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384) 낮엔 ‘카트맨’, 아침엔 사회체육 지도 ‘배드민턴 짱’ 임병갑(동우)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임병갑(69. 일명 동우)씨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하루에 두 번 변신하듯 낮에는 직장에서 카트를 끄는 ‘카트맨’으로 일하고 출근 전에는 매일 ‘꼭두새벽’에 일어나 사회체육 배드민턴 클럽에서 10년째 무료 강습을 해주고 있다.
배드민턴 30년 구력에 사회체육 지도자(배드민턴) 자격도 갖추고 있는 ‘지도경력 10년’의 실력파 ‘감독님’이다.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2008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으로 코리아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체육 지도자로 국민건강을 끌어 올리는 그를 만났다.
그를 보면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일선에서 물러나 어린 손자 재롱이나 지켜볼 69세 노인이지만 ‘신체지수’로 치면 젊은이 못지않은 ‘왕체력’이다.
아침운동이 끝나가는 07시30분경 그가 무료 레슨을 해주는 서울 월계3동 한천배드민턴 클럽을 찾아갔을 때는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빗속에도 ‘아랑곳’없이 코트를 찾은 열성회원들이 흠뻑 젖은 야외에서 셔틀콕을 수북이 쌓아놓고 임 감독의 지도하에 힘차게 라켓을 휘두르고 있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운동을 하십니까?” 물으니 한 회원이 “우리는 하루라도 배드민턴을 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지요”라고 말했다.
60대 이상 실버세대가 주축을 이루는 한천 클럽 회원들은 “우리 감독님 우리 감독님” 하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임씨 자랑을 한다.
정식으로 강사를 초빙하여 레슨을 받으려면 비용부담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공짜’로 배우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것도 실력 짱짱한 사회 체육 지도자한테 직접…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회체육지도자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아름답지 않은가. 현역에서 활발히 코치로 뛰고 있는 배드민턴 사회 체육 지도자로는 그가 국내 최고령이 아닐까 싶다.
그의 레슨 현장을 지켜보면서 올림픽에서 우승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에게는 자신의 건강을 다지는 사회체육운동이 진정한 금메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면 일, 운동이면 운동, 뭐든지 시작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좌우명으로 평생 ‘놀고 먹어본 적’이 없다는 그의 배드민턴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1981~현재까지 서울시장기, 전국중앙연합회장기 등 각종 사회체육 대회에서 수 십 차례 우승을 도맡아 했다.
▶ 한천배드민턴클럽 부부팀 회원들. 오른쪽부터 임동우. 류금자 부부, 심경순, 정종빈 부부. ©피플코리아 ◀ | |
강북구 수유1동 백암배드민턴 클럽에서 30년을 활동하면서 배드민턴 사회 체육 활성화를 위해 협회 임원도 두루 거쳤고 큰 대회 총 진행도 숱하게 맡아봤다.
백암클럽에서 10년간 자원봉사 레슨을 하다가 올해부터 노원구 월계3동 한천클럽에서 매일 06~07시30분 한 시간 30분 동안 코치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지금도 스스로 좋아서 하는 무료봉사다.
52명의 전체 회원 중 60이 넘은 실버회원들이 많고 그 중에는 임동우. 류금자 부부, 정종빈. 심경순 부부 등 부부팀들이 함께 나와 이른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여는 셔틀콕으로 부부 금슬과 건강을 다진다.
임 감독이 온 이후 잘 가르친다는 소문을 듣고 한꺼번에 신입회원이 10명이나 무더기로 들어오기도 했다고 자리를 함께한 회원이 전해준다.
나 하나만 수고해서 여러 사람이 좋아진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면서 허허 웃는 임 감독의 얼굴이 영락없는 하회탈 같다.
아침 레슨이 끝나면 그는 샤워를 하고 10시 30분에 문을 여는 백화점으로 부지런히 출근하여 카트맨으로 변신을 한다.
그가 맡은 업무는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구입한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해 사용한 카트를 다시 회수하는 일이다.
고객들이 사용하고 난후 여기 저기 흩어진 빈 카트를 찾아내 여러 대씩 일렬로 포개서 열차놀이 하듯 끌고 가는 모습은 그의 또 다른 현실이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그는 사회에서 벌면 버는 만큼 나누면서 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빈 수레’를 끌고 가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생을 생각한다고 한다.
가족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이 있기까지 아내의 내조가 컸다고 털어놓는다. 2녀1남의 자녀를 낳아 모두 결혼해서 각자 자기 영역을 구축하며 훌륭한 사회인으로 잘 살고 있다면서 이 또한 아내의 공으로 돌린다.
“집사람 친정어머니가 부모한테 잘해서 효부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제 아내도 결혼해서 효부상을 받았습니다. 제게는 과분한 사람이죠”
배드민턴에 입문한 사연이 궁금해서 물으니 삼양동에서 서울탁주 대리점(합판점)을 할 때 위장병이 있어서 라켓을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배드민턴으로 위장병도 고치고 지도자가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뤘으니 하늘의 별을 딴 셈이지요. 얼굴만 보고 자격증 준거 아니잖아요. 지도자로써 말이나 행동이나 모든 면에서 알아야 되기 때문에 책임감을 무겁게 느낍니다.”
배드민턴으로 건강을 찾은 이후 건강에 최고의 보약은 운동 특히 배드민턴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배드민턴에 대한 사랑 또한 깊어졌다.
“배드민턴은 아기자기하고 한마디로 예술입니다. 다이어트에도 최고죠. 그리고 땅땅 치니까 스트레스 해소에 너무 좋습니다.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즐거움으로 끝나는 만병통치 운동이지요.”
이 좋은 배드민턴을 널리 알리고 보급시키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면서 우리 함께 건강하게 살자고 외친다.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상 운동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행복은 돈이 아니라 건강이지요. 저를 보세요. 건강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오세요. 제가 체험하고 몇 십 년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그는 건강을 지키는 운동으로 배드민턴을 추천하면서 운동이 아무리 몸에 좋아해도 방법을 정확히 알아야한다고 조언한다.
“운동을 하다 보면 이론만 가지고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까지 정확히 제대로 운동을 하도록 알리는 것이 바로 제 책임이지요. 지도자니까…”
봉사활동을 오래 해오다 보면 물질의 풍요와 상관없이 마음이 넓어지고 여유가 생기는 것일까.
일을 하다가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먹을 것을 사주고 길을 가다가 휴지나 쓰레기가 있으면 아무리 갈 길이 바빠도 그냥 못 지나가고 정리하고 간다는 말에서 그의 인간미와 성격을 읽을 수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와 낮은 자세로 살면 분명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신념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나를 높인다고 해서 남이 나를 높이 보는 것이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자세로 살아야 내 마음이 편하고 그것이 결국 나에게 돌아오더라. 모두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금은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내가 먼저 잘해보자.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2007년 11월 갤러리아 카트맨 입사. 오전 10시 30분에 백화점 문을 열기 때문에 출근전 아침시간을 이용해서 지도자의 꿈을 펼쳐야 되겠다는 꿈을 갖고 뛰어들었다.
배드민턴 제대로 치면 한겨울에도 얼굴에 땀이 나서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릴 정도로 격렬한 운동이다.
172cm. 65kg. 군살 하나 없는 몸매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30년 세월을 운동으로 단련한 덕분이다.
“우리 감독님 코트장에 들어서면 젊은이 못지않게 몸이 펄펄 난다”고 인터뷰에 동석했던 회원이 귀띔한다.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는 그가 말하는 건강비결은 식사, 일, 운동, 휴식 4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당히 먹고 운동하고 일하고 쉬어야 건강하다고 강조한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될 수 있으면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면에서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나를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자리를 뜨지 않은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말 한마디 꼭 써달라고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365일 배드민턴을 치고 싶어서 구청에 도움요청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어서 빨리 독지가가 나타나 전천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코트장 천정을 씌워 돔구쟝으로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 엘리트체육이 있다면 임병갑이 가는 길에 국민 건강을 선도하는 사회체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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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16일 15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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