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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정신 칼럼 제20호] 땅개 (꽁트)
2005/05/10 00:00
입력 조회수 : 597
땅개. 일명 "S".
물에는 물개가 있지만 땅에는 땅개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 여자가 모두 내꺼라고 주장하는 녀석이다.
그의 여자후리는 재주는 거의 신기에 가깝다
오죽하면 여자들 사이에 그를 보고 땅에서 사는 물개라고 할까
아닌게 아니라 그가 지나가면 암캐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물개는 물에서 놀지만
땅개는 땅에서 놀았다
물개는 6~7월 번식기에 수컷 한마리가 30~50마리의 암컷을 거느린다
하지만 땅개 그도 결코 물개에 뒤지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핸드폰에 입력된 여자의 전화번호가 30~50명은 족히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핸드폰 두 개를 갖고 다녔다
하나는 업무용이고 또 하나는 취미용이었다
"HOBBY"라고 쓰여 있는 핸드폰은 늘 차에 두고 다녔다
업무용 핸드폰만 집에 갖고 들어갔다
집에 오면 아내와 딸 둘이 있는 가장이다
직장에서는 어엿한 영업부장이었다
그는 늘 바빴다
영업을 하랴 여자 만나랴
정말 눈코 뜰 새 없었다
여자 꼬시는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 갔다 나오는 여자를 꼬시기도 했다
30대 중반의 여자가 예사로와 보이지 않았다
하얀 바지를 입고있는 늘씬한 몸매의 여인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유머와 재치가 넘치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S"였다
가까이 다가가 무어라 지껄이면 신기하게도 여자는 쉽게 그를 받아들인다
친구들이 묻는다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그는 뱀도 땅꾼 앞에서는 오금을 펴지 못하는 법이라며 으쓱해 했다
그리고 이런 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춘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대학시절 후배여학생에게 혀를 잘려
잘린 혀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가 수술을 받은 적도 있었다
사내에서는 여직원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떠들어대는 바람에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고난은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휴게소 화장실 앞에서 만난 여자가 또 화근 덩어리가 될 줄이야
그녀와 만나 꿈같은 1년을 보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같이 있어도 같이 있고 싶었다
혼자 산다고 하길래 아예 방까지 얻어 주었다
차까지 사 주었다
그동안 여자에게 받아 보기만 했지 주어보기는 처음이었다
근데 웬걸 차츰차츰 그녀의 전화받는 태도가 뭔가 숨기는 듯한 눈치였다
하루는 그녀의 집을 불시에 방문하였다
웬 사내가 누워 있었다
그녀는 사촌오빠라고 했지만 그걸 모를 땅개가 아니었다
방빼! 하고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녀석이 벌떡 일어났다
키가 땅개보다 30센티는 더 컸다
"S"가 땅개라면 녀석은 불독이었다
"야 이놈아 여자를 1년쯤 갖고 놀았으면 대가를 치뤄야 할 것 아냐"
하며 3000만원을 요구했다
알고보니 불독은 그 짓으로 먹고사는 놈이었다
마누라도 세명이나 있었다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그는 여자에게 봉사만 했다 취미였다
그런데 불독 그놈은 프로였다 돈까지 번다
땅개는 기가 막혔다
그후 직장으로 집으로 협박전화는 계속되었다
대학시절 혀를 짤린 일은 차라리 나았다
직장에서 성희롱으로 망신 당할때만 해도 이정도로 분하지는 않았다
체중이 10Kg은 빠졌다
불독보다도 화장실이 더 괘씸했다
화장실과 불독을 다 죽여 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아는 사람 중에 해결사가 있었다
흑곰이었다
언젠가 2억 가량되는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을 때
흑곰을 찾아 갔었다
업자는 고의부도를 내고 다른 곳에서 공장을 하고 있었다
흑곰은 남대문시장의 터줏대감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타이어를 무릎에 대고 기어다니며 수세미 비누등을
파는 지체 장애인들을 봉고차에 태우고 공장으로 가 그들을 풀어 놓았다
그들은 사장실 사무실 공장 할것없이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오줌을 싸 댔다
방문객이며 여직원들이 기겁을 하였다
어찌된 일인지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었다
흑곰은 이틀만에 2억을 수금해와 그중 반을 가져갔다
이런 인연이 있던 땅개는 다시 그를 찾았다
불독도 흑곰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치정사건은 해결사도 맡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옛날의 인연도 있기에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에게는 너무도 간단한 일이었다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였기에
전화 한통화로 간단히 해결하였다
역시 해결사는 달랐다
땅개는 그에게 300만원어치 술을 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모든 일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마누라가 모를리 없었다
직장에서의 성희롱 사건 때 이미 그녀의 마음은 그를 떠났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참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밝혀지면서 강력히 이혼을 요구하였고
결국 마누라도 땅개 곁을 떠났다
땅개
그는 혼자가 되었다
이젠 마누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혼자가 되니 여자랑 놀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HOBBY"라고 쓰여진 핸드폰을 강물에 집어 던졌다
복잡한 과거가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친구 생각이 났다
친구를 찾아갔다
직업을 30번 바꾼 친구다
여자를 30번 바꾼 자신과 무언가 통하는게 있을 것 같아서다
땅개 그는 직업은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곧 상무이사로 승진될 예정이다
여기저기 오라는 데도 많이 있었다
직업의 세계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정에는 실패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겉으로 화려했지만 외롭고 쓸쓸했다
찾아간 친구는 여자는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가정에는 성공했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직업의 세계에서 만족하지 못했다
사표 쓸때는 화려했지만 이제는 모든게 후회 그 자체였다
둘은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술취한 한 사람이 혀 꼬부러지는 소리로 지껄였다
오직 한구멍만 팔걸 욕심이 과했어
채우려고만 했지 버리고 비우는 법을 몰랐어
또 한사람이 대꾸했다
맞아 양보다 질이야
양보다 질....
김동주
2002년 7월20일
[
피플코리아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sshss29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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