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몽골바람에서 길을 찾다’
한성호지음 l 멘토프레스 l 255쪽 l1만4000원 몽골바람에 길을 묻고,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있다. “ 초원에서 만난 시간은 신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고 고백하는 신간 여행서 ‘몽골바람에서 길을 찾다’의 저자 한성호는 2002년부터 몽골에 머물면서 한반도의 7.8배인 몽골 21개 아이막(도청소재지) 중 19개 아이막을 도보, 자전거, 자동차, 항공편으로 여행한 인물이다.
‘몽골바람에서 길을 찾다’는 몽골 유목민에 대한 살아 있는 기록이다. 울란바타르에서 푸르공을 타고 ‘신의 호수’ 흡스골로 향하는 길, 2007년 9월과 이듬해 가을에 걸쳐 고비 사막(600km)과 항가이 산맥(800km)을 자전거로 여행한 내용 등을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직접 몽골 현지에 살면서 보고, 듣고, 체감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현재 울란바타르 에르뎀 어윤 대학에서 ‘한국관광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지기 전 하룻밤 묵을 ‘게르’를 찾는 일이 가장 절실했다고 고백한다.
독자는 ‘몽골바람에서 길을 찾다’를 통해 몽골 유목민의 본질적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언제나 게르 안에서 따뜻한 수태차(우유차)와 음식으로 이방인을 대접하는 몽골 유목민을 두고 이 책은 “이방인에게 아침상을 건네주는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종족”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유목민들이 오로지 초원의 생존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야생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파한다.
이 책은 영하 50도의 살인적 추위를 태풍의 눈처럼 견뎌내고, 비 오기 전 비의 냄새를 맡고, 바람의 기척을 먼저 느끼며 멀리서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의 생리조차 감지하는 유목민들의 야생의 삶을 담고 있다.
유목민 가족이 함께 아롤(말린 유제품)을 만드는 모습,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달빛 소년, 몽골 샤먼이 주술을 거는 모습,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양을 잡는 신성한 모습, 몽골 최대 규모의 나담축제에 참가한 어린 선수들의 모습 등 현지에서 직접 체험한 내용들을 생생히 담고 있다.
또한 자연과 하늘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 속에서 움튼 몽골의 구슬픈 전설들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초원에서 자라난 바람의 탑 ‘어워’, 바람 속에서 죽어가는 늑대, 70년을 살기 위한 솔개의 참혹한 생존본능과 낙타의 모정에 얽힌 전설 등 이 책 속에서 살아 숨 쉰다.
그는 말한다. “길을 떠나는 건 다시 길에서 돌아와 오래 머물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사랑했으나 온전히 따뜻하게 사랑하지도 못했던 모든 것들을 길 위에서 다시 그리워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유목민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유목민은 떠남과 머무름이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유목민이 ‘속도전에 강하다’ ‘상하계급이 없다’ ‘성개념이 없다’는 통념을 뛰어넘는다. 게다가 결론으로 ‘유목민의 정신을 배우자’고 주장한다.
“그들에게는 수용하는 힘이 있다. 상상치 못할 자연 환경이 닥쳐도 때가 아니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인내의 힘이 있다. …… 영하 오, 육십 도를 넘어갈 때 그들의 얼굴을 보았는가. 태풍의 눈처럼 그들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쓰며 노래로 자신을 위로한다. 포기해 버리려는 마음을 노래라는 힘으로 발산시켜 버린다. 그들이라고 왜 두렵지 않겠는가. 왜 몽골 전통노래가 구슬프면서도 힘이 있겠는가. 그건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초원이 만들어준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부보다 전체를 살피며 자연과 나 속에 머물 경계선을 찾아내는 이들이다.”
저자는 앞으로도 존재의 근원을 묻고 싶을 땐 진흙소가 물에 몸을 내맡기는 심정으로 주저 없이 몽골고원으로 떠나겠노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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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19일 09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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