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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8)




2004년 02월04일




아침에 눈을 뜨니 6시가 넘었다. 이크 큰일났다. 일찍 일어나 컴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 수면시간 꼬박 4시간. 이렇게 많이 자본적이 거의 없다. 너무 많이 자서 그런지 눈이 퉁퉁 부었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속이 안 좋아 더부룩했지만 아침을 먹으러 간다. 아침 생각이 거의 없는데도 밥 심으로 사는 처지니 식사를 안 할 수가 없다.

꼭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다.

오전에 친구가 온단다. 한봉희. 우리가 하는 일에 합류하는 것이다.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반가움에 직접 주방에 가서 커피를 끓여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박사장. 봉희. 그리고 나. 공사판에서 초등학교 친구 3명이 모였다.

기분이 묘하다.

측량 출동. 오전에 측량은 좀처럼 없었는데...

무전기소리가 바람소리와 뒤섞여 윙윙거려서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측량을 끝내고 곧바로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공사장 비질. 공사현장에서 연신 흙을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의 전후좌우 바퀴에 묻어 있는 흙이 아스팔트 도로에 떨어지면 그것을 빗자루로 쓸어내어 도로가 지저분하지 않게 하는 작업이다.

비질을 계속하다 보니 이 일 또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도로 300m 정도를 계속 비질 하니까 어깨와 팔이 떨어져 나갈 듯 아프다.

평소 길을 걷다가 공사차량이 드나드는 길목에서 안전모에 안전조끼를 걸쳐 입은 인부가 물을 뿌려 흙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면서도 무심코 보아 넘겼는데 오늘 내가 대로변에서 흙을 한차 가득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직접 비질을 하여 흙을 쓸어내는 바로 그 일을 하다 보니 그들이 이렇게 힘든 일을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동료가 좀 쉬었다 하라면서 커피를 권한다. 이곳에도 사람냄새 물씬 인정이 흐른다.

장소를 옮겨 또 비질을 하였다. 응달이라 처음 비질을 했던 곳보다 훨씬 더 춥다. 바로 앞 길 건너 산에 아직도 눈이 안 녹고 그대로 쌓여있다.

길이 질퍽거려 흙을 털어내기가 훨씬 더 어렵다.

고개정상 바로 아래 내리막 커브길이라서 쏜살같이 질주하는 차량이 너무 무섭다. 차를 등지고 했다가는 대형사고가 날 위험이 있어 마주보고 삽질을 한다. 빗자루로는 딱 달라붙은 흙덩이를 떼어낼 수가 없어 삽으로 떼어낸다.

해가 넘어갈 즈음에서야 일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부터 친구 봉희와 같이 한방에서 자야한다. 한솥밥 동고동락. 기분이 묘하다. 낚시를 워낙 좋아하는 친구다. 나와 친구 둘 다 잠이 없다. 박사장이 잠 없는 놈 들끼리 잘 지내보라면서 조크를 한다.

공사판에서 만나 함께 일하게 된 초등학교 친구 세 사람이 함께 함바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려 숙소를 나서니 눈발이 날린다. 눈이 오면 공치는 날이 될 텐데 걱정이다. 제발 내일은 눈이 오지 말아야 할 텐데....

오늘도 어김없이 동료 두 사람이 술안주를 한 보따리 사왔다. 내일이 대보름이라면서 땅콩까지 챙겨왔다. 부스럼 냠냠 땅콩을 까먹었다.

친구는 하루에 커피를 수십 잔씩 먹는 별종이다. 친구는 지금 산수유차를 끓이고 있다. 그것을 먹으면 아침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냐면서 농담을 한다. 그만큼 힘이 넘친다는 말이렸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해야 할 컴퓨터 작업이 너무 많아서 잠을 제대로 못잘 것 같다. 

그래도 친구가 함께 있으니 마음이 훨씬 더 든든하다. 산수유차를 입에 대본다. 약간 신맛이 난다. 몸 생각해서 일부러 약하게 타서 그렇다지만 아무튼 처음 먹어본 맛은 그저 그렇다.

요리를 잘하는 전직 식당 출신 동료가 돼지고기를 푹 삶아 안주로 내놨다. 어제에 이어 대보름 전날인 오늘도 거나하게 술판이 벌어진다.

소주 한잔 받아먹고 컴 한번 들어가 보기를 반복 하다가 방에 들어와 글을 쓴다. 방을 함께 쓰게 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밤이 깊었다. 할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잠이나 자두자. 잠깐 눈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 글이나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눈을 감는다. 잠 잠 잠이 스르르 온다. 가자 꿈동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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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수정일 2004년 04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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