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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

2004년 01월30일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컴을 켰다.

인터넷에 들어가 나만의 시간에 빠져든다.

인터넷만 들어가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진다. 

컴에 들어가 피플코리아 홈페이지를 구석구석 살펴보니 오늘도 고마운 친구들이 많은 글을 올려주었다.

내 공백을 메우려 고생하는 그들이 눈물나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미안하다. 

아침 6시 40분에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다시 철근 자투리를 날랐다.

몇 리어카를 나르니 진땀이 난다.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듯 혼자 힘닿는 대로 꾸준히 철근을 나르다 보니 어느새 다 날랐다.  다음 임무는 공사판 야적장에 쌓인 포대자루를 창고에 나르는 일로 이어진다. 자루를 들어보니 무거워 힘에 부친다. 포대자루 속에는 공사판에서 사용하던 각종 자재가 들어있다.

끙끙대며 손 리어카에 싣고 나르기를 반복한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등줄기까지 흥건하게 젖어온다.

나중에는 힘이 빠져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낸다.

힘이 없어 손발이 후들후들 떨린다.

안경으로 땀이 흘러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맵고 따갑다.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보긴 난생 처음이다.

그것도 북풍한설 휘몰아치는 한겨울에 실내가 아닌 허허벌판에서.

다른 날 같으면 이렇게 추울 때 내복을 입고도 모자라 몇 겹으로 옷을 껴입던 나였는데 오늘은 너무 땀이 쏟아져 숙소로 들어와 내복을 벗어 버리고 다시 나가 일을 했다. 그래도 덥다.


연필만 잡고 글만 써온 인터뷰 전문 작가에서 막장인생으로 엄청난 변신을 한 순간이다.

땀으로 겉옷까지 다 젖었다.

땀에서 소금냄새가 난다.

소금보다 더 짠 내 땀.

이 얼마나 고귀 하고 값진 땀인가.

노동 현장에서 흘린 신성한 땀이다.

이렇게 온몸을 혹사하여 번 돈이 단돈 일백만원이라 해도 편하게 번 돈 몇 천 만원 아니 몇 억 원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이들을 더 이상 추락할 데 없는 막장인생이라 했는가.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니 숭고하다 못해 경이롭다.

공사판 막 노동자들. 그들의 인생이 얼마나 값지고 숭고한지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몸이 녹초가 되도록 열심히 일하는 그들을 보라. 특히 정치인들은 단돈 몇 만 원을 벌기위해 저토록 힘들게 육신을 움직이고 이 혹독한 한겨울에 소금보다 더 짠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는 저들을 보라. 그리고 저들에게서 겸허하게 배우라. 정치인 당신들은 저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가슴에 손을 묻고 자신에게 물어보라.

이틀째 힘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팔다리에 알이 배었다. 근육이 뭉쳐도 단단히 뭉친 모양이다.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몸이 무겁다.

땀에 절어 사무실로 들어오니 한분이 라면을 간식으로 끓여준다.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어느새 점심시간. 점심이 꿀맛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먹는 밥이니 아무리 반찬이 없다한들 이보다 더 꿀맛이 어디 있으랴.

순식간에 밥 한 사발을 먹어치운다. 항상 식사만 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됐는데 오늘은 아침 먹고 간식으로 라면 먹고 점심을 먹어도 끄떡없다.

육체노동을 하면 소화가 잘된다는 말이 사실임을 실감한다.

오후에 또 측량 보조.

오늘은 보조하기가 어제보다 좀 수월하다.

안전화에 작업복을 입고 무전기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측량을 하니 효과가 어제 보다 훨씬 빠르다.

측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철근차가 도착했다.

지게차로 내리는 철근을 포장으로 덮고 나니 해는 서산에 지고 하루 일과 끝.

힘들게 일한 하루였다.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아무래도 허리는 무리가 온 것 같다.

옆구리도 쿡쿡 쑤시고 아프다.

이렇게 일주일이면 적응이 되겠지.

내 인생에 결코 포기는 없다.

내 앞에 주어진 일이 제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6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배가 고프다.

배속에 식도(밥도둑)가 들었나 보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저녁 식사가 간절히 기다려진다.

식당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내 마음 보다도 배꼽시계가 나의 걸음을 재촉하는 느낌이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식당으로 달려가는 착각을 느낀다.

마치 짐승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 나가는 것처럼...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삼겹살을 또 시켜 먹었다.

예전 같으면 삼겹살만 먹어도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을텐데 오늘은 아니다.

밥 한 공기 다 먹어치우고 삼겹살 1인분을 거뜬히 해치운다.

몰라보게 변한 내 자신이 놀랍다. 

저녁을 먹고 배가 빵빵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내 인생 최고의 삶의 현장 체험을 하고 있는 요즘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너무 기쁘고 뿌듯하다.

나도 막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이러다가 공사판 노가다일을 천직으로 삼게 될지 모르겠다.

너무 빠르게 적응해 가는 기분이다.

서울에서 인터뷰 추천이 빗발친다.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져도 시간이 묶여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내 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 겪어본다.

낮에는 공사판 잡부. 밤에는 작가. 완전히 1인2역이다.

오늘 흘리는 이 땀 한 방울이 내 인생에 큰 밀알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심한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이렇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것은 나에게는 분명 내가 추구하는 나만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그 어디를 가더라도 발고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는 나의 소망은 한결같이 변함이 없다.

제발 허리에 무리가 안 왔으면 좋겠는데... 허리가 심하게 결리고 아프다.

일찍 누워 보지만 역시 잠은 오지 않는다.

몸이 무겁다.

팔다리허리어깨 안 아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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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수정일 2004년 03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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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년 2월 22일 Copyright ⓒ 2009 피플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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