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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바람의 수필] (23) 하루를 여는 사람들
2006/07/02 00:00
입력 조회수 : 618
아직 어스름이 깔린 새벽. 서둘러 출근길에 나섰다. 그 추었던 겨울은 가고 봄기운을 몰고 온 상큼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전철역 구내로 들어가 전동차를 기다린다. 전동차가 다가온다. 전동차가 선다. 전동차가 열린다. 사람들이 몰려 들어간다. 자리에 앉는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대로 하루의 삶을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삶에 지친 듯 무표정하고 말이 없다. 새벽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언제나 말이 없다. 더러는 허공을 향한 채 눈을 감고 있고 더러는 신문을 읽고 있다. 더러는 팝송을 듣는 듯 이어폰을 끼고 있고 잠이 덜 깬 졸린 눈으로 아예 비스듬히 누어있는 사람도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건만 빈자리가 없어 서있는 사람도 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데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아가는지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진다.
혹시 승객들 중에 오고가는 전철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실업자나 노숙자는 없는지. 낮에는 그토록 왁자지껄 소란스럽고 북적거리는 전철 안이지만 지금은 너무 말이 없고 조용해서 이따금씩 나오는 안내방송이 정적을 깰 뿐이다.
마주 앉은 사람과 자꾸만 마주치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손잡이를 잡고 흔들거리며 서있는 사람들.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낯선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측은하고 서글퍼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전철이 멈추고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저토록 조용하고 말이 없는 사람들. 마음속까지야 알 수 없지만 모두가 법 없이도 죄 안 짓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렇게 새벽공기를 가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살인사건 강도사건은 왜 자꾸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이 세상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드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일까.
일확천금을 꿈꾸며 노력도 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려는 한탕주의자들이 발을 못 붙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건강한 몸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자꾸만 위를 올려다보고 욕심을 내다보면 자신의 손에 틀어쥐고 있는 행복은 모르고 남들이 가진 것만 부러워 하고 탐내는 꼴이다.
소위 세상분위기와는 반대로 나가는 놀고먹는 졸부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많다. 그런 사람들의 흥청망청 무분별한 행동이 새벽같이 일어나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욕마저 꺾어놓는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고 우대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씨 뿌린 대로 거두는 그런 사회. 각자가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살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보람이고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써 자기 몫을 다하고 나 같은 샐러리맨은 내가 맡은 일을 무리 없이 해내면 되는 것이다. 나 같은 샐러리맨도 아니면 환경미화원도 판검사도 모두 똑같이 자신의 임무가 중요한 것이다.
가끔씩은 각박한 도시에서 자신을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허겁지겁 살아가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 가을걷이 끝내고 겨울이 오면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의 여유로운 마음을 닮고 싶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는 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알면서 살아가는 농부의 땀은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서 흘리는 땀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새벽출근 전철 안에서의 30분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 머리속에는 이런저런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김명수/
www.pkorea.co.kr
>
수정일 2003년09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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