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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47) 우리사회가 어쩌다 이지경까지
2004/11/24 00:00
입력 조회수 : 657
잉꼬새. 혼자는 외로워서 견디지 못한다. 사랑하는 나머지 반쪽이 있어야 살맛이 난다. 금실 좋은 부부를 잉꼬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갓태어난 어린 잉꼬새. 안타깝게도 어미새가 전염병으로 죽었다. 태어나자 마자 고아새가 되었다. 어미품 한번 안겨보지도 못한 불쌍한 새끼잉꼬 4마리.
주인 한모씨는 어미잃은 잉꼬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아 부었다. 태어난지 겨우 열흘 남짓. 아직 깃털도 나지 않아 창자까지 훤하게 드러나 보인다. 한씨 가정에 비상이 걸렸다. 4식구가 총동원하여 가엾은 잉꼬 살리기에 나섰다.
먹이를 얻어먹지 못해 기운을 못차리는 어린잉꼬. 금강산도 식후경. 먹어야 산다. 한씨는 잉꼬를 왼손으로 감싸 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새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새가 엄마품같은 온기를 느낀듯 손안으로 몸을 바짝 웅크린다. 주둥이까지 한씨의 작은 손바닥 안으로 파고 든다.
살려야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어린잉꼬를 살려내야 한다. 한씨 부인은 푹삶은 달걀의 노른자를 잘개 으깨 물에 탄다. 전자렌지에 살짝 데워 온도를 맞춘다. 노른자 먹이를 떠먹일 수저도 새의 부리에 맞게 제작하였다. 먹이를 조금씩 조금씩 새의 입에 넣어준다.
달걀 노른자를 받아먹으면 목부위에 달걀노른자가 그대로 드러난다. 주둥이 속으로 들어간 노른자 먹이가 꿈틀꿈틀 거리면서 가느다란 목줄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귀엽다 못해 애처럽다. 눈물이 날정도로…
주는대로 받아먹는다.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는 모습처럼 찐한 사랑이 느껴진다. 하루가 지났다. 회사에 출근한 한씨.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잉꼬가 잘 있는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따르릉. 전화가 울린다. 받아보니 어린 아들이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한다. 아니나 다를까 새가 죽었단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아들녀석 목이 메어 말도 제대로 못한다.
퇴근하기 무섭게 집에 가니 그때 까지 아들 녀석 풀이 죽어있다. 불쌍한 잉꼬. 부인도 어쩌지 못하고 울먹이는 아이옆에 앉아있다. 두 마리 잉꼬가 죽은채로 새장안에 있다. 아들녀석에게 치우라고 하니까 자기손으로 도저히 내다 버릴수가 없다며 또 눈물을 글썽인다.
한씨는 죽은 새를 집밖 야산 양지 쪽에 묻었다. 집에 돌아온 한씨. 새장을 바라본다. 두 마리 잉꼬라도 꼭 살려내야 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뉴스. 명문대 휴학생이 잠들어 있는 부모를 살해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자신을 구박한 부모가 미워 술김에 범행을 했단다. 부모가 자식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갓태어난 어린새도 정을 주는 주인을 알아보고 저렇게 애절하게 의지하고 매달리고 달려드는데…금수만도 못한 인간…
어쩌다 우리사회가 이지경이 되었나…
김명수
2000/05/25 18:06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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