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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라는 이름으로 제351호] 편지 한통....
2007/06/28 00:00
입력 조회수 : 934
며칠 전 서랍정리를 하다보니 요즘 보기 드물게 펜으로 정성 들여서 쓴 편지 한 통이 있었다.
딸애가 어버이날에 보낸 편지였나 싶어 편지를 꺼내어 읽어보니 1년 전 가을에 수원의 교도소에 있는 어떤 남자가 보내온 편지였다.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생활화 하면서는 펜으로 글을 써 본적이 정말 언제 일까 기억에도 없는데 내게 보내온 편지는 모나미볼펜으로 아주 정성스럽게 써내려 갔고 꼭 내게서 답장을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이 들어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서 인터넷에 칼럼을 쓰고 또 잡지사에 원고를 보내면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부터 가끔 메일이 오고 전화가 올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감사의 표시로 답글을 보내긴 하는데 교도소에 있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너무 감명 깊었노라며 글에 대한 감상과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적어보낸 세 장이나 되는 편지를 받고 나서는 왜 그랬는지 겁부터 났었다
교도소에서 어떻게 내 주소를 그렇게 정확히 알아서 보냈을까?. 어느 책에서 본 걸까?....하는 의문으로 시작하여 몇 번씩 편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내 나름대로 추측을 하고 고민을 하다 남편과 동료들에게 살짝 운을 띄웠는데 모두들 교도소에서 온 편지이고 발신인이 남자이니 섣불리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나도 편지를 그냥 서랍에 넣어두고 교도소 주소가 적힌 편지 봉투는 없애 버렸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편지를 꺼내어 읽고 나니 어쩜 그때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떤 죄를 져서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지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글의 내용과 언어의 적절한 표현법으로 봐선 독서량도 많고 습작도 많이 한 사람인 것 같았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대목 대목마다 밑줄을 그어 가며 글에 대한 서평을 남겼고 자기 주장도 강하게 적은 것으로 봐선 문학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 사람 같아 보였다.
주소가 적혀 보내온 편지 봉투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생각이 바뀐 지금은 답장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못해주지만 그때 내 생각이 너무 짧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잠깐 그분한테 빚을 지고 사는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세상과 단절된 닫힌 공간에서 글을 읽고 편지를 보내고 그리고 자기가 보낸 편지에 대해 답장을 받고 하는 것이 어쩌면 그분에겐 세상 밖의 사람들과의 유일한 만남이고 위안일텐데 단지 교도소에 있는 사람이고 또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이유 때문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던 내 작은 마음 때문에 "교도소에 있는 사람이 편지를 보내니 답장도 안하는구나!" 하고 그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지나 않았을지...
편지를 써놓고 보내기까지 그분도 쉬운 마음은 아니였을텐데 하루하루 우편함을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다 지쳐 다시는 편지를 쓰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선입견 때문에 내가 아주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아직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자운영
200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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