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산~서독산 걷어가며 듣는 명사 이야기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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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산~서독산 걷어가며 듣는 명사 이야기

2021/12/25 15:27 입력

<img src="http://peoplekorea.co.kr/n_news/peg/2112/thumb/20211225152855_ollagidk.jpg" alt="1.jpg" style="width: 580px; height: 387px;" />
[피플코리아]박석철 기자=‘내가 가져야 할 뜻과 행동은 높은 이상으로, 자신의 타고난 복은 나보다 낮은 곳으로 두어야 한다’(지행상방 불복하비. 志行上方 分福下比)
오리서원 마당 가장자리 표지판에 세겨진 글귀가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백리의 삶을 따라 가학산과 서독산 길을 걷는다.
고즈넉한 오솔길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광명지역 최고의 역사적 인물인
오리 이원익 선생의 삶을 따라가며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도구가서 한바퀴’는 하루에 종주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학산과 서독산의 역사인물 탐사 형식으로 걷는다.
철산역에서 17번 버스에 탑승하여 광명동굴에서 하차한다.
이번 산행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다.
마사이족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가고 둘이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직장동료이자 후배인 서울에서 사는 친구를 동행하면서 광명의 산과 역사 인물을 소개하며 길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12월 첫 주말인 일요일, 영하의 날씨가 쌀쌀하다.
옷깃을 세우고 단단하게 무장했지만 산에 들어서니 찬기운이 몸을 감싼다.
이른 아침시간 가학산 광명동굴에 탐방객이 없어 날씨만큼 썰렁하다.
동행자에게 ‘광명동굴은 일제강점기 금과 은을 채굴하던 곳이고 
지금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동굴테마파크로 자리잡은 여행명소’라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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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답게 산에 갱도가 많네”
“곳곳에 보이는 채굴흔적이 일제 수탈현장이 아닌가“
”그러게, 당시 민초들의 아픔이 눈에 선하네“
광명동굴에서 가학산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 곳곳에 광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어느곳은 철망으로 위험지대 통행을 막고 또 어떤 곳은 바위터널을 지나서 가는 길로 광산의 좁은 갱도 느낌을 맛보게 한다.
가학산은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단단한 바위 산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가학산은 옛날에 학의 서식처로 학들이 멍에처럼 마을을 둘러쌌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마을 뒷산이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학이 많다는 것은 먹이가 풍부한 곳이고 어딘가에 물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바다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갱도같은 바위터널을 지나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가학산 정상이다.
짧은 구간이지만 헉헉 거리며 힘 좀 빼야 정상에 당도한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탁 트인 시야가 힘들게 올라온 보상으로 충분하다.
가학산에서 서독산으로 가는 경계선에 넓직한 도로가 나오는데 이곳이 도고내고개다.
소하동에서 가학동으로 가는 높은 고갯길이다.
지금은 광명동굴로 가는 방문객을 실어 나르는 코끼리열차(아이샤) 전용도로이다.
”이곳에 포토존 조형물까지~, 광명시에서 문화콘텐츠에 신경 많이 쓰구만“
”산에까지 와서 기자근성을 보여주나, 광명에 유명한 관광명소가 없지만 전임 시장시절부터 문화부문에 투자를 많이하고는 있어“
”눈에 딱 보여, 세우젓 보관 폐광지에 문화를 입혀 광명동굴이란 관광명소 만들고“
”한번 방문하고 그렇게 느꼈어, 관찰력 대단한데”
둘이 걸어가면서 짧막한 대화가 걷는데 지루하지 않게 한다.
가학산을 뒤로하고 아담한 산길따라 서독산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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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산은 옛날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서생들이 모여서 책을 읽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독산에는 정상석이 없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도구가서‘ 중 가장 대접이 소홀한 산이다.
오고가는 사람이 드물어 전망대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담한 산길이 참 마음에 들어”
“북한산처럼 산객에 겁을 주지도 않고 평탄한 길이라서 걷기도 좋아”
서독산 전망대에서 휴식을 마치고 무의공 이순신 장군을 만나러 간다.
’이 산이름은 삼석산입니다‘
서독산 끝자락에 걸린 푯말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서독산이 바로 옆인데 웬, 삼석산인가”
“삼과 돌이라, 표지판 사연이 궁금하네”
알 수 없는 표정을 뒤로하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찾아가는 곳은 무의공 이순신 장군 묘이다.
낙엽이 두툼하게 쌓이고 찾는 사람이 없으니 길이 희미하다.
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 흔적만 보일 뿐 길은 사라진다.
무의공 이순신 장군묘 가는 길이 서독산 만큼 초라한 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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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직동 근처에 잠든 무의공 이순신 장군 묘를 어렵게 찾았다.
서독산에서 장군의 묘로 가는 길이 희미하여 몇 번인가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가기를 반복했다.
일명 등산용어로는 ’알바‘라고 한다.
사실 가파른 산길에서 ’알바‘를 하면 힘이 쪽 빠진다.
어렵게 찾은 장군의 묘는 너무 초라하다.
무의공 이순신 장군은 선조때 무과에 급제하여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에 참전하여 큰 공을 세웠다.
노량해전에 참전하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자 전군을 지휘, 승리로 이끌었다.
무의공의 혁혁한 전공에 비해 사후 대접이 너무 소홀하여 씁쓸하다.
이제 기형문학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어린 나이에 고인이 된 기형도 시인은 친분은 없지만 동시대에 함께 기자생활을 하여 기억이 오래 남는다.
그의 시는 대부분 어둡고 우울하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기형도 ‘10월’ 중에서
기형도 문학관에서 잠시 시를 감상하고 오리 이원익 선생을 찾아 간다.
오리 이원익 선생은 왕손으로 조선 선조, 광해군, 인조 3대를 거쳐 공직생활을 했다.
영의정을 6번 했고 비상상황 총잭인 도체찰사를 4번 역임했다.
선조에서 인조까지 3번 전쟁과 3번의 반란을 극복한 행정가이다.
이원익 선생은 직업이 영의정인 셈이다.
특히 청백리의 삶을 실천하여 현재 공직자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오리서원은 오리 이원익 선생의 청렴했던 삶과 흔적을 만나보는 교육기관이다. 
방문 날이 일요일, 오리서원 문이 굳게 닫혀 있어 겉만 보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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