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김미영 기자=경찰의 꽃 총경. 총경으로 승진하면 가문의 영광이다. 그만큼 계급사회 선망의 대상이다. 이제는 퇴직한 한 경찰관은 아들이 경찰대와 치과대학에 합격했다.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치대를 선택했다. 이유를 물으니 엘리트 산실 경찰대를 졸업해도 이제는 총경 승진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총경 계급장을 달지 못한 본인의 한도 있을텐데 안타까웠다.
전국의 총경들이 뿔났다.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자 경찰에 대한 통제이자 경찰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경찰 고위직 총경급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매우 드문 일(일종의 사건)이다. 울산중부서장 류삼영 총경이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이 촉발이 됐다. 류 총경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며 현장 목소리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영화 ‘베테랑’에서 정의파 형사로 맹활약 했던 황정민의 명대사이다.
류 총경은 글에서 “비록 시작은 경찰국 설치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부당한 간섭이 우려된다. 경찰 고위직 인사권을 확보한 후에는 이를 빌미로 경찰의 정권에의 충성경쟁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 멈춰서게 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증폭될 것이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 민주화는 결국 요원해질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하에 경찰의 정치적 독립을 구시대로 환원시키고 공안직급 수준의 보수와 복수직급제 그리고 일반직 승진우대 등의 당근으로 불만을 무마하려고 한다. 이는 우리 경찰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했다.
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경찰은 비록 박봉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국민을 위한 경찰, 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경찰의 정치적 독립과 복지수준 향상의 약속과 맞바꾸자는 제안은 전국 14만의 경찰관을 무시하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경찰은 정권을 위한 조직이 아닌 국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존재가치가 있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큰 가치는 복지수준 향상이라는 작은 가치와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국의 경찰의 반응은 폭발했다. 수만명이 이 글을 읽어 봤고, 수천명이 실명으로 댓글을 달았다. 내부망이 생긴 이래 이런 폭발적인 관심은 처음이다. 상명하복의 계급문화가 강한 경찰조직에서 정부에 대한 공개 반론은 매우 어렵다. 찍힐 각오를 하고 류 총경이 전면에 나서줘 고맙다는 현장의 반응이 많았다.
류 총경의 글은 23일 오후 경찰서장 회의로 이어진다. 서장들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 등 현안에 대한 의견과 지혜를 모은다.
류삼영 총경의 ‘직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경찰 안팎의 관심이 지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