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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바람의 꽁트] (29) 직업이야기7 / 너, 기자 맞아? 7
2005/07/19 00:00
입력 조회수 : 723
삼청교육대. 잡혀가면 인생 끝장이라는 공포감에 전국민이 떨던 서슬 퍼렇던 시절이었다. 젊은이들은 길을 나섰다가 영문도 모른체 끌려가기가 부지기수였다.
안기자의 동기중에 한명이 삼청교육대에 들어갈뻔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다. 이야기를 들어본다.1980년 봄. 법정대생인 이군과 의대생인 박군이 술한잔 걸치고 늦은 밤 거리로 나왔다.
길거리가 삼엄했다. 무장경관이 길을 가로막았다. 경찰서로 끌려갔다. 경찰은 무조건 두명의 대학생을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두학생은 어디를 얼마나 맞았는지 아무런 정신도 기억도 없었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해서 여기 들어왔는지 알수가 없었다. 기합을 줬다.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앉아 일어나. 무법천지였다.
경찰들은 당장이라도 총알을 장전한채 한방 갈겨버릴 태세였다. 마치 세상이 뒤집히기라도 한것 같았다.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한다. 학생증을 보여주었다. 경찰이 학생증을 본다.
"요새끼들 봐라. 법정대에 의대생이라. 느그들 잘걸렸다. 오늘 맛좀 봐라" 경찰이 한마디 내뱉듯이 말하면서 구둣발로 사정없이 두 학생을 짓밟기 시작했다.
구둣발에 엉덩이고 등짝이고 사정없이 밟힐때마다 두학생은 숨이 쿡쿡 막혀서 질식할것만 같았다.
"이새끼들 엄살이 심하군. 안되겠다. 죽지 않을 만큼 밟어버려" 상사인 듯한 경관이 한마디 던지면서 자리를 떴다. 그러자 남은 경관이 두사람을 카빈총 개머리판으로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다.
"어이쿠. 윽" 두사람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정신을 잃은 두사람얼굴에 찬물세례를 퍼부었다. 눈을 떴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어나라고 다시 개머리판으로 내려친다.
"사실대로 불어 이 새끼야. 느그놈들 데모나 하는 빨갱이 새끼지. 그래 안그래 이새끼야" 두사람은 다시 한번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까무러쳤다. 물만난 고기처럼 경찰은 두학생을 두들겨 패는 재미에 푹빠진것 같았다. 마치 승냥이가 먹이감을 앞에 두고 으르렁 대는 것 같아 보였다.
한참만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경찰은 여전히 두사람을 폭행했다. 군화발로 짓밟고. 소총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맛고. 조서를 꾸미라고 했다. 오늘 하루의 있었던 일을 단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모두 자백하라면서 백지를 열장씩 던져주었다.
두학생은 볼펜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얻어맞은 후유증으로 손이 떨려서 글씨를 쓸수가 없었다. 비툴 배툴 써내려간 글씨를 보고 경찰이 허공을 바라보면서 큰소리로 웃어댔다. 그러면서 한마디.
"이새끼들 소위 명문대 다닌다는 먹물들이 글씨가 이게 뭐야. 국민학생도 이것보다는 잘쓰겠다. 느그새끼들 혹시 대학교도 돈쳐발르고 뒷문으로 들어간거 아니야" 두학생은 그런 경찰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저렇게 까지 할수가 없을것 같았다. 두학생은 꼬박 두시간에 걸쳐서 백지 열장을 채웠다. 경찰은 다시 한번 두사람에게 심문하듯 윽박질렀다.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묻겠다. 여기서 거짓말하면 너희들은 살아서 나가지 못할것이다. 너희들 데모 주동한 빨갱이 새끼지" "아닙니다" 두학생이 동시에 대답했다.
기합받을때 가물가물한 정신속에서도 빨갱이란 말에는 시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사람은 경관에 잡히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느그들 말을 믿겠다. 빨갱이가 아니면 이밤중에 무슨 짓을 하려고 나돌아 다닌단 말이냐.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수도 있지만 젊은 인생이 불쌍해서 그냥 풀어주겠다. 지금부터 총알같이 튀어나가서 집으로 들어간다. 만약 가다가 경찰에 또잡히면 빨갱이로 몰려 다시 이곳으로 들어온다. 그러니 알아서 눈치것 달아나라. 지금 당장 실시 "
두학생은 경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옆에 검문 경찰이 행인을 검문하고 있다. 일초가 급하다. 걸음아 나살려라. 바로 옆집 담을 넘어 들어갔다. 쿵하고 담넘어들어오는 소리에 집주인이 놀라서 뛰어나온다.
집주인이 두학생의 몰골을 보더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다.
"아저씨 저희들좀 숨겨주세요. 경찰에 쫓기고 있어요" "어서 들어오게" 두학생은 집주인을 따라 방에 들어갔다.
"지금 밖에 나가면 위험하니 오늘밤은 여기서 자고 내일 날이 밝으면 나가도록 하게나" "고맙습니다"
두사람은 그날 밤을 그집에서 보내고 이튿날 날이 밝아서야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에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끝내 빨갱이라고 거짓자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사람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지 않고 극적으로 살아나온것이다.
그날의 사건이 이군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오직 판검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법대에 진학했던 이군은 비뚤어진 경찰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판검사보다도 신문기자가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한 이군은 법관의 꿈을 접고 신문기자가 되기로 결심을 하였다. 이군은 결국 신문사에 입사를 하였다. 이기자는 신문기자가 되어 경찰서를 출입하였다.
옛날에 이기자를 반주검이 되도록 두들겨팬 경찰을 찾아갔다. 경찰은 신문기자가 된 이군을 보고 경계하듯 몸을 움츠렸다. 이기자는 자신을 폭행한 경찰의 어깨를 두들기며 한마디 했다.
"박경장, 자네 무고한 시민을 그렇게 두들겨 패고 삼청교육대 보내고도 아직까지 살아남았다니 대단하군. 아무튼 다시 만나 반갑소. 우리 초면도 아닌데 악수나 합시다"
"예 예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의 의지가 아니고 상부의 지시에 따랐을 뿐입니다. 오해가 있다면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박경장은 비굴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면서 굽신 거렸다.
이기자는 참으로 박경장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 9월14일 10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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