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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684부대 시리즈] (36) 마지막 4인의 최후진술 그리고 형장의 이슬로
2005/03/14 00:00
입력 조회수 : 703
공작원 생존자들에 대한 법무사(주심 판사)나 검찰관(검사)는 지휘관들에 대한 재판을 담당했던 동일 법관들이었다.
변호사는 홍 ○○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었다. 모든 재판은 철저한 보안아래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재판을 진행하기 이전에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장이 송달되었다. 그들은 담담하게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재판이란 문명사회의 절차는 그들에게 한갓 요식행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실미도에서 총을 들고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을 각오한 몸이었다.
10월 초순 첫 공판이 시작되었다. 공판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장 낭독과 인정신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기록에 있는 내용이 사실이므로 그 외에 재판부에서 추가로 알고자 하는 내용만 답변하였으면 한다고 진술하였다. 삶을 달관한 그들에게 재판정의 모든 사람들이 숙연해졌다.
이어서 직접신문에 들어가서 검찰관이 범죄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범죄내용에 대하여 차례로 신문하였다. 대답은 간단하였다. 예, 예, 그리고 또 예, 모든 것을 긍정하는 내용이었다.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주로 왜 그들이 이번 봉기를 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참혹한 생활에 중점을 맞춰 질문 하였다. 법정신문이 이어졌다. 5인의 재판관들도 말을 아꼈다.
증거조사 과정에서 검찰측은 당시 실미도에서 살아남은 교관 요원중 한사람을 증인으로 선정하였다. 제주도 출신의 그 교관요원은 입정을 하고서도 그 기간 요원들과 눈길을 마주하지 않았다. 취침 중에 일어난 상황을 담담하게 증언하였다.
공판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3차 공판에서는 검찰의 논고 구형 및 변호사의 변론, 그리고 피고인들의 최후의 진술이 있었다. 피고인들은 최후의 진술만은 비교적 자세히 하였다.
태어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삶은 반추하고 김일성에게 겨눠야 할 총구를 같은 동포들에게 겨누게 된 불행했던 공작원들이 있었음을 이 자리에 함께한 여러분들이 역사에 증거해 달라는 감상적인 유언을 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사형 선고를 받는 죄수들의 양태를 비교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사상범이 아닌 잡범은 사형의 선고는 고사하고 구형만 받고서도 벌써 얼굴이 창백해지며 사색에 떤다.
그리고 최후의 진술을 하는 모습이 초라하고 애처럽기 그지 없다.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말은 떨려서 차마 통곡인지 뭔지 구분이 아니 되고 동공은 풀리며 다리가 계속 떨려서 넘어질 것 같은 자세를 취한다.
턱은 안면 근육 마비 현상이 나타나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당장 사형을 집행하는 것도 아닌 데 더 이상 살아있을 시간이 아까워서인지 생에 대한 애착 때문에 삶을 연장해봐야겠다는 일념인지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는 독백은 끝도 없이 주절거린다.
법관이 제지를 하지 않으면 2-3 시간이라도 좋다. 계속 읍조린다. 그의 바지를 보면 십중팔구 소변이 흘러 바지가 젖어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감정의 변화 자체가 없었다.
지극히 냉정하고 평온하며 약간 이 세상을 관조한 듯한 미소까지 머금고 있다.
4차공판에서 선고를 하게 되었다. 선고당일 공군본부 본청에서 군사법정이 있는 본부사령실로 향하는 법관들은 마음이 무거웠다. 법무사가 누군가에게 물었다.
“ 이 사람들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 그 물음에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
한마디로 그 법관은 판결에서 하지 못한 자기의 심정을 미리 밝힌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죄가 있다. 그러나 그 죄는 남북 분단의 이데올로기와 그 시대가 원인을 제공한 죄이며 그들도 가련한 희생자일 뿐 이다.
이미 구형을 통하여 사형이란 말을 들었던 공작원들에게 사형선고가 어떤 상황을 바꿔 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던 그들은 퇴정을 할 때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를 호송하던 헌병 한 사람이 착잡한 나머지 물었다. 강한 사람들이 왜 눈물을 흘려?
아 ! 이제 저희들이 안식을 찾게 되었으니 기쁨의 눈물을 어찌 안 흘릴 수 있습니까? 그게 눈물을 흘린 변명 단 한마디이었다.
그들은 삶의 고통을 단축하기 위하여 항소를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변호인의 줄기찬 설득으로 공군 고등군법회의에 항소를 하게 된다. 세월은 이 4명의 젊은이들의 절박한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말을 향하여 줄달음치고 있었다.
고등군법회의에서 달라지는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판/검사와 재판관들이 다른 사람들로 바뀔 뿐이다. 정치인 김중권씨가 당시 공군대위로 고등 검찰부장으로 항소심 검찰관을 맡았다는 사실을 잠시 밝혀두는 바이다.
<미디어칸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9.21
[
김명수기자
people365@par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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