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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101) 크고 작은 안전사고 남의 일 아니다
2007/04/27 00:00
입력 조회수 : 963
[세상엿보기] (101) 크고 작은 안전사고 남의 일 아니다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 친구와 함께 수락산에 올랐다.
잠시나마 일상에 찌든 삶의 묵은 찌꺼기를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에너지의 재충전을 위한 마음으로 의기투합한 산행이었다. 오랜만에 오른 산행이어서 그런지 출발부터 기분이 좋았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등산복 차림으로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모두 품안으로 받아들이는 수락산의 산자락은 도대체 얼마나 넓은 것일까.
아무리 욕심 많은 욕심쟁이도, 일이 안 풀려 맥이 빠지고 기분이 나쁜 사람도, 산에 오면 욕심이 달아나고 기분이 이슬처럼 맑아지는 것은 산이 그만큼 너그럽고 인자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늘따라 유난히 쾌청한 날씨에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아득히 먼 거리의 가을 산야도 마치 망원경으로 당겨 보듯 선명하게 잡히는 행운까지 따랐으니 모처럼 산을 찾은 우리 일행을 대자연이 환영이라도 해주는 느낌이었다.
주로 이른 아침 혼자 산에 다닐 정도로 워낙 산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일행과 보조를 맞춰 속도를 조정하면서 거북이처럼 천천히 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산은 산이었다. 등산로 초입 ‘만남의 광장 숲의 터널’을 출발한지 30분 쯤 지나니 등줄기에 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코스가 짧은 가파른 길보다는 거리가 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사가 완만하고 안전한 코스를 택해서 ‘만만디 여유’를 가지고 가다 보니 등산이라기보다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 어울려 산보를 하면서 야외 개그 콘서트를 하는 기분이었다.
일행 중 한사람이라도 힘들어 지친 기색을 보이면 더 이상 올라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하산할 참이었다.
오늘만큼은 정상이 목표가 아니라 지치지 않을 만큼 올라가다가 중간에서 돌아와도 좋다는 사전 약속이 있었던 안전제일주의 산행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쯤 지나니 친구가 사인을 보냈다. 힘들다는 말을 연발하는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올라가기를 꺼려하는 신호였다.
정상이 훤히 한눈에 들어오는 지점이라 기분 같아서는 한달음에 뛰어 올라갔다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즉시 발길을 돌려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힘들어하던 친구의 얼굴에 금새 생기가 돌았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배가 출출했다. 안전 지점 약수터 정자마루에 터를 잡고 둘러앉아 싸온 김밥,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여유를 즐겼다.
평소 식성이 까다로운 내 입에도 밥맛이 꿀맛이었다. 산에서는 다른 반찬이 필요 없고 집에서 싸온 맨밥에 김치 하나면 ‘그만’이라는 일행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일행이 가지고 온 중국술에 부침개와 이런 저런 이야기 거리를 안주 삼아 떠들고 웃고 즐기면서 술잔이 한두 번 돌고 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두 시간 쯤 지났을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몇 발짝 걷는 데 갑자기 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났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30분. 직감으로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아닌 게 아니라 앞을 보니 산등성이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바위를 타다가 부주의로 안전사고가 난 것이다. 연락을 받고 출동한 119 소방헬기가 사고 지점 상공에서 줄사다리를 통해 들것을 내려 주고 구급대원이 사고 수습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내 주변 상공을 계속 선회하던 헬기 안으로 구급대원들이 사고 환자를 들것에 실어 끌어올렸다.
사고현장은 수락산에서도 특히 주변이 온통 바위 너럭인 지점이라 인편이 아니면 도저히 수송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119 구조헬기의 신속한 사고 수습 작전으로 10여분 만에 모든 상황이 성공리 끝난 것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오늘 4시간도 안되는 짧은 산행이었지만 그 시간에 내가 수락산에서 목격한 안전사고로 헬기가 출동한 것만도 두 건이었다.
안전사고를 당한 두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건강을 위해서 오른 산행 길에 사고를 당했으니 되레 아니 오름만 못한 꼴이 된 것이다.
오늘 일어난 두건의 안전사고는 작은 부주위와 방심이 부른 사고였다.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은데다가 충분히 옆으로 비켜갈 수 있는 길이 많은 코스인데도 굳이 그 길을 피하고 바위를 타다가 큰 화를 부른 것이다.
그토록 산은 위험하다. 항상 변함없이 있는 그 자리에서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산에 오를 때는 항상 긴장하고 조심해야 한다.
오늘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두 사람도 처음 산에 오를 때만 해도 자신이 그런 끔찍한 사고를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 아닌가.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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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18일 09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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