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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2005/01/04 00:00
입력 조회수 : 622
할머니의 손과 발은 가물은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고
주름살은 깊이파여 태백산맥과 같다
허리는 활처럼 휘어져 있고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다
할머니가 사는 동네는 충북영동의 어느 산골마을이었다
집은 다 쓰러져 가고
방바닥엔 벌레가 기어 다녔다
동네근처 까지는 덜덜거리는 합승버스가 다닌다
외손자 상호는 할머니를 병신이라 구박하면서
할머니 없이는 화장실도 혼자 못간다
영화 "집으로"는
젊음과 늙음
풍요와 빈곤
물질과 자연
그리고 상호라는 꼬마와 할머니라는 거인을 대비시켜
찡한 감동을 주었다
영화 "집으로"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 주고
또 현재의 오염된 모습을 꾸짖고 있다
외가집 가던 길이 생각난다
하얀 신작로 길이 그때는 무척이나 넓어 보엿다
양쪽에는 키큰 미루나무가 일렬로 서 있었고
그 나무 꼭대기에서는 매미가 시원하게 노래를 불러 댔었지
외가집 동네는 "꼴미"라고 불리었는데
커서 생각해 보니 꽃뫼였고 그 의미는 花山이었다
진달래꽃이 만발한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외할머니는 늘 머리에 윤기가 흐르는 검은 천으로된 모자를 쓰시고 화롯불을 다듬고 계셨었다
그리고 창호지를 사각형으로 도려내고 유리를 붙여 만든 아주 작은 창으로 늘 바깥을 내다보고 계셨었다
내가가면 벽장문을 살짝열고 누나들이 볼까 몰래 내손에 사탕을 쥐어 주곤 했었지
그런 외할머니가 그립고 먼지가 풀풀나는 신작로 길이 그립다
냇가에서 목욕하고 고기잡던 일들이 생각나고 내 다리에 달라붙은 거머리를 떼어주던 용감한 누나의 모습도 떠오른다
하얀쌀밥과 고기반찬
자가용과 그림같은 집을 짖고
그런 삶을 살아보자고
모두들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를 외쳤었지
그래서 쵸코파이와 쏘세지를 먹게됐고
콜라와 후라이드 치킨을 먹게됐다
엄마 아빠는 노래방과 나이트 클럽을 다녔고
아이들은 전자오락을 했다
성형수술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하는 나라가 됐고
자가용이 물결을 이루는 교통사고 일등국이 됐다
나이트 클럽은 초만원을 이루고 모텔은 도시를 삼킬듯 들어서고 불륜의 남녀들로 문
전성시를 이룬다
물질만능과 인명경시풍조로 강도사건과살인사건이 신문을 장식한다
아이는 저밖에 몰랐다
저만 주인공이고 다른 사람들은 저를 위한 조연 인 줄 알았다
꼬마는 몰랐다 사실은 저 할머니가 진짜 주인공인 것을....
꼬마가 보기에 천하고 우수워 보이는 저 할머니 가슴이 진짜 가슴인 것을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이기적이고 작아졌는지
겉만 멀쩡하고 속은 자라지 못했는지
할머니의 가슴속을 외면한채
달콤한 사탕과 짜릿한 감각에만 의지하게 되었는지
"집으로"는 세상의 모든 꼬마들을 꾸짖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거인 같은 사랑은 결국 옹졸한 꼬마의 가슴까지 울리고 만다
쏴아~ 쏴아~ 소나기가 쏟아진다
산골마을의 소나기는 시원하게 쏟아졌다
나뭇잎들은 싱싱하게 푸르름을 더한다
그 소나기는 오염된 현대인의 가슴속 때를 말끔히 벗겨 주었다
그리고 소나기는 외쳤다
빨리가 빨리가
집으로! 집으로!
사택에 살때 아내는 텃밭에 고추를 심었고
매일매일 그곳을 돌보았다
그리고 환한 미소로 행복을 가꾸었다
아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밥을 맛있게 해놓고 날 깨웠다
난 그밥을 먹고 살았고 그밥을 먹고 힘을 냇다
그런 아내에게 투정도 많이하고 속도 많이 긁었다
상호처럼....
만약에 아내와 이별이라는 것을 하게된다면 상호처럼 후회하고 눈물을 흘릴텐데도
다정하게 대해주지 못한다
도데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일까?
내일은 아내 생일이다
그런데 난 속으로 밖에 말을 못한다
바보처럼....
"여보!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앞으로는 당신이 주인공이야
생일 축하하고 그리고 사랑해"
김동주
2002년 05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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