생화공원 안내는 도덕산공원로에 들어서야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만나면 발길은 쉽게 도덕산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길이 여러갈래이지만 벽화골목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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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가 있는 골목을 지나면 철산배수지에 조성한 쌈지공원이 나온다.


 쌈지는 손바닥만한 작은 공간을 만한다.


 쌈지공원 옆에 야생화공원이 있고 도덕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11월 마지막 토요일, 겨울산은 지금 침묵이다.


 산은 잎을 모두 떨군 겨울나무만 보여 풍경이 쓸쓸하다.


 며칠전 까지 울긋불긋한 단풍을 뽐내던 산은 매마른 나무만 남아 있다.


 속이 텅 빈 산은 겨울로 접어들었다. 


 산길은 조용하고 앙상한 신갈나무가 동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의 묵언수행처럼 보인다.


 초록이 사라진 산에는 먹이 찾아 헤맨 새들과 청설모만 바쁘게 움직인다


 광명에는 산줄기가 길게 남북으로 이어진다.


 도덕산,구름산,가학산, 서독산 등 4개 산으로 줄여서 ‘도구가서’라고 부른다.


 ‘도구가서’는 광명지역을 대표하는 산이다.


 산마니아들은 4개산을 종주하는데 6~7시간이 충분하다.


 도구가서가 부담이 된다면 시내 곳곳에 꼬막을 뒤집어 놓은 듯한 올망졸망한 산이 여럿 있다.


 왕재산, 철망산 등도 작지만 운치가 있는 산으로 이용하기 편하다.


 햇살고운 오전 시간, 도덕산으로 가는 한적한 산길이 곱다.


 야생화공원에서 전나무 숲이 우거진 작은 오르막을 오르면 첫 봉우리가 도문산이다.


 도덕산 줄기에서 한뼘 벗어난 봉우리인데 언제부턴가 도문산이란 표지판이 붙었다.


 도와 덕에 문까지 더하니 도덕산의 이름이 의미가 깊어진다.


 도문산 정상은 작은 공간인데 해넘이 명소이다. 


 하루의 수고를 마감하고 인천 앞바다로 빠지는 일몰 풍경은 장관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풍경을 산에서 엿본다.


 ‘마음은 가까이. 거리는 멀리’라는 거리두기 캠페인 글귀가 실감이 난다.


 예전에는 산악회원들이 수십명 모여서 산행을 했지만 지금은 홀로 산객이 부쩍 늘었다.


 두명 간다면 대부분 부부동행이거나 가족동반 산행이다.


 코로나가 만든 가족단위 모임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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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산에 명소가 몇 곳이 있다.


 메타세퀘이아 숲과 잣나무 숲인 치유의숲이다.


 폐광지에 조성된 인공폭포는 여름철에 인기가 높다.


 오전시간 피톤치드가 왕성한 치유의숲으로 먼저 간다.


 단풍철은 지났지만 가는 길목에 남은 단풍도 볼만하다.


 겨울을 앞둔 잣나무가 초록이 짙어 검푸르게 보인다.


 잣나무는 수령 30년이 넘어야 상업생산이 가능한데 이곳은 아직 잣열매 없다.


 굵은 나무기둥 사이로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낙엽이 두툼한 가파른 고개를 오른다.


 낙엽 쌓인 비탈길은 눈길보다 미끄러워서 걸음이 더디다.


 오르면서 나무 사이로 비치는 원광명 아파트 숲이 발아래 있다.


 산은 무채색의 나무 숲이고 도심은 아파트가 숨막힐 정도로 다닥다닥이다.


 헉헉거리며 10여분 오르니 도덕산 정상이다.


 한적한 도덕정에 눈길 끄는 자전거 라이더 부부가 있다.


 자전거는 없는데 복장이 라이더, 수원에서 광명까지 왔다고 한다.


 자전거는 캠핑장에 두고 도덕산을 방문한 것이다.


 코로나 유행이후 산행객들이 엄청 늘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도덕산이 경기도 주요 산 방문자 중 5위이다.


 사실 도덕산에 단체 산행객이 많이 보이는데 오늘은 한산하다.


 도덕산을 찾은 방문객은 부천 등 수도권에서 오고 대부분 광명동굴까지 간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이후 확진자가 하루 4000명선에 이르면서 모두가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산을 찾는 사람들도 홀로 아니면 부부동행이 많다.


 “도덕산은 낮고 코스가 짧습니다. 대부분 구름산까지 연결 산행합니다”


 “네, 너무 짧네요. 우리도 구름산까지 가볼까 합니다”


 “안내 표지판 따라 가면 되고요. 저 건너가 구름산입니다”


 수원에서 오신 방문자에 길을 알려주고 캠핑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도덕산 정상에서 구름산 가는 길목에 있는 캠핑장을 들러서 간다.


 텐트촌은 군데군데 비어 있고 텐트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상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늦잠을 자는 것인지 이곳은 조용하다.


 캠핑장을 끼고 신갈나무가 우거진 좁은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길이 곱다.


 밤일육교에 서면 구름산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다.


 올해 마지막 단풍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구름산 능선이 수묵화같다.


 밤일육교에 조성된 공작단풍은 이미 지고 억새만 찬란하게 빛난다.


 가을 멋을 보여주는 은빛 억새밭에서 산객들이 가을 추억을 남긴다.


 철조망 옆으로 좁은 길이 열려있다.


 이 길을 지나면 노온정수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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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 옆에 군부대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시설물에 조금은 당황스럽다.


 광명과 시흥일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곳이니 엄격한 보안이 필요하다.


 수목이 울창한 산자락에 정수장이 있어 마시는 물에 안심이 된다.


 “구름산까지 가는 길입니까”


 누군가 뒤에서 말을 붙인다.


 도덕산에서 만났던 수원에서 오신 부부 라이더의 남편이다.


 서로가 앞서거니 뒷서기니 가다가 한치고개를 넘은 쉼터에 만났다.


 “구름산까지 너무 먼거리를 온 같아요. 다시 도덕산으로 가서 수원까지 자전거로 가야되는데~”


 “10여분만 오르면 구름산 정상입니다. 즐거운 산행하세요”


 짧은대화를 뒤로 하고 수원 부부는 정상으로 가고 나는 영회원으로 발길을 잡는다.


 구름산 자락에 자리잡은 금천강씨 선산, 잘 꾸며진 묘지가 대단하다.


 인조때 우의정을 지낸 강석기 묘지도 이곳에 있다.


 봄철에는 넓직한 잔디밭에 타래난초 등 귀한 야생화가 흐드러기게 피어 수도권 야생화 애호가들을 불러 들린다.


 선산 앞에서 보면 구름산이 한 눈에 조망되는 명당이다.


 산줄기는 낙타등처럼 굽어져 있고 무성한 잎이 떨어진 앙상한 검은 나뭇가지는 붓터럭을 거꾸로 세운 것처럼 보인다.


 영회원 앞은 막혀있다.


 철망으로 감싸고 꼭꼭 막아 먼 발치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영회원은 인조때 비운의 세자빈 민회빈 강씨가 영면한 곳이다.


 민회빈 강씨는 소헌세자 빈으로 우의정 강석기의 딸이다.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영회원 관리는 문화재청에서 하고 있다.


 예전에는 구름산에 오면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접근이 어렵다.


 가학산으로 가는 길도 사유지 통행을 막아서 길이 끊겨 아쉽다.


 영회원에서 구름산으로 가는 길이 막혀 고행이다.


 철망 옆으로 난 샛길은 낙엽이 너무 쌓여 있고 길이 흐릿하다.


 ‘바람은 낙엽을 날려


 가을을 꾸미고


 가을은 낙엽을 태워


 겨울을 부른다


 낙엽은 고통으로


 가을을 넘지만


 그속에 꿈을 담아


 계절을 만든다’


 강원석 시인의 ‘낙엽은’ 시구절이 구름산으로 가는 길에 딱 어울린다.


 낙엽이 쌓인 산은 겨울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언 땅 속에서 풀꽃들이 꽃망울을 키우며 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도덕산에서 구름산까지 먼 거리를 걸어왔다.


 하늘은 맑은데 인천방면이 흐릿하다.


 산길이 북적거리지 않아 좋고 오고가는 사람이 적어 마스크 착용 부담도 없다.


 낮선 사람과 만나서 대화 자체를 꺼리고 아는 사람 만남도 멀리하고 있다.


 혼자 노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제 익숙한 세상이 되었다.


 구름산 정상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보건소 방면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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