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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113) 지하철 안에서 벌어진 여학생의 당돌한 도전
2007/09/20 00:00
입력 조회수 : 1,219
지난 8월26일 오후 2시쯤 지하철에서 참으로 희한한 일을 목격했다. 노원역에서 7호선 전철을 타고 군자역 쪽으로 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날은 마침 주말이라서 그런지 대낮인데도 전동차 객실 안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승객들로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이 들었다.
한 손으로 천정에 매달린 손잡이를 잡고 서있어야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는 상황에서 사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체온의 열기까지 더해 불쾌지수가 높이 올라간 날이었다.
그런 마당에 객실 한쪽에서 왁자지껄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소리나는 쪽을 향해 얼굴을 돌려보니 누군가가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입에 댄 흉내를 내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 복잡한 지하철 객실안에서 누가 노래를 부른단 말이야. 여기가 뭐 자기집 안방인줄로 착각을 하나.”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속으로 대뜸 짜증부터 났다. 하지만 좀 더 들어보니 취객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내질러대는 고성방가형 노래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처음에는 웅성거리던 승객들도 더 지켜보자는 듯 관망을 하는 눈치였다.
승객들의 입에서 시끄럽다는 소리가 튀어나올법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노래를 감상하는 분위기였다.
공연 무대에서 라이브 가수가 분위기를 잡고 열창을 하듯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으면서 혼신을 다해 부르는 모습이 여간 예사롭지가 않았다.
노래 초반에는 너무 긴장한 탓으로 음정 박자가 다소 고르지 못하다가 자신의 노래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승객들의 반응을 읽은 '눈치빠른 여학생'은 어느새 제 페이스를 잡고 한 톤 더 높아진 목소리에 더욱 자신감이 붙는 듯 했다.
혼잡한 지하철 객실을 칸칸이 옮겨 다니면서 잡상인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이야 지하철을 탈 때마다 흔히 봐온 일이지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른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0대 후반의 여학생으로 보이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노래 한곡을 여유 있게 끝내고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가수가 꿈인데요. 여러분 앞에서 용기를 내어 노래를 불러봤습니다. 여러분 제 노래가 어떠셨어요?”
그러면서 잠시 승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여러분 제가 노래 한곡 더할까요? 여러분들께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고, 해도 된다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노래 한곡 더 불러도 될까요?”
그러자 승객들이 박수로 화답을 했다. 공연무대에서 인기가수가 앵콜을 받은 것 이상으로 고무된 여학생은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곧바로 노래로 이어졌다.
승객들의 성원에 용기를 얻어 다시 마이크를 잡은 흉내를 내며 자세를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는 여학생의 모습은 이미 가수가 된 기분이었다.
노래는 전보다 더욱 힘이 들어가고 무대위에서 공연을 하듯 고개를 앞뒤로 제치고 좌우로 흔들때마다 헝클어진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한여름 오후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벌어진 여학생의 당돌한 도전은 불쾌지수 높은 승객들을 순식간에 열성팬으로 바꿔놓은 신선한 이벤트가 되었다.
목적지인 군자역에 도착하여 전동차 출입문이 열리고 객실에서 빠져나오면서 그날의 즉석 이벤트는 막을 내렸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2006년 09월14일 21시12분.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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