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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684부대 시리즈] (34) 억울한 희생양
2005/03/12 00:00
입력 조회수 : 652
우선 지휘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1차적인 관심사였다.
참모총장과 정보참모부장이 행정적인 지휘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므로 정보부대를 지휘한 정보부대장과 훈련생에 대한 모든 계획을 담당한 정보부대 공작과장이 형사책임 대상이었다.
그리고 훈련생들을 직접 일선에서 지휘한 책임자의 위치에 있었던 정보부대 인천파견대장 및 실미도 파견대장 또한 형사책임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 대한 1차 수사는 방첩업무를 담당하는 공군 보안부대(현 기무사령부가 3군 통합되기 이전에 각군에 설치된 보안부대)가 담당하였다.
군 수사 요원들로서도 파렴치범이 아닌, 지휘선상에 있던 지휘관들에 대한 지휘책임 차원의 수사를 한다는 것이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직무유기란 죄명으로 입건을 하였지만 사실 지휘관들이 크게 잘못한 점이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충직하게 상부의 명령에 따랐으며, 운이 나쁘다면 그 당시 그 시절에 그 보직에 있었다는 점이 죄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불행과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지휘관들을 면책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당시 사회 여론은 해당 지휘관들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군내 동정이나 여건은 구속이 필요 없는 입장이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현역 고급 장교들이었기 때문이다.
지휘관들을 구속하기 위해서 본건 지휘관리 상의 직무유기 이외에 달리 공금 횡령이나 독직 등 개인적 차원의 비리가 있는지도 은밀하게 내사하였지만 그 군인들은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깨끗한 군인들이었다.
지휘관들에 대한 재판도 공군본부 본부사령실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5인의 현역장교로 구성된 재판관 중들은 재판장은 장관급 장교(장군)인 공군 소장중에서 선임되었다.
법무사(주심판사) 는 동 OO 대위(서울 지법 판사를 역임하고 변호사로 활동중), 검찰관(주임 검사)은 송OO 대위(검찰에서 고검장을 지내고 현재도 법조계에서 활동 중)가 선임되었다.
지휘관들은 비록 피고인 신분이었지만 법정에서는 계급장이 부착된 군 제복의 착용이 허용되었다.
인천/실미도 파견 대장, 한 O 소령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패기 왕성한 전형적인 무관이었다. 걸출한 신장에 베레모를 쓰고 입정한 그는 수차례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차례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초연한 현역 피고인들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지휘관들에 대한 재판은 겉으로는 치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직업 군인들은 하루아침에 자신들의 명예가 무참하게 짓밟히고 자신들의 꿈을 접어야 하는 데 대하여 통곡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찰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서로간에 상대방의 죄까지도 자신이 짊어지려고 하는 상경하애의 군인정신은 재판관들을 감복시키기에 충분했다.
재판정에 입정하지 못하고 연병장에서 가장의 운명을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재판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지휘관은 마지막 진술에서 '그 원혼들이 뿌린 뜨거운 피가 조국 통일의 밑거름이 되지 못하고 그들을 대신하여 불명예스럽게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 부끄럽다.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형을 자신에게 선고하여 달라. 그러나 다른 두 분의 지휘관들에게는 죄가 없으므로 자신이 대신 모든 이들의 죄 값을 대신 치르게 해 달라'고 호소하였다.
피고인 지휘관들의 최후 진술을 듣는 재판관들이나 검찰관, 변호인 모두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송히 맺히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만감이 교차되었다.
재판 결과는, 정보부대장 김 OO 대령에게는 공소기각(무죄의 성격임) 판결을 함으로써 명예를 회복 시켜 줬고 공작과장도 집행유예의 판결을 받음으로써 구속은 면하게 되었다.
다만 실미도 파견대장만이 실형의 선고를 받음으로써 당초 본인의 소원처럼 선배 지휘관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여 가을 하늘이 공활하고 높고 구름 한 점이 없던 그 해 가을 어느 날 공군의 지휘관들은 억울한 희생양으로 단죄되고 지휘책임에 대해서는 그렇게 매듭이 지어졌다. 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미디어칸 김명수 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8.20
[
김명수기자
people365@par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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